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67608.html
2014년 12월 4일, 한겨레, 최재봉 기자 보도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책세상·1만3000원
문학으로 구원받은 자의 절절한 감사와 ‘신앙 고백’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그보다는 오히려
전통적 문학 개념에 대한 지독한 회의와 냉소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가령 이런 대목들.
“오늘날 지적으로 엄격한 작가가 대처해야 할 핵심적인 과제는, 기술적으로 좀더 세련되고 따라서 좀더 본능에 가깝게 느껴지는 형식들 때문에 문학이 주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그런 형식들로 글을 써도 좋고, 그런 형식들에 대해서 써도 좋고, 그런 형식들을 통해서 써도 좋고, 그런 형식들의 전략을 전유해서 써도 좋다. 하지만 진공 상태에서 계속 써 나가는 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다.”
“
대개의 소설이 취하는 더딘 발걸음은 우리 삶의 속도에도, 삶에 대한 의식의 속도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 대개의 소설이 보여주는 단정한 일관성은 세상을 지휘하는 신성이 존재한다는 믿음, 아니면 최소한 존재에 유의미한 목적이 있다는 믿음을 암시하는데, 솔직히 작가 자신도 그렇게 믿을 것 같진 않거니와, 그럼으로써 우리를 감싸고 침투하고 압도하는 혼돈과 엔트로피를 깜박 잊게 만든다.”
미국 작가 데이비드 실즈(58)는 2010년에 번역 출간된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2008)로 한국어 독자들과 첫 인사를 나눈 바 있다. 죽음이라는 필멸의 운명을 상대로 한 대결과 화해의 드라마라 할 <…죽는다>에 이은 그의 두번째 한국어 번역본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2013)에서 그는 작가이자 문학 교수로서 자신의 평생의 업인 문학을 대결과 화해의 다음 상대로 소환한다.
1980년대에 소설 두권을 낸 실즈는 세번째 책 <익사 지침서>(1992)에서부터 전통적 소설 형식에서 벗어나
콜라주 형식 자전적 에세이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책에서 그는 스스로를 “전통적 픽션의 관습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며, 장르를 지운 작품들에 의지하여 문학적 열정을 되살리려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한편, “작품이 삶과 예술 사이에 최대한 얇은 막만 허용함으로써 작가가 자신이 살아 있다는 문제를 어떻게 푸는가 하는 의문을 전면에 내세우기를 바란다”는 생각을 문학에 관한 일반론으로 제출한다.
<문학은…>에서 그는 말더듬이로 성장하면서 말보다 글을 선호하게 되고 그 결과 아주 어려서부터 작가가 되기를 꿈꾸었던 내력, 대학 시절 여자친구의 일기장을 훔쳐보았던 일, 전통적 소설 형식을 버리고 콜라주와 논픽션으로 ‘전향’한 배경 등 자신의 문학적 삶을 단속적 에피소드와 남들 글에서 따온 다양한 인용문들을 곁들여 소개한다. 반어적이며 유머러스한 문장은 책읽기에 호가 난 한국 독자들 사이에 그가 큰 인기를 끄는 비결을 알게 한다. 이런 식이다.
“제프 다이어는 지상에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결의에 차 있다. 그리고 낭비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낭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이 책(존 쿳시의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은 삶을 편든다. 다만, 자칫하면 떨어질 만큼 몹시도 좁은 능선을 따라서.” “이 책(데이비드 마크슨의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그 많은 인용구를 알아보는 재미다. 애서가의 몽정이랄까.”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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