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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8일, 미디어오늘, 홍현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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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다수 언론사들이 올해 수능에서 영어가 지나치게 쉬웠고, 수학도 쉬운 편이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 변별력이 떨어져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것입니다. 우스꽝스러운 대한민국의 코미디입니다.
2. 모든 정책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습니다.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크다면 역기능을 최소화한다는 전제 하에 추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수능에서 영어와 수학을 쉽게 출제하는 것은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큽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영어와 수학을 쉽게 출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모든 공부는 즐기면서 해야 합니다. 즐겁지 않은 공부가 있다면 즐거운 공부로 전환시키는 것이 정책전문가가 할 일입니다. 일시적인 학부모 혼란이요? 즐거운 공부라는 순기능에 비해서 학부모 혼란이 순기능을 뒤집을 만한 엄청난 역기능인가요? 대한민국은 정말이지 ‘궤변의 나라’입니다.
3. 흥미로운 것은 사교육 줄이기 운동을 하는 교사들의 움직임입니다. ‘사교육없는 세상’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교사들은 영어와 수학이 쉬운 수능에 대해 환영 의사를 표시했군요. 그들이 교육을 제대로 본 것입니다.
4.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은 영어와 수학이 쉬운 수능이 본고사를 유도할 것이라 우려합니다. 정말이지 대한민국은 ‘상상력 결핍의 나라’이고 ‘창의력 결핍의 나라’입니다.
5.앞으로 수능은 영어와 수학을 쉽게 출제하되, 다른 과목에서 책을 많이 읽거나 토론을 많이 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도록 출제 경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즉 책을 많이 읽거나 토론을 많이 한 학생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이 곧 바람직한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수능의 영어, 수학 난이도는 불필요하게 높은 것으로 악평이 나 있습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생들의 수학에 대한 자신감지수는 65개국 중에서 62위입니다. ‘상상력 결핍의 나라’, ‘창의력 결핍의 나라’다운 헛발질입니다.
6. 또 교수들이 주도적으로 수능을 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의문입니다. 최근 헤드헌팅업체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박사들을 기업CEO로 선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사 출신들은 지나치게 이론에 치우쳐 현장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다수의 교사들이 수능을 출제하고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다수의 교사들과 교수들이 검증하는 출제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7. 책을 많이 읽거나 토론을 많이 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도록 수능 출제 경향을 바꾸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과거 80년대에 민주화 운동을 했던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목표와 필요에 의해서 다양한 독서와 토론을 했듯이 초중고생들도 그렇게 하겠지요.
8.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영어, 수학 학원 대신에 독서 학원, 토론 학원이 생길 거라고 합니다. 역시 ‘상상력 결핍의 나라’, ‘창의력 결핍의 나라’에서나 나오는 반론입니다.
9. 앞에서도 말했듯이 정책이란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크다면 역기능을 최소화한다는 전제 하에 추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1000개의 영어, 수학 학원보다는 1000개의 독서 학원, 토론 학원이 훨씬 더 낫지요. 또 1000개의 영어, 수학 학원이 사라진다고 1000개의 독서 학원, 토론 학원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500개 이하로 생기고 말겠지요. 그러면 정책적으로 크게 성공한 것입니다. 사교육비가 크게 줄 것이며,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즐거운 공부를 할 수 있고, 또 독서와 토론을 통해서 아이들이 지금과 달리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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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지금 물수능이니, 변별력이니 운운하는 언론은 자사의 이해관계 측면에서도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겁니다. 책을 많이 읽거나 토론을 많이 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도록 수능 출제 경향을 바꾸면 일차적으로는 학부모와 학생이 이익을 얻겠지만, 그 다음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언론사들입니다. 책을 많이 읽거나 토론을 많이 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도록 수능 출제 경향을 바꾸면, 가장 효율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 방법은 신문을 많이 보고 방송 시사프로그램 많이 보고, 시사 주간지를 많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좀더 심도있게 공부하려면 단행본을 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11.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언론사들은 영어와 수학이 쉬운 수능을 비난하기에 바쁩니다. 그 주요 원인은 언론사 데스크에 앉아 있는 중간급 간부들이 자녀들의 영어, 수학이 어려운 수능 준비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겠지요. 유능한 정책전문가는 일부 기득권층의 이런 개인적인 민원에 절대 흔들리지 않습니다. 모든 개혁에는 기득권층의 저항이 수반되는데, 유능한 정책전문가는 이들의 저항을 정면에서 돌파해야 합니다.
12. 2014년 11월의 영어, 수학 물수능 논란은 대한민국 지식인들의 상상력이 얼마나 빈약하고 또 창의력이 얼마나 빈약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10대들에게 우스운 꼴을 보여준 겁니다. 영어, 수학 수능 출제 수준이 OECD 평균에 비해 지나치게 높고, 이로 인해 아이들의 자신감이 떨어지고 공부를 고문으로 생각한다면 그 수준을 낮추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입니다. 대신 책을 많이 읽거나 토론을 많이 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도록 수능 출제 경향을 바꿔서 그것으로 통해 변별력을 확보하면 됩니다. 또 대학 교수들보다는 교사들이 수능을 출제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과목도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지 많으면서 다양하게 독서하고 토론한 학생에게 유리한 출제가 가능합니다.
13. 변별력 높인다면서 교수들이 대학 1~2학년 혹은 3~4학년 수준으로 수능을 출제하는 나라, 이런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닙니다. 교사들 중에는 다양한 독서와 경험을 통해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훌륭한 교사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전문성에 지나치게 매몰된 교수들보다 훨씬 더 수능 출제에 적합합니다.
14. 또 교사들 중에는 다양한 독서와 경험을 통해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훌륭한 교사들이 수능을 출제하면, 다른 교사들도 이와 같은 교사가 되도록 자기계발을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공교육 정상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15. 일부 교사들은 행정업무가 너무 많아 자기계발을 할 수 없다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그 항변도 ‘상상력 결핍의 나라’, ‘창의력 결핍의 나라’에서 나오는 항변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의 초중고 교사는 40여 만명, 이들이 전교조나 교총을 통해 한 달에 1000원씩만 모아도 1년이면 48억원입니다. 제가 전교조나 교총 지도부라면 그와 같은 방식으로 1년에 48억 원 모아서 연구원 몇 명 채용하고 해외로 보내 교사 행정업무 국가별 비교를 할 겁니다. 그리고 국제비교를 통해 교사 행정업무를 반토막 이하로 줄일 겁니다. 현재의 1/3 수준으로 낮출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1000원의 기적’입니다.
16. 그런데도 불구하고 교육계는 행정 교원 늘리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상상력 결핍’, ‘창의력 결핍’이 가져온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입니다. 무작정 주먹구구식으로 돈만 퍼부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아마추어리즘, 최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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