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를 둘러싸고 정부의 정보 통제 및 은폐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를 비판하는 칼럼을 2010년 4월 1일 게재했다.
"천안함 사고, 국가를 괴물로 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을 보여준다"
2006년 히트 영화 '괴물'에서 진짜 악당은 살인 괴물이 아니라 충격과 슬픔에 빠진 시민들을 혼돈에 빠지게 하는 한국 정부였다. 당국은 괴물의 공격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에게 세균전 방호복을 입히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들을 격리한다. 그러나 분노한 시민들은 국가로부터 어떤 도움이나 답변도 듣지 못한다.
실제 한국은 영화가 그린 재앙적인 국가의 모습과 달리 군사독재가 끝난 후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22년 역사의 한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정부와 시민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주 발생한 한국의 군함 침몰 사건으로 실종된 병사들의 가족들이 보여주는 엄청난 분노는 한국 정부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배가 과연 항해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에 대해 일부 가족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가족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대하는 방식 때문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가족들은 슬퍼하고, 절규하고, 그러다가 혼절하기도 했고, 정부와의 소통 부족을 개탄하며 군이 자신들을 마치 다루기 힘든 적(敵)처럼 대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의 처지를 이해할(sympathize) 수도 있을 것이다. 구조 활동과 사고 원인 분석이 현장의 상황 때문에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2000년 쿠르스크 잠수함 침몰 사고 당시 실종자 가족들에게 진정제를 주사하려했던 러시아와는 다르다. 그러나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섬뜩한 소통 방식과 군사독재 정권의 본능이 다시 재현되는 것을 보면서 한국과 러시아가 다를 바 없다고 여기게 됐다.
지난 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한국 정부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 당시와 같은 촛불시위가 재현될 것을 우려해 수 만 명의 전투경찰들을 서울 시내에 배치했다. '우리는 시민들을 믿지 못한다'는 메시지였다. 슬픔은 곧바로 분노로 바뀌었다.
한국 사람들이 그토록 분노하고 정부가 무언가를 은폐한다고 의심하는 것은 정보가 유통(relay)되는 방식과 큰 관련이 있다. 현재 한국의 국가와 재벌들은 자신들에게 무비판적인 언론들의 입에 정보를 떠 넣어주고 있고 비위에 거슬리는 이슈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토론되는 것을 막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북한의 웹사이트와 국영 통신에 접근할 수 없다. 신파조의 북한 국영 통신은 한국 정부가 했던 것보다 더 쉽게 북한 체제를 조롱거리로 만들 수 있는데도 말이다.
세계 최대의 전자회사와 공직자들의 부패 연루 사실을 주장했던 삼성의 전직 법무팀장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그 책을 읽고 싶어 하지만 삼성에 의해 광고 수익을 통제당하는 언론들은 그 책에 대한 서평이나 광고를 싣지 않고 있다.
이런 사례들로 인해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다. 과거 현대건설이라는 재벌의 사장을 했던 보수주의 대통령 이명박은 지난 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삼성의 회장을 사면했다.
정부와 주류 언론에 대한 냉소 때문에 한국에서는 인터넷 공간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시위를 조직하는 주요한 장이 되고 있다. 삼성 내부 고발자가 쓴 책은 주로 트위터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인터넷 사용자들에 대한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 정부는 지난 해 금융 문제에 관해 찬사를 받았던 블로거를 체포하기도 했다. 성난 트위터 사용자들로부터 부패 문제와 기업 지배 등에 대한 논쟁을 떼어 놓고, 그 문제를 주류 언론에서만 다뤄지도록 조종하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다.
그런 일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은 의견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민주주의 국가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 당국은 비틀린 음모론과 그들이 신뢰하지 않는 대중의 커다란 저항 속에 계속 곤혹스러운 처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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