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6일 화요일

이봉수와 김주완과 조형진

한겨레 신문에 '시민편집인'이라는 직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의 글을 읽고 난 뒤의 일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글은 '‘잘나가는’ 신문에는 ‘사람 이야기’가 넘친다'는 글이었다. 이 글에서 이봉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12월12일에는 신군부 쿠데타 30돌을 맞아 많은 신문들이 당시 주역들의 근황을 전해 관심을 끌었으나, <한겨레>는 관련기사가 없었다. 그날은 조영래 변호사의 기일이기도 했는데 <중앙일보>는 ‘진보·보수가 모두 사랑한 사람’이라며 그를 기렸다. 요즘 이명박 정권의 억압에 맞서는 지식인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고비마다 <한겨레>가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건 어떨까?

 

지면마다 사람 얘기를 많이 등장시키는 신문은 <조선>과 <중앙>이다. 조선의 주말특집 ‘Why’는 거의 사람 얘기로 채워지고, <중앙>은 2면에 ‘기사 속 인물’을 10명 가까이 열거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한겨레> ‘사람’면에 <연합뉴스> 기사가 너무 많이 실리는 현상은 각 취재부서가 ‘사람’ 얘기에 신경을 크게 쓰지 않는 증거로 포착된다.  

일전에 <옥천신문>의 '생존 비결'을 그 신문의 황민호 기자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 비결에 대해서는 <경남도민일보>의 김훤주 기자에게도 전한 바 있다. 신문에 '사람 이야기'가 많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슨 행사 끝에 사진을 찍는다면 거기 등장하는 인물을 일일이 '사진 설명'에 다 담아낸다는 것이었다. 현장 취재의 장점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남이 들려주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이것은 일전에 김주완 기자가 '지역신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이라는 글에서 밝혀놓았던 그 '비결'이기도 하다.

며칠 전 한국신문협회가 펴낸 <지방신문 특화전략-북유럽 4개국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책을 보고 무릎을 쳤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지역일간지들의 지면이 내가 생각하던 그것과 똑 같았던 것이다. 그 나라 신문들은 지역주민들의 일상, 출산, 결혼, 사망과 같은 대소사를 크게 다루는 퍼스널 페이지가 많고, 심지어 1면에 평범한 한 중년 남성의 생일에 관한 기사를 내고, 7면에 그의 삶에 관한 장문의 기사로 연결한다.

이 글에서 김주완 기자는 '동네밀착보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동네'란 실상 지역주민을 말하는 것이고, '동네밀착보도'란 결국 사람에 대한 밀착된 취재와 보도라고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빠지면 '재미가 없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봉수라는 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시사in> 2010년 4월 2일자(133호)에 난 조형진이라는 이의 소개 기사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초 농촌전문기자를 꿈꾼다'는 기사 제목도 그러하지만, 이 '친구'가 앞으로 어떤 기사를 써나갈지 궁금해지기도 해서다. 이 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 "‘멘토’ 교수인 이봉수 원장이 ‘<녹색평론> 전권 보기’를 세미나 과제로" 내놓았다는 것이다. 나는 '농촌' 전문기자보다는 '농민' 전문기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말이 그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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