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일 금요일

아이폰 촛불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촛불을 밝히자고 제안했습니다. <지오리포트>의 기사를 보니, 작은 촛불들이 밝혀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경찰들이 촛불을 빼앗자 참여자들은 아이폰으로 촛불을 들었다고 합니다. 경찰로서도 이 촛불은 끌 방법이 마땅치 않을 듯싶습니다. 아래 글은 최승국 사무처장의 짤막한 호소문.

 

     *경찰들이 초를 빼앗고 촛불을 끄자 아이폰 촛불이 밝혀졌다! ⓒ지오리포트

 

천안함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1주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구조작업은 진척이 없고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숯검정이 된지 오래입니다. 이들의 마음은 직접 겪지 않은 제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플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고 있을 저를 포함한 모든 국민들의 마음 또한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뿐만아니라 사고 1주일째, 사고 원인은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각종 의혹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젠 대한민국 국민들의 일상은 사라지고 온 국민들이 천암함 참사와 함께 안타까움과 의혹에 묻혀버린 느낌입니다. 일상뿐만 아니라 4대강 파괴사업, 세종시문제, 봉은사 문제, 한명숙 총리 재판, 6월2일 지방선거까지 정말 중요한 사안들이 모두 묻혀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들의 일상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다 어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처음으로 촛불을 들었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공유하고 모임이 정말 이루어질까 걱정하면서 대한문으로 갔는데 저를 반기는 것은 100명에 가까운 경찰들이었습니다. 촛불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적지 않은 분들이 대한문에 나오셨지만 경찰의 방해로 정작 촛불을 든 사람은 몇 명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촛불도 경찰들이 입으로 불어서 끄는 블랙 코메디 같은 상황속에서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진화하고 발전합니다. 참가자들 중 아이폰을 갖고 계신분들이 촛불을 내려받아 촛불 모임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 촛불을 빼앗은 경찰이 아이폰 촛불을 보고 적지 않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쓴 웃음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아마 아이폰 촛불을 어찌할 것인지 대책을 세우고 나올지도 모르겠지요.

대한민국 정부가 촛불에 왜 이토록 광적인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시기 우리가 할 수 있을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해야한다고 믿습니다. 오늘도 경찰의 방해가 예상되지만 촛불모임은 계속될 것입니다. 아니 촛불은 실종자 구조가 이루어지고 의혹에 대한 분명한 규명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정부가 촛불이 두렵다면 하루빨리 실종자 구조와 사고원인에 대한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입니다. 촛불을 드는 것은 제가 제안했지만 촛불이 꺼지는 날짜는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정부의 판단과 행동에 달려있습니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상황이 되면 촛불은 자연스럽게 꺼지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호소드립니다. 매일저녁 7시, 대한문 앞에서 촛불모임이 있습니다. 함께 해 주십시오. 일정이 어려운 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촛불을 밝혀주십시오, 가정에서, 직장에서, 카페에서, 술집에서...,어디든 좋습니다. 촛불을 밝히고 실종자 무사귀환을 위한 기도를 드려 주십시오, 

최승국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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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1. 촛불까지 경찰이 뺐는다는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건가요?

    우리가 민주주의란 체제 속에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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