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9일 금요일

편해문, 아이들은 멸종하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2010년 3월 5일(18호)에 발표한 편해문의 '아이들은 멸종하는가'의 한 대목입니다. 놀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멸종'까지 생각하는 편해문의 생각에 공감하지 못할 이도 많겠지만, 아이들의 몸 속에 가득한 놀고 싶은 마음을 옭아매고 있는 어른들로서는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 될 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본다. 아이들이 아침에 눈을 떠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무엇을 하며 어떻게 하루를 지내는지 본다.가끔 나라 밖으로 나가 그곳 아이들은 또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본다. 그런 어느 날 가끔 아주 많이 아파할 때가 있다. 놀지 않는 아이들을 볼 때이다. 대한민국 아이들은 놀지 않는다.아니 놀 수 없다. 아이들마저 놀아야 한다는 것을 이제 스스로 잊고 두 손을 든 채 소비와 어른 흉내와 일의 세계로 일찌감치 들어섰다. 아이들은 놀이를 버리고 일을 하고 있다. 학교를 마치고 이런저런 학원을 찍고 돌아오는 아이들 얼굴 모습을 보라. 일하고 돌아오는 것 같지 않은가. 놀지 말고 공부해라가 아니라 이쯤 되면 놀지 말고 일하라는 말이다. 여기에 우리가 흔히 ‘유아’라고 하는 유치원·어린이집 아이들 또한 맹렬히 가세하고 있다.

 

애들아,

봄이다,

봄.

 

들판으로 나가

마음껏 놀아라

봄꽃과 놀아라

나무와 놀아라

 

놀고 싶어도

놀지 못하는 아이들아

놀고 싶어도

놀지 모르는 아이들아

 

봄처럼

봄꽃처럼

봄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놀아라

 

어른들아

아이들이

마음껏

놀도록

 

제발

내버려두라

놀 수 있도록

놀 줄 알도록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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