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가 2010년 4월 4일 천안함 침몰 당시 군과 해경의 상황일지를 입수한 4월 3일자 MBC 보도와 관련하여 '천안함에 대한 MBC 보도'라는 글을 자신의 누리집에 발표했다.
이상돈 교수의 누리집에는 이 글 외에도 '해군으로 하여금 조사토록 하자', '천안함이 전속력으로 육지를 향했다?' '콜프 해협 사건을 아십니까?' 등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해군 출신이라는 이상돈 교수의 논의는 매우 상식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소력도 크다. 천안함 사건, 그 논란의 본질은 '건전한 상식'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강조는 인용자)
천안함에 대한 MBC 보도
어제(3일) MBC 9시 뉴스는 천안함 침몰의 수수께끼를 풀어주었다고 생각된다. 3월 26일 밤 9시 15분에 천안함에 어떤 일이 벌어져서 긴급하게 육지(백령도) 방향으로 향하다가 함정이 두 쪽으로 절단되어서 침몰했다는 것이다. MBC가 밝혀낸 사실은 ‘건전한 상식’에 부합한다.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다룬 자세는 그 자체가 의혹투성이다. 생존한 대원들을 국군수도병원으로 집단수용한 것부터가 이해하기 어렵다. 당국은 정신적 충격을 격리 이유로 들지만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면 타이타닉에서 살아 나온 사람들도 모두 격리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번 사건은 생존자들의 진술이 진실을 푸는 열쇠다. 잠수함이 침몰해서 대원이 전원 사망했다면 이런저런 억측이 있겠지만, 이렇게 생존자가 많다면 진실을 밝히기는 쉬운 일이다.
정부 발표는 너무 말이 바뀌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해군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브리핑하는 당국자는 항상 국방장관과 합참 장성인 점도 이상하다. 당사자인 해군이 할 말을 가로 막는 느낌마저 든다. 같은 군인이라고 육군은 해군과 함정을 잘 알지 못한다. 육군 장성보다 함정에 근무했던 수병이 배에 대한 상식이 더 풍부할 것이다. 당국 브리핑에서 해군이 사라진 것부터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MBC 뉴스는 9시 15분에 어떤 상황이 있었다는 데 대해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다고 생각된다. 그 상황이 어뢰 피격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함장 등 함정의 지휘부가 아무리 작은 어뢰라도 어뢰에 피격된 것을 모른다는 것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군은 적의 공격을 가상해서 대비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북한 잠수정이 귀신처럼 침투해서, 항해 중인 아군 함정의 하부에 귀신처럼 어뢰를 발사해서, 귀신처럼 수중 폭발을 일으켜서, 함정을 칼로 자르듯이 두 동강 냈다는 주장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좀 그렇다.
그렇다면 답은 평소에 물이 샜던 천안함에 누수 현상이 급격히 일어나서 육지(백령도)를 향해 급히 가다가 선체가 두 동강 났다는 것이 된다. 1000톤급 함정이 접안시설도 없는 육지를 향해 거의 직선으로 그렇게 가까이(2.4 Km) 항해하는 경우란 상상하기가 어렵다. 백령도 주민들은 초계함이 그렇게 육지 가까이 온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방장관은 열 몇 번 항해한 적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천안함이 백령도를 향했을 때 과연 시속 몇 노트로 항해하고 있었는가는 사고 발생 직후에 당연히 밝혔어야 하는 부분인데, 군 당국은 그것에 대해 침묵했다. 사고 당시 함정의 속력이 군사비밀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MBC 보도가 있기 전에 추론으로서 ‘침수 -> 함정 절단’이란 결론을 내린 주장이 인터넷 게시판에 여러 건 올라와 있었다. 3월 31일에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어느 항해사는 천안함이 금속피로로 두 동강 날 수 있음을 주장해서 큰 호응을 얻었다. 군 복무를 한 네티즌들이 올린 많은 글은 정부 주장에 허점이 많음을 알게 해 주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사이트의 ‘토론광장’도 그런 역할을 했다. 몇몇 분들이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 글을 올려 주었다. 나 자신도 3월 31일 이른 아침에 ‘천안함은 구조적 실패?’(토론광장 1051호)라는 글을 올렸는데, 천안함에 나중에 무장을 추가해서 선박 구조에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추론에 불과함으로 가설을 제기하고, 의견을 물어본 것이었다.
나는 군 복무를 해군에서 해서 해군과 함정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있는 편이다. 사고 후 천안함의 제원을 훑어보았는데, 1000톤급 군함에 폭뢰, 어뢰, 하푼 미사일까지 갖추고 있어서 놀랐다. 그 정도 무장이면 2000톤급 프리게이트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즉 함미 쪽에 무장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의 설계 기준을 넘는 무장을 해서 선체에 피로가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 당국은 이 같은 ‘건전한 상식’에서 제기하는 의문에 대해 무조건 ‘정비를 잘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생존한 천안함 대원들과 2함대의 정비 책임자들이 공개적으로 증언해야 할 것이다.
MBC 뉴스가 밝혀낸 바에 의하면, 천안함은 9시 15분에 급박한 상황을 맞았는데, 그것은 전투상황은 아니었다. 전투배치를 명령했다면 대원들은 구명조끼를 입었을 것이나, 그런 일은 없었다. 당시 몇몇 대원들은 휴대폰으로 통화를 했고, 샤워를 하던 대원도 있었다. 그들은 비상이 걸렸다고 이야기 했다는데, 이는 전투배치가 아닌 비상이 걸렸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천안함 함장은 침수 같은 선체 이상을 보고 받고 육지를 향해서 항해하도록 명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과 10분 만에 천안함은 갑자기 두 쪽이 나서 함미는 가라앉고 함수 쪽 선체는 기울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고 당시 함장은 함장실에 있었다고 하니, 아마도 함장이 함장실에서 인터폰으로 지시를 내리고 함교(브리지)로 올라가려고 하는 순간에 배가 갈라졌을 것이다. 당시 함교에 있던 항해당직자들은 모두 생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들은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함교에서 내린 지시에 따라 엔진을 운영했던 기관부 대원들은 선체와 함께 침몰했고, 이들은 침몰 당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함장이 곧바로 이함(離艦) 명령을 내렸다면 인명 피해는 없었을 것이나, 너무나 창졸간에 발생한 일이었고 함장이 군함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함미 부분에 있던 대원들이 순식간에 사망했다고 판단했다면, 함미 부분을 긴급하게 수색해야 할 당위성은 줄어든다. 고(故) 한 준위도 함미가 아닌 함수 부분을 탐색하다가 순직했다.
새떼를 오인했다는 76밀리 포 사격은 상황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만일에 그것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함이었다면 그야말로 국기(國基)를 흔드는 중차대한 일이기에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된다. MBC 보도에 의하면, 누군가 진실을 호도(糊塗)한 것이 분명하다. ‘진실’을 또다시 자유언론과 집단지성이 밝혀낸다면 정부의 신뢰는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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