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010년 4월 27일자의 기사입니다. "장일순, 원주 노자 만나러 갑시다."라는 글. 원주시 부론면 단강리에 있는 '한알학교'의 교사 공부모임에서 장일순 선생과 이현주 목사가 <노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책 <노자이야기>를 읽기로 하면서 그 첫 자리에 이현주 목사를 모셨던 이야기. 이현주 목사가 장일순 선생과 <노자>를 함께 읽었던 때를 기억하는 대목입니다.
그 얼마나 좋아요. 예습해 오지않기, 미리 공부하지 말기. 그래서 본문에 나오는 한문은 선생님이 잘하시니까 풀어 주시고, 당장 그 자리에서 생각나는 것을 이야기해 보자, 한거죠. 그래서 바로 시작했죠. 제가 머릿말에도 썼습니다만, 병원에 입원하실 때 제자들이 선생님 댁을 조금 수리했어요. 하도 낡은 집이라 보일러도 새로 하고 그랬죠. 공사 하느라 선생님 서재에 있던 가구를 모두 들어낸 상태에서 시작했죠. 첫날 텅빈 방 안에 단 둘이 앉아서 시작했는데, 방에 아무것도 없는 것에요. 찻잔 두 개, 물 주전자, 그리고 제가 준비한 자그마한 녹음기 하나 놓고 도란 도란 시작했던 게 생각나요. 그게 저에게는 너무나 상징적인, 잊혀지지 않는 장면입니다. 텅빈 방, 아무것도 없고, 방만 있고, 둘이 땡그라니 앉아서 <노자>를 읽었던 게 생각이 나네요. (중략) 그러니까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기 보다는, 자기가 알아듣는 수준에서 읽으면 됩니다. 예를 들면 물처럼 사는 것이 제일 쉬운 거다. 그럼, 물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을 잘 보고 내가 물이다~ 하고 그렇게 살아보는 거죠. 앞에 가로막는 것이 있을 때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피할 도리가 없으면 묶여 있는 거고. 하여튼 노자의 가르침을 자기 삶의 살아 있는 에너지로 만나서 그렇게 살아간 바로 거기에 무위당 선생의 노자읽기가 가진 특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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