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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5일, 한국일보 이대혁 기자
한 반에 학업 포기자 10명 넘으면 관리 안 돼
특성화고 취업률도 38% 남짓… 열패감 여전
서열화된 학교… 일반고·특성화고 실태
서울의 모 일반고 2학년인 김현준(가명ㆍ17)군은 중학교 3학년 때 과학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충격에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했다. 중학교 시절 학교에서 전교 5위 내에 들었던 그에게 특수목적고 낙방은 ‘인생의 실패’로 다가왔다. 대학 전공과 미래 직업까지 밑그림을 그려놓았으나 모두 수포가 됐다. 일반고에 진학했으나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래선지 학교 분위기나 교과과정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같은 반에는 공부를 포기한 친구들이 많았다. 휴대전화와 통신비, 유흥비 마련을 위해 야식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도 여럿 있다. 그들은 수업시간이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쓰고 있다. 급우 절반이 수업 중 자거나 딴 짓을 한다. 공부를 어느 정도 했던 친구들도 어느 순간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학교 한 귀퉁이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학생들만의 흡연 장소도 있다. 김군 역시 이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다 작년 2학기부터 담배를 배웠고 공부와도 점점 멀어져 갔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정책 시행 이후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일반고-특성화고의 서열화가 고착화되면서 학교 유형에 따라 고교생들이 집단 좌절감을 경험하고 있다. 특성화고 중 정부 지원이 많은 마이스터고에도 밀리는 일반고, 마이스터고 지정을 받지 못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그렇다.
물론 일반고에 학업을 포기한 학생들만 넘쳐나는 것은 아니지만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에서 우선 우등생을 걸러내면서 일반고는 이들 고교를 밑받침 하는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한 일반고 교사는 “학업을 포기한 학생이 한 반에 4~5명 정도면 모르지만 10명이 넘어가면 교사가 일일이 관리하기가 힘들고, ‘동료효과’를 보지 못하는 중상위권 학생들은 하향 평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수를 많이 배출한 상위 30개 고등학교 중 일반고는 공주 한일고와 경기고 2개교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특목고 및 자사고다. 한일고도 전국단위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비평준화 학교여서 사실상 일반고는 단 1곳인 셈이다. 전교 1, 2등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소위 명문대 진학을 엄두도 못 내는 일반고가 수두룩하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패배감도 크다. 예전 전문계고가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로 구분되면서 우수 학생이 몰리는 마이스터고와 공부와 담을 쌓은 학생이 지원하는 특성화고가 또 한 층의 서열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둘 다 ‘졸업 후 취업’이라는 목표로 직업교육에 치중하는 고교지만 학생들이 뚜렷하게 나뉘다 보니 실적은 천지차이다. 2013년 졸업생 취업률을 보면 마이스터고가 90.3%인 반면 특성화고는 38.4%에 불과했다.
마이스터고를 지원했다가 떨어졌다는 한 특성화고 학생은 “고교 입학 때부터 계층이 정해진다는 것이 너무 비참하고 절망적이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낮은 학업성적 ▦열악한 가정환경 ▦낮은 규칙적응 능력으로 꼽고 학생들이 무기력하고 자존감이 낮다고 평가한 최근의 연구보고서도 고교서열화에 따라 학생들의 마음이 멍들어가는 현실을 나타낸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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