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3일, 한국일보 변태섭 기자
사교육 성행… 해외연수도 인기 여전
서울 양천구에 사는 한모(37)씨는 지난달부터 여섯 살 아들을 스피치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평소 ‘시옷’ 발음이 부정확해 초등학교 입학 후 친구들에게 놀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유아ㆍ초등반을 운영하는 스피치 학원의 수업이 언어 교정, 발성과 악센트 교정, 자신감 강화, 예절 교육 등에 효과적이라는 홍보도 마음을 움직였다. 한씨는 “발음 교정에도 효과가 좋고, 초등학교 입학 후 발표 수업이나 반장ㆍ학생회장 선거 때도 유용할 것 같아 앞으로 스피치 학원에 계속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아 때부터 시작된 조기 스펙 쌓기가 상급학교 진학의 열쇠처럼 여겨지면서 이를 겨냥한 사교육도 성업 중이다. 스피치 학원은 새 학기 선거철이면 컨설팅도 해준다. 반장ㆍ학생회장 연설 원고 대필, 써온 원고 첨삭, 연설 지도, 실전 연습과 발성 등이다. 학생회장 선거용 피켓을 제작해주는 곳도 있다. 고교ㆍ대학 입시 때 리더십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창의력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특허를 내기도 한다. 서울 용산구의 한 발명학원은 “발명만 잘 해도 일류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이 학원은 기초과정→발명영재→발명천재로 이어지는 각 6개월씩의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발명품의 특허출원까지 돕는다. 그러나 한 특허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출원에 의의를 둔 특허가 얼마나 입시에 영향을 줄지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여름ㆍ겨울방학 동안 해외에서 언어 교육을 받은 단기 연수는 여전히 인기다. 자녀 혼자 보내는 게 걱정되는 부모를 위해 부모가 함께 가서 교육받는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필리핀 단기어학연수는 보통 8~12주 코스로 운영되는데, 어머니와 자녀 한 명이 8주간 교육받는 비용은 448만원, 어머니와 자녀 두 명의 비용은 760만원 정도다. 연수를 받는 국가도 미국,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에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은 제2외국어를 익힐 수 있는 새로운 단기 어학연수지로 떠올랐다.
서울의 한 사립초교 학부모는 “방학 끝나고 학부모 참여수업에 가보면 교실 뒤에 아이들 쓴 해외체험 보고서가 전시돼 있다”며 “올 여름 방학은 평소보다 1주일 늦게 시작했는데, 방학 시작 3,4일 전부터 반마다 4~5명씩 해외연수 일정 때문에 결석하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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