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7일, 한국일보, 양진하 기자
혁신학교도 "입시 외면하기엔…" 고심 효과적인 교과 아이템 개발 고군분투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고자 시작된 혁신학교지만 고등학교는 대학 입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전국 혁신학교 중 고등학교는 11%(625곳 중 68곳)에 불과하고, 고등학교인 서울형 혁신학교도 15%(68곳 중 10곳) 정도다.
배화여고 이철희 교사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개성 존중과 다양한 체험이라는 혁신학교의 취지를 입시와 연결시키는 게 어려워 둘 다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며 “혁신학교 활동 중 아무래도 입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헌고는 처음부터 진학에 초점을 맞췄다. 이 학교 신주은 교사는 “혁신학교는 대안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고의 혁신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미를 묻게 된다”고 했다.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해가기 때문에 일반고 나름대로 찾은 대안이 혁신학교라는 것이다. 배화여고 정영준 역사 교사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차이가 나는 성적을 수능에서 뒤집기는 어렵다”며 “일반고의 입시는 수시 모집을 노릴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혁신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교과과정의‘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방과후학교, 주말 강의 등 외부 강사의 수업으로 채울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엔 학생들의 참여도가 떨어진다. 학교 활동이 스펙 쌓기 용으로 전락하지 않게 하려는 노력도 요구된다. 인헌고 김인호 교사는 “단순한 스펙 쌓기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의 진로상담부, 생활자치부, 고3 부장교사 등 여러 부서가 협동해 프로그램을 짠다”고 설명했다. 이철희 교사는 “활동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변화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무엇이라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입시 지도와 관련해선 혁신학교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다양한 활동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교내 활동보다는 교과목 강의를 중요시하는 교사들도 있고, 수시 모집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학생들도 많다. 한 재학생(16)은 “내신 성적이나 교내 활동에서는 특목고 친구들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일반고이기 때문에 차별 받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이철희 교사는 “학교가 더 혁신적으로 바뀌려면 입학사정관 전형에서조차 기본적으로 성적을 따지는 입시 제도도 함께 변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김인호 교사는 “사실 혁신학교가 특별한 게 아니고 당연히 있던 것들을 일반학교들이 실행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며 학교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정책이 이뤄지려면 혁신학교의 취지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좀더 구체적인 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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