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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4일, 프레시안, 최동호 스포츠평론가 칼럼
강자' 이재명 시장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
[최동호의 스포츠당] 한국 스포츠의 문명화, '비판을 허하라'
최동호 스포츠평론가 2014.12.04 10:44:48
2014년 초 체육대 문화가 이슈로 떠올랐다. '다․나․까 화법'과 '90도 인사'는 기본이었다. 새내기들은 선배에게 전화할 때 문자로 먼저 허락을 받아야 했고 선배가 보이면 달려가 인사해야 했다. 서열과 조직을 중시하는 군대식 규율문화에 군기를 잡기 위한 집합과 폭행은 당연사였다. 새삼스럽지 않았다. 2008년 용인대에서는 '체대문화'를 익히던 신입생이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경찰 수사에서는 선배들의 가혹한 구타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용인대뿐이랴. 폭행은 '전통'이란 미명으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체대문화의 서열은 체육계의 일사불란과 상통한다. 자기 고민과 내부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거대한 집단의식. 그 속엔 성과라는 70~80년대식 이데올로기만이 유일하게 작동할 뿐이다. 어떻게 대한민국 체육계는 아직도 의식과 행정의 체계가 80년대일까? 투명성, 민주성, 인권에 대한 자각은 80년대 수준 그대로다.
돌이켜 보면 이해가 간다. 80년대 민주화도 90년대 세계화도 2000년대 신자유주의도 체육계와는 무관했다. 시대를 고민하지도 아파하지도 않았고 경험을 공유하지도 않았다. 역사에 동참하지도 않았다. 아니 그것은 모두 그들의 일이라고 여겨왔다. 사회 전반이 시대와 부딪히며 아파할 때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경험하며 절차를 찾아 갈 때도 체육계는 오직 신체적 퍼포먼스에만 매달렸다. 그리고 그렇게 떨어져 살았다. 의식과 행정의 체계는 당연히 80년대에서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는 에릭 더닝과 공저한 <스포츠와 문명화>에서 스포츠를 사회학적 발명품이라 했다. 더불어 스포츠에 대한 연구가 사회에 대한 연구라고 강조한다. 과연 그렇지 않은가? 스포츠 속에서 '우리 집단'과 '그들 집단'은 민족과 정치로 충돌하고 경제와 산업으로 경쟁하고 인종과 종교로 분쟁하지 않는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법과 제도로 보장하기 위한 투쟁이 인류의 역사이고 문명이라면 스포츠는 문명화의 혜택을 받으며 성장해왔고 문명화에 기여해 오며 발전해 오지 않았는가? 유럽 축구가 근대화되어 가는 과정, 메이저리그가 산업화 되어 가는 과정은 경쟁과 협력, 갈등과 조화를 사회적인 경험으로 축적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한국 체육계의 비극은 국가주의 통치를 위한 프로파겐다에서 싹텄다. 엘리트 체육인들은 철저히 선별돼 기능적으로만 육성됐다. 엘리트 체육의 구조화로 완성된 체육귀족과 체육권력. 그 속에서 한국 체육계는 권력과 금력에 중독된 채 훅 불면 날아가는 사상누각을 쌓아 왔다. 2008년부터 3년간 지자체 팀 52개가 해체돼도, 국가대표 출신 스포츠 강사가 생활고로 자살해도 한국 체육은 '악' 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질 못했다. 불면 부는 대로, 쓸면 쓰는 대로 날려갔다. 애초부터 자립은 없었다. 메달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엘리트체육의 발전은 문명화인가? 반문명화인가?
체육계에 평생 겪어보지 못했던 강자가 등장했다. 성남 FC 구단주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힘으로 누르면 눌렸고, 또 눌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만 알았던 체육계로서는 듣도 보도 못했고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이 시장은 SNS에서 성남 FC가 편파 판정으로 강등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했고 프로축구연맹은 한국 스포츠 사상 초유로 구단주 이재명 시장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했다.
이 시장의 주장엔 허점이 많다. 더군다나 정치적 화법이 반가울 리가 없다. 그러나 이 시장의 등장은 반갑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체육계가 강해지려면 내부에서 비판과 검증이 끊이질 않아야 한다. 그래야 바뀌고 발전하고 정치에 놀아나지 않는 맷집이 생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76년이 돼서야 FA(자유계약선수)가 탄생한다. 1869년 메이저리그 탄생 이후 107년 만의 일이었다.
물론 그냥 얻어지지 않았다. 법정싸움만 2년이었다. 어디 FA뿐이랴. 또 메이저리그뿐이랴. 프리미어리그도 수많은 갈등과 조정을 겪고 대형 사건을 겪으며 성장했다. 경쟁과 협력 그리고 갈등과 조정. 이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이 살아온 이야기다. 그래서 체육도 인문이고 사회과학이다. 이재명 시장이 징계를 받아도 좋고 안 받아도 좋다. 중요한 것은 제2, 제3의 이재명이 끊이질 않아야 된다는 것이다. 한국 스포츠의 문명화를 위해 비판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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