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4일 목요일

어린이집 개혁, 이은경, 영유아보육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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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4일, 중앙일보, 이철재 기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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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개혁 안 하면 누리과정 예산 다 샙니다

[중앙일보] 입력 2014.12.04 01:05 / 수정 2014.12.04 14:48

비리고발 책 낸 이은경 원장
민간 어린이집 불합리 따졌더니
"각자 알아서 해먹으면 끝" 말려

이은경씨는 지난 17년 동안 어린이집을 개혁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비리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친 뒤 장기적으로 영유아보육기금 등 지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성식 기자]

대구의 ‘큰하늘어린이집’ 대표이사 이은경(51)씨는 지난 10월 수백 통의 항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가 쓴 『어린이집이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50가지 진실』이 나오면서다. 이씨는 책에서 닭 한 마리로 90명의 원생을 먹이거나 특별활동비를 횡령하는 등 일부 어린이집의 비리를 고발했다. 항의는 며칠 만에 그쳤다. 이씨는 “전혀 두렵지 않다. 끝까지 내 주장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왜 그는 ‘어린이집 개혁 전도사’가 됐을까. 전업주부였던 이씨는 1997년 어린이집을 차렸다. “아이들을 좋아했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직업이 적성에 맞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엄격한 어린이집 회계규정 때문에 100만원도 안 되는 월급 말고는 단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었다. 이씨는 “큰돈을 벌 생각은 없었지만 뭔가 불합리한 구조”라며 “정부가 예산이 없다며 민간의 참여를 유도했는데 정작 민간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처음엔 담당 공무원들에게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늘리든지, 아니면 회계규정을 완화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국가가 환란 때문에 어려우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대답만 들었다. 하지만 이후 네 차례 정권이 바뀌었지만 상황이 나아진 건 하나도 없었다.

그를 더 놀라게 한 건 따로 있었다. “일부 원장들이 ‘이런 건 떠들어봤자 소용없다. 각자 알아서 해먹으면 된다’고 나를 말렸다.” 급식비·교사 인건비를 횡령하거나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으면 된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이씨는 뜻을 함께하는 원장들을 모아 국회와 정부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그를 떠났다. 이씨는 “나도 눈 딱 감으면 한 달에 2000만원씩 챙길 수 있다”면서도 “그렇게 못한 건 지금의 문제를 다음 세대로 넘기고 싶지 않아서”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어린이집 학부모에게 직접 호소하고 싶어 책을 썼다”며 “앞으론 방송장비를 갖춘 트럭을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어린이집 개혁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씨를 말렸다. 특히 시부모는 그에게 “인연을 끊자”고도 했다. 이씨가 꺾이지 않자 가장 그를 반대했던 시아버지가 결국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허락했다. 이씨는 “시아버지가 지난해 세상을 떠나셨다. 언젠가 어린이집 문제를 해결하고선 시아버지 묘소에서 ‘제가 해냈습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 정치권에서 벌어졌던 누리과정 예산 논쟁과 관련, “어린이집을 개혁하지 않은 상태에선 헛수고”라고 잘라 말했다. “부패구조가 지속되는 한 세금이 일부 악덕원장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는 “국가가 지금의 어린이집 정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이철재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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