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2일 금요일

전상진, 음모론, 세속적 신정론,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2/10/2014121000462.html

2014년 12월 10일, 조선일보, 김성현 기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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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의 시대' 낸 전상진 교수]

대형 사건마다 나타나는 음모론, 사회학적 시각에서 연구한 책
"종교·정치적 설득력 약화될 때 발생하는 빈자리 메우는 역할"

"격변은 혼란을 낳고, 혼란은 음모론을 키운다."

첫 문장부터 명쾌하다. 최근 출간된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음모론의 시대'(문학과지성사)다. 그는 이 책에서 9·11과 천안함 폭침, 디도스 공격과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사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모론을 사회학적 시각에서 조명했다.

음모론은 유언비어나 유비통신(流蜚通信), 풍문이나 루머로 불리며 증권가 정보지를 일컫는 소위 '찌라시'를 통해서도 확산된다. 정치적 입장이나 연령, 교육 수준과 출신 지역, 직업과 소득에 관계없이 기승을 부린다. 그런데도 정작 사회학에서는 뒷짐을 지거나 냉소와 홀대의 시선으로 이 주제를 바라본 것도 사실이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는 “상대를 상종하지 못할 원수로 여기는 극단적 사고방식에서 음모론이 싹튼다”며 “음모론에서 벗어나려면 우리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관용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는 “상대를 상종하지 못할 원수로 여기는 극단적 사고방식에서 음모론이 싹튼다”며 “음모론에서 벗어나려면 우리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관용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하지만 전통적 사회학에서 음모론이 '무주공산(無主空山)' 에 가깝다는 사실에 전 교수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는 "사회학자라는 '등산가'의 입장에서는 음모론처럼 '주인 없는 산'이 탐날 수밖에 없다. '전문 등산가들'은 외면하지만, 거꾸로 '일반 등반객들'의 관심은 높기에 더욱 매력적인 주제였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석사를 마친 뒤,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박사 학위(교육사회학)를 받았다.

그는 "
음모론이 종교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설득력이 약화되면서 발생한 빈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19~20세기 경제 위기나 기아는 세계 지배를 꾀하는 유대인들의 음모였고, 1923년 관동대지진은 재일(在日) 조선인이 일으켰으며, 2009년 동남아 쓰나미는 '지하 핵실험'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대표적인 음모론이다. 이런 음모론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세상에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손대는 '안정제'와도 같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를 '세속적 신정론(神正論)'이라는 개념으로 풀이했다. 전지전능한 신이 창조한 세상에 고통이나 악(惡)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 신정론이다. 마찬가지로 음모론도 사회적 불만이나 비합리성을 초래한 음모 집단을 발명하거나 발견해서 '거짓 희망'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가 음모론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건 2008년 무렵. 당시 국내에서는 한·미(韓美)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둘러싸고 '광우병 논란'이 한창이었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이 거셌다. 음모론은 선(善)과 악(惡), 우리 편이 아니면 적(敵), 희생자와 악마라는 이원론에 기반을 둔다. 극단적이고 선명한 주장일수록 더 많은 지지를 받는 우리 사회도 '음모론의 온상(溫床)'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전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음모론의 유행은 그 사회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거나 위험에 처했다는 걸 보여주는 징후"라며 "모든 고통의 책임을 손쉽게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가정이나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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