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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3일,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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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시를 쓸 수가 없다. 하늘을 보면 고공농성이요. 땅을 보면 천막 칠 자리.’
시 <쉽게, 시를 쓸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야유>의 한 구절이다. 이 시의 저자는 시를 쓸 수 없어 사회참여를 택했고, ‘희망버스’를 기획했다. 그 결과 시인은 법정에 서야 했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판결 하루 뒤인 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만난 송경동 시인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외려 사법부와 국가가 희망버스 역할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송경동 시인이 물었다. 그는 한진중공업 사태 때 국가가 나서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사람이 죽고,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됐는데 사법부와 정부는 개입하지 않았다. 만일 그들이 제 역할을 했다면 ‘희망버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송 시인은 2011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반발해 고공농성을 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제안했다. 다섯 차례에 걸친 ‘희망버스’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고공농성장으로 모여들었다. 이후 송 시인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로 기소됐다. 희망버스 추진과정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의 책임자가 된 것이다. 송 시인은 지난 2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희망버스가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알리고 김진숙 지도위원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 등은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송경동씨가 불법 행위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는 불법 행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송 시인은 판결을 듣고 충격 받았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희망버스’는 3년이나 지난 일이고, 집회시위를 한 게 죄라고 해도 실형까지 선고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희망버스’에 관해 송 시인은 “3차 이후로는 버스가 어느 지역에서 몇 대 오는지도 파악 못했다”며 “이처럼 ‘희망버스’는 배후세력이 사람들을 결집시킨 게 아니라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사회연대운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시인은 항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송 시인은 “재판부는 희망버스를 추진하며 빚어진 사회적 갈등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판결했고, 내가 책임자가 됐다”며 “조직도 없는 일개 시인이 수 많은 시민들을 이끌었다는 검찰과 재판부의 논리는 납득하기 힘들어 항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송 시인은 ‘희망버스’의 책임자는 우리사회의 구조와 국가라고 말했다. “책임을 누군가에게 물어야 한다면 일개 시인이 아닌 우리사회 구조에 물어야 한다.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시키고, 경영상 위기를 조작할 수 있게 만든 구조야말로 단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방치한 국가 역시 책임이 있다.”
이번 판결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송 시인은 생각한다. 그는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현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쓰고 집회에도 여러번 참가했다”며 “판결이 비상식적이다보니 현 정부에 맞선 대가로 과도한 형을 받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을 묻자 송 시인은 “세월호국민대책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과 만나 세월호 ‘국민진상조사위’ 구성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와 별도로 민간차원에서 조사위를 꾸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에 보탬을 되자는 것이다. 인터뷰 직전에도 관련 회의를 하느라 바빴다고 한다. 그는 “세월호 특별법 통과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시작인데, 사람들은 참사의 끝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국민진상조사위’는 참사 국면을 바른 방향으로 인양하기 위해 하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지치지 않는지 물었다. 끊임없이 사회연대활동을 벌이지만 송 시인에게 좋은 결과가 주어진 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송 시인은 “솔직히 지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송 시인은 “현장에 가면 약자들과 연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보며 힘을 낸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당장 변하는 것은 없어 보여도, 큰 틀에서 보면 조금씩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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