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일 화요일

니가타, '우오누마’(魚沼), 한국포도회, 김성순, 한일농민연대, 호리이 오사무, 환태평양경제협정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66963.html

2014년 12월 1일, 한겨레, 한승동 기자 보도



왼쪽부터 일본 니가타 농업전문가 야스노 겐이치와 호리이 오사무, 한국포도회 김성순 명예회장.

[짬] 한-일 농민연대 제안하는
니가타 농업전문가 호리아

“우리 고장 니가타는 쌀 명산지로 ‘우오누마’(魚沼)라는 일본 전국 최고 브랜드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보통 쌀이 10㎏당 4천엔 할 때 우오누마는 7천엔 했다. 최고 시세였던 1968년엔 60㎏당 3만4천엔까지 나갔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상 끝에 99년 결국 쌀 시장을 개방한 뒤 지금 우오누마는 반값인 10㎏당 2300엔 정도에 팔린다. ”
니가타의 에치고 오지야 농업협동조합 지도자인 호리이 오사무(65)는 니가타산 채소값도 폭락했다고 말했다. 역시 니가타의 가시와자키에서 전통 떡(모치)을 생산·판매하는 파밍스터프 대표이자 40㏊의 쌀농사를 짓고 있다는 야스노 겐이치(61)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방사능(세슘)이 니가타 쪽에도 날아와 실외에서 자란 야생 버섯은 먹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니가타는 ‘세계 최고 원전 밀집지대’
후쿠시마 사고로 가동중단 상태지만
‘환태평양경제협정’ 등 시장개방 위협
김천 포도농장 김성순씨와 15년 교류
칠레와 협정뒤 한국농업 피해 등 조사
재생에너지 전환 등 시급한 대책 논의
지난 28일 이들과 함께 한겨레신문사를 찾은 김천의 김성순(85) 한국포도회 명예회장은 “이분들이 한국 농업 사정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안다”며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라고 했다.
55년째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김 회장은 호리이를 15년 전 경주 국제농업회의에서 처음 만났고, 야스노와는 그가 12년 전부터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인 아이쿱(iCOOP)생협사업연합회와 교류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동안 호리이는 김천을 여러차례 찾아와 포도뿐만 아니라 근처 논과 조합들을 찾아가 조사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대책도 함께 논의했다. 전농도 방문했고, 지난해엔 충북 괴산군 불정농협까지 찾아갔다. 칠레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한국 농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살피고 보상 문제까지 함께 의논해온 그는 “아베 정권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추진으로 일본에서도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 농민들과 연대해서 대응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니가타 농업기술센터에서 일했고 니가타대학에서 강의도 해온 호리이는 2002년까지 농업에 관한 5분짜리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원고를 22년간 집필한 ‘니가타 농업의 선생님’이다.
김씨는 “사람 하나 똑바로 서서 제대로 관심을 가지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이들을 보면서 했다”며 “한-일 교류가 최근 정부간 차원에선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지만, 그럴수록 민간교류를 더욱 활발히 해서 공생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칠레산 포도가 많이 수입되고 있지만 자신이 짓고 있는 포도농사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했다. 품종을 바꾸고 기술 향상에도 노력하는 등 나름대로 대처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포도값이 거의 반값으로 폭락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미국·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그곳 포도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우리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칠레산 포도는 우리 것과는 출하 시기가 달라 그런대로 견딜 만했는데, 이젠 미국·유럽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는데, 특히 유럽산은 그 품질이 매우 좋고 출하량도 많다. 그것이 싼값에 마트에 마구 깔리는데다 소비자 기호도 바뀌고 있다. 정말 큰일 났다.”
두 사람은 니가타에는 8기의 원전이 모여 있어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지대”로 꼽힌다고 했다. 그나마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지금은 모두 가동 중단 상태다. 하지만 일본은 이미 인구마저 감소하고 있어 새로운 농산물 시장이 형성되기도 어렵다고 걱정했다.
지난봄 후쿠시마 지방을 돌아보고 온 김씨는 “그곳 농민들은 이젠 농사를 지어봤자 농산물을 팔 데도 없지만 농지를 놀릴 순 없어 목화재배를 해서 티셔츠를 만들어 파는 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일, 사고 현장을 보려는 관광객을 안내하는 일로 생계를 도모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사실 300만 인구가 밀집돼 있는 부산·울산 일대에서 원전을 가동 중인 우리나라에도 남의 일이 전혀 아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등 시급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자연의 섭리를 따라야 하는 농민들의 마음은 한-일 간 거리를 뛰어넘어 농업의 불안한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