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드의 래리 서머스교수가 2013년, 30년대 앨빈 한센이 제기했던 “지속적 침체”(secular stagnation)을 다시 끄집어 낸 이래 세계 경제의 장기 전망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 되고 있다. 캠브리지의 튤링스교수와 제네바대학원의 리차드 볼드윈이 최근 편집한 “지속적 침체: 사실, 원인, 그리고 치료”는 현재까지의 논의를 짧고 깔끔한 칼럼들로 정리하고 있다. 서머스, 크루그만, 고든, 아이켄그린 등 쟁쟁한 고수들이 모두 등장하지만 합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이 주제가 왜 논쟁적인지를 여실 보여주고 있다.

원래 한센은 인구의 노령화에 따른 경제성장율 저하를 걱정했던 것인데, 우리가 모두 아다시피 전후 30년간 세계는 “자본주의의 황금기”를 겪었다. 그러므로 일부 논자(예컨대 조엘 모키어)는 현재 로봇이나 생명과학 쪽에서 광범위한 기술혁신이 벌어지고 있으므로 우리의 일생 동안 지속적 침체를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계와 기업 모두 저축을 하고 소비나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완전고용을 위해서는 급기야 마이너스 실질이자율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 명목이자율을 마이너스로 만들 방법은 없으니, 4%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크루그만)도 나온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지난 30년간 “대순항(Great Moderation)” 때 합의된 거시정책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독립적 중앙은행이 2% 내로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기에 따라 이자율을 조작하거나 때때로 확대재정정책을 사용하는 것 말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이 차례 차례 양적 완화(Quantative Easing)라는 비정통적 정책에 매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보고서의 필자들은 “지속적 침체”에 찬성하든 아니든, 현재 세계경제가 수렁에 빠진 이유로 인구고령화와 불평등의 심화를 모두 꼽는다.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젊은 인구의 비중이 줄어든다면, 그리고 생산성 증가율이 충분하지 않다면 경제성장율은 떨어질 것이고 초저금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노후를 위해 저축을 늘리려 할 것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침체하는 가운데 투자를 늘리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이 심해진다면 다시 한번 저축이 늘어난다. 피케티의 장기통계가 보여 준 것처럼 상위 10%가 자산의 70%, 소득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불평등이 더 심해진다면 총수요는 또 줄어들 것이다. 1년에 몇십억, 몇백억을 버는 사람들이 아무리 사치를 누린다 해도 절반 이상을 소비하기는 힘들테니 말이다.

학자들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이라는 이름을 피해 굳이 대불황(the Great Recession)이라고 이름을 만들었다. 그 만큼 대공황과 전쟁의 기억이 싫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때 이미 “장기침체”(the Long Recession)라고 불렀는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장기적인 원인 말고도 전 세계적으로 총수요를 부추길 방법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원장으로 있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은 2012년 “리셋 코리아”라는 책을 내면서 한국의 1960년대 중반 이래의 “수출주도 성장”, 그리고 1990년대 중반 이래의 “수출주도+부채주도 성장”이 막을 내렸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경우 70년대 중반부터, 그리고 한국의 경우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실질임금인상율이 실질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밑돌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비롯되는 총수요 부족을 해소하는 두가지 방법이 수출, 아니면 빚에 의한 소비다. 미국과 그리스, 이탈리아 등이 대표적인 부채주도로, 동아시아와 독일은 수출주도로 상당한 성장을 누렸다. 2008년 금융위기는 이러한 세계적 성장전략이 막을 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현재 상황은 수출도 안 되고, 빚에 의한 소비도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이젠 실질임금과 노동생산성의 격차가 확대되는 정도를 넘어서 급기야 실질임금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지난 연말 금융연구원의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임금없는 성장과 기업저축의 역설”이라고 불렀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실질임금은 2.3% 줄어든 반면, 실질노동생산성 증가율은 9.8%에 달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1995년에서 2012년까지 5년 동안 한국의 실질노동생산성은 OECD 18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던 반면 실질임금 상승률은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GDP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노동소득분배율)이 이들 나라 중에서 가장 빨리 감소했다는 얘기다.

기업소득은 빠르게 증가하는데 투자를 하지 않으니 “기업저축의 역설”이라고 할만한 상황이 도래했다. 이제 원리금 갚기에도 급급한 “절약의 역설”(케인즈)에 더해 “기업저축의 역설”이 추가된 것이다. 또 비정규직이나 시간노동을 늘려서 가까스로 고용율을 높였지만 전체 실질임금은 감소하고 있으니 이제 “고용없는 성장”을 넘어 “임금없는 성장”이다.

ILO의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임금주도성장, 또는 소득주도성장(한국은 자영업의 비율이 높으므로 임금주도로는 부족하다)을 택해야 하는 나라가 되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1% 증가했을 때 소비가 늘어나는 순효과가 투자나 수출에 미치는 역효과보다 더 크다는 얘기다. 더욱이 부경대 홍장표 교수의 계량경제학 분석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의 증가는 투자나 수출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한국의 실질임금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데 가장 많이 기여했을 것이다. 만일 대기업이 제대로 하청 단가를 쳐주기만 하더라도 전체 실질임금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즉 한국의 경우 경제민주화가 “기업저축의 역설”을 해소해서 전체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기업의 현금유보와 부자들의 자산과 소득에 대한 세금을 올려서 보편복지를 확충하는 것 역시 총수요를 증가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다. 여기에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사회적 경제가 충분히 지역에 뿌리를 내리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기금 등에 의한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서 경제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생태투자를 정부가 주도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서울시가 최근 에너지 제로의 임대주택을 건설한 것은 훌륭한 본보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정규직 보호”의 해체를 꾀하는 것은 축구에서 자살골을 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를 내세워 당선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의 종료”와 “경제혁신”=규제완화 및 민영화에 몰두하고, “소득주도성장”을 내비쳐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경제부총리가 “부채주도성장”(빚 늘려 집값과 전셋값을 올리려는 정책이 바로 그렇다)와 “대기업 임금 삭감”에 올인하는 한, 한국경제는 “지속적 침체”의 수렁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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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voxeu.org/article/secular-stagnation-facts-causes-and-cures-new-vox-ebook

Secular stagnation: Facts, causes, and cures – a new Vox eBook

Coen Teulings, Richard Baldwin 10 Septemb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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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1/07/2014110701795.html

[Weekly BIZ] 회복하다 침체된 대공황 때처럼… 더블딥 우려

  •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경연 초빙연구위원
  • 입력 : 2014.11.08 03:29

    장기침체論, 왜 핫이슈 인가
    대공황 당시 1937년과 지금 상황 비슷… 대부분 국가들 잠재성장률도 떨어져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경연 초빙연구위원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한경연 초빙연구위원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는 대공황의 와중이던 1938년 '미국의 케인스'로 불렸던 앨빈 한센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자본주의 경제가 성숙하면, 인구와 기술혁신의 감소로 경제 활동이 침체돼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이 만성화한다는 것이다. 한센의 이론은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에 따른 군수 특수로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현실에서는 증명되지 못했다.

    대공황의 특징 중 하나는 더블딥(경기가 반짝 상승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이 있었다는 점이다. 1929년 발발해 처음 4년간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겼었으나, 이후 1937년까지 4년간 잠시 회복세를 보인다. 그러다 다시 주저앉아, 이전 주가를 다시 회복하는 데 25년이 걸렸다. 장기 침체론자들은 지금이 1937년과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례없는 통화·재정정책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2009년을 끝으로 마이너스 성장은 벗어났지만, 이후의 회복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더뎠다. 그리고 지금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미국 성장률은 올 2분기에 연율로 4.6% 반등했지만, 1분기에는 2.1% 감소했기 때문에 상반기 전체적으로 보면 1.9% 성장에 그쳤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을 앞둔 사재기로 1분기 6.0%(연율) 성장했지만, 2분기 -7.1%로 상쇄됐다. 유로존 18개국의 상반기 성장률은 0.4%로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미국, 유로존,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상반기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이는 경제가 최선을 다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성장 수준인 잠재성장률에 비해 1~1.5%포인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 산업생산지수 그래픽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 수준 자체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래리 서머스 교수에 따르면 세계경제 부진은 글로벌 금융위기 훨씬 이전, 그러니까 15년 전부터 진행돼 왔다. 1990~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경제가 호황을 누렸지만, IT 버블이나 주택 버블에 의한 착시가 컸고, 그런 버블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경제는 부진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현상이 발생했는가? 서머스 교수는 몇 가지 가설을 제기한다.

    첫째,
    투자 감소다. 버블 기간에 쌓인 부채를 줄이는 데 시간이 걸리고,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 중개기능이 위축된 것이 한 원인이다. 하지만 더욱 큰 원인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실물 투자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라고 서머스는 지적한다. 이를테면 애플이나 구글 같은 IT 기업은 엄청난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왓츠앱은 소니보다 시장가치가 더 높지만, 투자는 별로 안 해도 되는 업종이다.

    둘째는 생산인구의 감소다. 미국의 경우 앞으로 20년간 노동력이 과거 20년보다 훨씬 더딘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셋째는 소득분배 구조의 변화다.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근로소득에 비해 자본소득 비중이 커지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저축성향이 높아지고 소비성향이 낮아진다. 이외에도 장기 침체의 원인으로 노동시장의 '이력(履歷) 현상(hysteresis)'이 지적된다. 한번 경기침체로 취업을 못 하면 기술 습득을 못 하게 돼 나중에 경기가 회복돼도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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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의 구조적 과제 : 임금(賃金) 없는 성장과 기업저축의 역설
    KIF연구보고서 2013-08 / 박종규 / 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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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economist.com/blogs/buttonwood/2014/11/secular-stagnation
    2014년 11월 2일, 이코노미스트, 


    There has been much talk in recent months of "secular stagnation" after the former Treasury secretary Larry Summers made a speech on the issue in February. As you can see the problem for the developed world has not arisen overnight. The chart shows the rolling 10-year growth rate for leading economies in both real and nominal terms. This smooths out the effect of the economic cycle. Either way, the trend is clear; nominal GDP growth has slowed below 4% a year, real GDP growth below 2% (in Italy, it is negative).

    There are many potential explanations for this shift, but the most plausible relates to demography. Growth was rapid in the aftermath of the Second World War, as Europe was reconstructed, and some of the benefits of pre-war technological change filtered through to the economy; then from the mid-1960s onwards, the baby boomers joined the workforce. But the birth rate fell and the baby boomers are retiring. Below are the numbers from the OECD for the old age support ratio, the number of workers aged 20-64 relative to those aged over 65.

    As you can see, things are going to get a lot worse, rather than better. Why is old age dependency a problem? After all, a lower birth rate means there are fewer dependent children. Yes, but the cost to society of old people is greater, once you factor in pensions, healthcare, nursing home care and increased longevity (a 65 year old can expect to live for 20 years or more). Crucially, the workforce is no longer growing; indeed it is expected to shrink in Italy, Germany and Japan. The EU is set to lose 40m workers over the next 40 years; without immigration, that would be a 96m decline.

    Economic growth consists of having more workers and making them work more efficiently (productivity). Even if one is not as pessimistic as Robert Gordon about technological change, one can see that productivity will have to work very hard indeed to offset demography

    What about the other factors? Larry Summers noted that those periods which tended to have rapid economic growth were also marked by the build-up of debt and asset bubbles, or as he put it

    the record of industrial countries over the last 15 years is profoundly discouraging as to the prospect of maintaining substantial growth with financial stability

    Sometimes bubbles can have positive economic impacts; the railways and canals were built in a flurry of speculation in the 19th century. Many investors lost money but the economy gained from the increased capacity and lower transport costs. The economic benefits of property booms are not as great, especially if the effect is to create derelict apartments and houses (eg Ireland and Spain).

    Why have so many bubbles built up recently? One key factor seems to be the decline in the level of real interest rates (this is the focus of the Summers essay); lower real rates have encouraged investment in financial assets for all sorts of reasons.* Summers argues that a number of factors have pushed down real rates: companies have reduced demand for debt, in part because the new breed of tech companies has less need for capital investment; slower population growth is associated with lower real rates; wider inequality means more income in the hands of the rich, who save more than the poor and central banks have also accumulated vast reserves (a greater supply of savings means a lower real rate, other things being equal).

    It is worth noting here that some of these trends are self-reinforcing. Higher asset prices have exacerbated the trend towards inequality, since the rich own more assets than the poor. Low real rates and the tendency for the central banks to bail out markets whenever they falter have also fuelled the growth of the finance sector, which has seen the biggest relative rise in salaries.

    The legacy is a high level of debts across the developed world. Some economists tend to dismiss the impact of debt, arguing that one person's liability is another person's asset; when M&G recently pointed out that global gross debt was approaching the $100 trillion mark, someone tweeted that net debt is still zero. One would have thought the last few years would have proved the folly of such a philosophy. First, if debt is secured against an asset, such as a property, then a fall in asset prices means that both creditor and debtor can lose; the debtor loses his or her deposit/equity (and sometimes their house) and the creditor takes a writedown on the loan. Secondly, debt needs to be refinanced on a constant basis. The higher the value of debt relative to GDP, the more debt needs to be refinanced each year; if creditors lose their willingness to roll over that debt, a financial crisis can ensue.

    The final catch is that taking on debt is a sign of confidence; the lender and the debtor must be confident the money can be paid back with interest. This confidence is most likely in a world of rapid economic growth and higher asset prices. But that world may have gone, making it more difficult to bring down the debt burden. A debt-deflation spiral remains a real possibility. So how do we get the lines in those charts pointing up again?

    * These have been much discussed in past blog entries. Briefly, there is a push factor as investors are forced out of low-yielding cash, and a pull factor as the present value of future cashflows from risky assets appear to 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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