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초등학교만의 문제일까? 물론 아니다. 올해 세종시에 문을 연 다른 신설학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세종교육청이 학교별로 지급하는 도서구입비를 크게 줄인 탓이다. 그렇다면 세종교육청은 왜 도서구입비를 줄일 수 밖에 없었을까.
시교육청 올 예산, 전년 대비 3300억 원 '싹둑'… 교육사업 '빈곤'
세종시교육청의 올해 예산은 5322억 원으로, 지난해 8657억 원에 비해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감축예산의 대부분은 유치원을 포함한 27개교의 신설비용이 올해 개교와 함께 일몰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매년 학교가 신설되는 세종시의 특수성이 반영된 구조다. 올해 총 예산에도 시설비(2423억)가 45%나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그 외 인건비, 학교 및 기관운영비, 교육사업비 등에 필요한 예산도 대폭 감소했다는 점. 지난해에 비해 운영 및 사업비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 300억 원이 교육부의 칼질에 잘려 나갔다.
이로 인한 부작용이 교육현장에 반영되고 있다. 교육시설에 집중투자 해야 하는 시교육청의 여건상 다른 교육사업이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학부모회 활성화 지원사업을 들 수 있다. 지난해 대상학교가 49곳에서 올해 65곳으로 늘어났지만 예산은 1억 6400만 원에서 8600만 원으로 반토막 났다.
학부모회는 법정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와 달리 자율적으로 구성되는 단체로, 자녀와 함께하는 동아리나 봉사활동, 재능기부 등 학교 밖에서 교육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교육청 입장에서는 든든한 동반자의 성장이 늦어지는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교당 도서구입비 2년 전 3700만 원 → 올해 2000만 원 '반토막' 수준
특히 도서실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직접 이용하는 시설이기에 체감할 수 있는 예산부족의 영향이 크게 다가온다. 시교육청은 올해 신설교 27곳(유11, 초7, 중4, 고5)에 도서구입비 5억 3000여만 원을 지급했다. 학교당 2000만 원(유치원 1500만 원) 꼴이다.
2013년에는 8개교(유2, 초2, 중2, 고2)에 3억 원을 지원해 학교당 3700만 원, 지난해에는 15개 학교(유6, 초5, 중3, 고1)에 5억 5000만 원을 지원해 학교당 3600만 원이 돌아갔다. 감소 폭이 유독 심했다. 거기다 적정 도서 배치를 위해 필요한 예산이 1억 원 정도라고 하니 단순 수치상으로만 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강해정 교장은 “책값은 덤핑할인이 금지돼 있어 인터넷을 이용해 가장 저렴하게 구입한다고 해도 권당 1만 원을 넘고 있다”며 “2~3만원 하는 책도 많고 백과사전, 전집 같은 경우 몇 십만 원씩 하다 보니 들여놓을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 했다.
시교육청 추경 예산 확보 '올인'…민간 참여 도서 기증 캠페인 전개
이에 시교육청은 우선 다음 달 예정된 추경에 지난해 수준(300억 원)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최대한 많은 예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실적으로 신설학교에 막대한 재원을 한꺼번에 지원하기 어려운 만큼, 부족한 부분은 연차적으로 채워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서효과를 보충하기 위해 스마트아이(콘텐츠 유통 플랫폼)에 탑재된 2만권 분량의 전자책을 교수학습에 활용하고, 민간차원의 도서기증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도 전개하기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감축으로 도서구입비 등 교육일선의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교육청 전체 보유도서는 63만 7000권으로 지난해 53만권보다 18% 늘긴 했지만 신설학교에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우선 4월 교육청 직원을 대상으로 책 기증 행사를 갖고 출판업체 등 민간이 참여하는 도서기증 캠페인을 전개하려 한다”고 밝혔다.
예산부족으로 텅 빈 학교 도서실.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과 교육시스템을 자랑하는 세종시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를 밝히기 위한 정부의 뒷받침과 시민의 관심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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