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0일 금요일

학교 떠난 최원식 교수 "한국현대문학사 집필 계획"/한겨레 최재봉 선임기자

http://media.daum.net/culture/book/newsview?newsid=20150409194017017

[한겨레]인하대 정년퇴직…교수생활 끝
후배학자들, 정년기념논총 2권 내
학교강의 대신 시민학교 '눈길'
"아직은 민족·민중 개념 중요…
현대문학사 가장 중요한 관점"

"계명대에서 가르치기 시작한 게 1977년이고 영남대를 거쳐 인하대로 온 게 1982년입니다. 올해로 교수 생활 38년이고 인하대에서만 33년을 근무한 거죠. 할 만큼 했으니 아쉬움은 없어요. 다만 제자들을 더 잘 챙기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네요. 워낙 바깥일들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지만, 좋은 선생은 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국문학자 최원식 교수가 지난 2월로 인하대에서 정년퇴직했다. 후배 학자들은 정년기념논총 <민족문학론에서 동아시아론까지>(창비)와 <동아시아 한국문학을 찾아서>(소명출판) 두 책을 내놓고 11일 오후 5시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정년 기념행사를 마련한다. 행사를 앞둔 최 교수를 7일 오후 서울 서교동 세교연구소에서 만나 감회와 계획 등을 들었다.

"정년을 앞두고 지난 1년은 학교 연구실을 정리했습니다. 30년 묵은 방이니 오죽했겠어요? 책이니 자료니 모두 기증하거나 버리고 몸만 빠져나오려 했는데 뜻대로 되진 않더군요. 제가 워낙 '잡학' 스타일인데다 자료에 의지해 글을 쓰는 편이니까요. 그래도 대폭 정리가 되더군요. 황순원문학상이니 대산대학문학상이니, 여기저기 걸려 있던 일들도 손을 뗐어요. 이제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이에요."

공간과 관계를 날씬하게 만든 최 교수가 우선 계획한 일은 그간 쓴 평론과 문학사론 성격 글을 모아 평론집과 문학사론집을 내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현대문학사' 집필 계획을 세워 두었다.

"어떤 형태가 될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두 가지는 확실합니다. 예전의 비슷한 책들처럼 백과사전식 방대한 형식은 아닐 거라는 것 그리고 제가 훈련받고 참여해 온 민족·민중문학의 관점에서 우리 문학을 바라보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물론 민족·민중문학이라고는 해도 가령 80년대식은 아니고, 때로는 모더니즘도 포함하는 다양한 형태일 겁니다."

정년기념논총 제목에서 보다시피 학자이자 평론가로서 최 교수의 활동을 설명하는 말 두 개가 '민족문학론'과 '동아시아론'이라 할 수 있다. 정년기념논총 역시 민족문학론과 동아시아론 두 부분으로 나누어 각각 하정일·김명환·조정환·황종연·천정환·김명인과 윤여일·이정훈·류준필·이일영·이욱연·임춘성·장즈창·백영서의 논문을 실었다. 그러나 가령 "민족문학론과 리얼리즘론의 역사적 의미를 당연히 잘 평가해야 하지만 양자를 자체로 복권·부활시킬 수는 없다"는 천정환의 지적처럼 민족문학론과 그 형식적 표현인 리얼리즘의 시효가 지났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런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현재와 미래에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까지의 한국 현대문학사를 보기에는 민족문학과 민중문학이 가장 중요한 관점입니다. 국민국가 수립이라는 근대의 요건은 우리에게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계급장'을 뗀 문학 자체를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아직은 민족·국민·민중 같은 개념을 문학 논의에서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최 교수가 1993년 봄호 <창작과 비평>에 발표한 논문 '탈냉전시대와 동아시아적 시각의 모색'은 "동아시아 담론의 포문을 열었다"(윤여일)는 평을 듣는다. 최 교수는 "민족문학론의 폐쇄성에서 벗어나 시야를 동아시아 전체로 넓혀 보자는 생각에서 동아시아론이 출발했다"며 "한반도 통일 또는 남북의 평화적 공존이라는 우리의 과제를 매개 삼아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 및 번영을 도모하자는 것이 동아시아론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년퇴직 이후 학교 강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최 교수는 그 대신 '시민학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정년을 전후해서 몇군데 강연 요청이 있어 나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우리 사회 바닥에 80년대와는 또 다른 시민학교 내지는 민중학교의 기반이 마련돼 있더라구요. 조직이나 단체 같은 게 아니라 느슨한 네트워킹 방식 학교가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장기적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거기에서 보았습니다."
최재봉 선임기자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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