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터 벤야민의 공부법 | 권용선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면서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앞으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에도 인간은 생존만이 아니라 품위 있게 살아가기 위해 공부를 한다. 북스타트란 책 읽기 운동이 있다. 태어난 아기들이 몇 개월 지나 예방접종을 맞을 때 책 꾸러미를 주면 엄마가 아기들을 품에 안고 그 책을 읽어주는 일이다. 그러면 아기는 엄마가 책을 읽거나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듣고, 손이나 입으로 책의 감촉을 느끼고, 눈으로 그 책을 보게 된다. 이렇게 온몸의 감각으로 책을 가까이 하면 일생을 책과 함께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북스타트 운동이 있는가 하면 죽을 때까지 독특하게 공부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문예이론가 발터 벤야민이다. 그의 공부의 요체는 낯섦을 통해 각성에 이르는 것이다. 낯섦을 통해 익숙한 것을 버리고 스스로 타자화되는 길을 가곤 했다. 실제로 파리와 나폴리, 모스크바의 여행길에서도 일부러 낯선 거리를 헤매곤 했다. 그래서 그는 파리 변두리에서 산책자를 자처한 보들레르와 잃어버린 기억을 호출하여 현재의 감각을 되살리려는 마르셀 프루스트, 자기의 분신으로 생각한 카프카를 스승으로 삼아 죽을 때까지 공부한다. 나도 이 책을 통해 공부법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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