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7일 월요일

“위기의 한국 구할 해법은 엄마와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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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자 김경집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문학자 김경집(56·사진) 전 가톨릭대 교수는 인문학 열풍이 부는 요즘 잘나가는 작가 겸 강사 중 한 명이다. 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에서 인간학과 영성을 가르치던 그는 25년 만에 자진해서 교단을 내려와 이목을 끌었다. 최근엔 아침 방송에서 보여준 촌철살인 입담으로 주부들에게도 익숙하다. 독특한 이력의 그가 최근 신간 『엄마 인문학』을 펴내고 “지금은 엄마들의 혁명이 필요한 시대”라고 외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엄마 혁명을 일으킬 최적기라며 대놓고 엄마들을 ‘선동’한다. 그가 혁명의 매개로 내세운 것은 인문학이다. “총체적인 위기에 빠진 한국 사회를 구할 해법은 엄마와 인문학밖에 없다”는 것이 김 교수가 내린 진단이다. 혁명의 주체로 다름 아닌 엄마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1997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한국 사회 시스템이 무너졌어요. 속도와 효율을 강조하던 시대는 가고 창조와 혁신, 융합이 중요한 시대가 온 거예요.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는 과거 방식의 교육으로 우리 아이들을 불행으로 내몰고 있어요.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소위 좋은 대학에 어렵게 들어가면 끝나는 게 아니죠. 취업준비생이 된 자녀들이 스펙을 쌓아 이른바 좋은 직업군에 속할 확률은 3%밖에 안 돼요. 엄청난 돈과 시간을 쏟아서 고작 3%라니, 이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죠. 가정의 최고경영자인 엄마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면 다 바뀔 수 있어요. 엄마들이 함께 나서야 하는 이유예요.”
엄마 혁명의 디딤돌은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문학, 철학, 역사 등을 일컫는 단어가 아니라 인간에 관한 모든 분야를 망라한 학문이다. 특히 그는 “인문학은 문학, 철학을 배우며 얻는 달콤한 지적 허영이 아니라 살 수 있는 숨구멍”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한 앎을 넘어 삶에 대한 성찰을 통해 미래를 바로 보게 하는 수단이라는 뜻이다.
“인문학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뭐지? 내 인생은 뭘까? 세상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에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구할 수 있는 수단이고, 미래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열쇠예요. 그 열쇠를 아이들에게 쥐여주려면 엄마들부터 변해야죠.” 제대로 묻고 따질 수 있어야 제 삶의 주인이 될 수 있고 그래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인문학자 김경집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그는 지난해 여섯 차례에 걸쳐 ‘엄마 인문학’ 강연을 했다. 숭실대와 서울시교육청도 참여한 강연에 200명 대상에 2400여 명이 몰려 1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응이 뜨거워 올해도 지난 4월 16일 같은 강의를 다시 시작했다. 그는 강의 내내 엄마들이 자존감을 찾고 연대하기를 강조한다. 연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엄마 자신과 우리 아이들을 위해 뜻 맞는 엄마들이 함께 책을 읽고 세상을 읽고 의견을 나누며 접점을 찾는 일이 바로 연대다. 김 교수는 세상을 바꾸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정치를 꼽았다. 엄마들도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과는 거리가 있지만 엄마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엄마 정당’도 제안했다.
“아직도 정치인 이미지가 좋거나, 잘생겨서 한 표를 준다는 엄마들이 있어요. 정치를 골치 아픈 일로 여기기도 하고요. 하지만 정치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 그동안 남의 일로만 여겼던 정치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엄마들이 모여 교육정책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에게 ‘어떤 교육정책을 펼 것이냐’고 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아볼 수도 있겠죠. 엄마들이 직접 ‘엄마 정당’을 만들어 좀 더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도 있고요.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어요.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세요. 그리고 연대하세요. 그게 바로 혁명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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