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6일 목요일

추모할 수 없는 추모사/[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 추모사]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 추모사]
추모할 수 없는 추모사
우리는 다시 팽목항입니다. 
아직도 생생하고 귀에 쟁쟁한 그날 4월16일, 그날로부터 바로 오늘이 365일째가 됩니다.
무려 1년이 되었건만 우리는 다시 팽목항에서 365일 동안 똑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배안에 사람이 있다!”
“왜 구조하지 않는 것이냐?”
“도대체 누가 책임자란 말이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똑같은 나날들이 반복되고 있을 뿐입니다.
추모란 말은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도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고 아직도 떠나 보낸 이가 없는데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그리워하라는 것인지 우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국력소진, 국론분열을 말합니다.
우리도 원치 않았습니다. 우리를 지켜주는 나라가 있고, 우리를 살펴주는 국가의 수장이 있으면 당연히 실종자의 수습과 인양,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와 안전사회를 위한 국가적 책임이 명백한 피해자 지원이 그리 늦지 않게 해결 될 것이라고 믿어 왔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국가와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끝내 직접 찾아가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다시 광화문 길거리에 주저앉게 됐습니다.
떠날 수 없는 곳, 만날 수 없는 곳에서 우리는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가족들도 우리의 생떼 같은 자식들도 늘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우리 가족들에게는 매일 같이 엄습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안하다! 찬호야. 우리 아이들아! 이 아비가 너희들에게 해줄 말이 없구나..”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것이 미치도록 무서울 뿐입니다.
구천을 떠도는 영혼처럼 매일같이 4월16일을 살아야 하는 우리는 차라리 어디론가 끌려가 두들겨 맞는 게 마음 편하다는 생각마저 합니다.
우리가 왜 이래야만 합니까?
왜?
제발 누가 답을 알려주십시오..
저는 아버지로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 어떤 고통도 두려움도 이겨내야만 진정한 부모가 되는 것이라고 느끼며 저는 성장했습니다.
열달을 품고 나와 모두에게 기쁨을 안겨준 우리의 귀중한 가족들을 지키는 것이 바로 우리 모든 국민을 지키는 길임을 또한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언정 끝까지 싸워서 이겨야만 모두를 지켜낼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철옹성보다 더욱 강력한 가족의 힘으로, 국민의 힘으로
국민을 책임지지 않는 저들이 뼈저리게 후회할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이겨 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과 가족을 만나러 다시 저 바다로 갑니다.
보고싶은 찬호야.
사랑하는 찬호야.
우리의 모든 귀한 아이들아!
선생님들!
가족들!
그리고
은화야, 다윤아, 현철아, 영인아!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권재근님, 권혁규님, 이영숙님!
걱정하지 말아라!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기필코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2학년 7반 찬호아빠 전명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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