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30일 금요일

[여적]중(僧) 정신/ 경향신문 김석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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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적]중(僧) 정신
김석종 논설위원

근현대 한국불교의 걸출한 선승인 만암 스님(1875~1957)이 갓 출가한 수산 스님(1922~2012)을 불러세웠다. “중 승(僧)자를 쓸 줄 아느냐.” “사람 인(人)변에 일찍 증(曾) 아닙니까.” “중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도 못된 것들이 중을 하면 세상이 시끄러운 법이다. 알겠느냐?” 스승의 말에 어긋나지 않게 ‘중 노릇’ 하려고 평생토록 애썼다는 말을 생전의 수산 스님에게 직접 들었다.

“‘중(僧) 정신’이 실종됐다.” 그제 대한불교조계종의 자승 총무원장이 했다는 말이다. 충남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스님과 신도 등 각계인사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다. 그는 “우리가 ‘중 정신’이 없다 보니 불교가 지난 50년 동안 사회를 위해 기여한 게 하나도 없다”면서 “어려서 출가해 정화(淨化)한다고 절 뺏으러 다니고, 은사 스님 모시고 종단 정치하느라 중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자자(自恣·불교의 참회 의식)성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조계종 총무원장의 자기 고백은 한국불교의 위기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조계종 스님들이 세속의 욕망과 물질주의에 물들어 계파정치와 돈선거, 도박 파문, 폭행 사건, 음주운전 사고 등으로 물의를 빚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출가 승려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탐진치(탐욕·화·어리석음)에 빠져서 공심(公心)과 계율을 내팽개친 결과다.

이번 대중공사(불교 전통의 끝장토론식 의사 결정 모임)는 이런 불교의 문제들을 드러내고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1962년 요한 23세 교황이 소집해 가톨릭 개혁과 현대화를 이뤄낸 역사적인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모델이라니 기대해본다. 대중공사 출범식인 이날 회의에선 ‘사찰 재정 투명화’ ‘수행 승풍 진작’ ‘불교의 사회적 역할’ 등 다양한 의제가 선정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담론만 거창한 과시적 이벤트나 ‘정치적 쇼’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스님들 각자가 만암 스님이 말한 ‘승(僧)’자의 뜻을 되새기고 실종된 ‘중 정신’부터 되찾아야 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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