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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을 위한 대안, 농사의 회복
[주장] 효율과 합리성이 아닌 사랑과 정성 집약한 농법, 존속의 힘 기른다
15.01.19 10:27
최종 업데이트 15.01.19 10:27
'일인 당 국민 소득 3만 달러, 세계 8위 무역 대국, 외환 보유액 세계 7위, 10대 그룹 사내유보금 538조.'
한국 사회의 풍요로운 현실의 단면입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비정규직 600만 돌파, 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 1위, 개인소득자 절반 연간 소득 천만 원 미만.'
풍요로운 한국 사회 이면에 있는 빈곤의 실태입니다. 빈부의 양극화 문제는 복지를 강화하고, 소득의 재분배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의 빈약한 복지 체계도 문제지만,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농업, 임업, 어업 등 1차 산업과 제조업 등 2차 산업은 물론, 기계가 대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던 노동집약적 3차 산업인 서비스 산업까지 컴퓨터의 발달로 사람의 자리를 컴퓨터가 대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신문 기사를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쓰기도 한다고 합니다. 컴퓨터가 하는 운전이 더 안전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날 한국 사회의 문제는 빈약한 복지 체계와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축소가 맞물려 일어나고 있기에 아무리 복지 체계를 잘 갖춘다 하더라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안, 농사의 회복
급격히 줄어드는 일자리 문제로 인한 사회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노동 시간 단축, '중규직' 신설 등 다양한 방식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정공법은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일자리 영역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컴퓨터가 사람처럼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성장을 하는 단계까지 가지 않는 한,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은 '생명을 키우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명을 키우는 일'은 효율과 합리성에 기초한 기계가 투입돼 불량품이 없는 획일화된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공장식 생산과는 전혀 다른 작업입니다. 생명을 키우는 일은 '효율과 합리성'이 아니라 '사랑과 정성'에 기초한 일이기에 근본적으로 노동 집약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합리성과 효율'에 기초한 기계가 할 수 없고, 사람이 '사랑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생명경제'의 영역은 '농업'과 '교육'이 아닌가 합니다. 여기에서는 '농업'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20세기 농업의 세계적 추세는 '석유 기반의 대규모 화학 농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농업'이라고 표현하긴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농사'가 아니라 '효율성'에 기초해 최대한 많은 양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공업'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농업은 사람의 노동과 정성보다는 대규모 자본이 더욱 필요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농사가 아닌 '석유 산업'의 일종인 20세기의 농업은 석유가 없으면 지속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땅의 지력을 고갈하며 농작물을 생산하는 방식이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21세기의 농업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석유 화학농법 및 유전자 조작을 활용한 이윤 극대화 방식의 공업'과 '계절의 순환과 땅의 순리를 깨친 소농들의 노동과 정성을 투입한 유기농업'이라는 두 갈래 길에 서 있습니다.
소농의 노동과 정성이 중심이 되는 유기 농업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과 농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아닙니다. 문명사적 관점에서는 계절의 순환과 땅의 순리를 따르는 유기농업은 지력을 고갈하는 방식의 지속 불가능한 공업형 농업과 달리 다음 세대에게 기름진 땅을 건네 문명이 존속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또한 소농의 '노동과 정성'에 기초한 유기농업은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기에 노동 집약적인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터전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기 농업의 확산과 발전은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농민기본소득, 한국사회와 문명사회 위기의 돌파구
문제는 석유에 기초하여 값싼 농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농업이 주를 이루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몇 곱절의 노동력이 필요한 유기 농업을 한 개인이 아무런 지원 없이 시작하기에는 매우 버겁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살림, 아이쿱 등 생협을 중심으로 유기농 농산물을 유통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일자리 축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유기 농업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농민 기본 소득은 유기 농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증폭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유기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농민 기본 소득을 제공하면 유기농 산업을 급속히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유기 농업을 처음 시작하면 석유 화학 농업에 비해 수확량도 작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기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농민 기본 소득을 제공한다면 초기의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이 되고, 많은 사람이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유기 농법의 경험이 축적되어 유기농 관련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유기농 농부들에게 지원하는 농민 기본 소득은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려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에 기반한 한국경제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농업이지만 유기농업의 활성화 없이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함을 인식하고 농민기본소득제도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논의들이 활발히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희년함께 뉴스레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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