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9일 월요일

삼례책마을, 박대헌 완주책박물관장, 호산방, 김상림목공소, 책공방, 디자인뮤지엄, 정병규 북디자인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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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 책마을은 자연과 어우러진 문화 마을이 될 것”

전북 완주에 책마을 조성 나선 박대헌 완주책박물관장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책마을이 들어선다. 올해 말 삼례읍 일대에 조성되는 책마을에는 한국학 관련 문헌들을 보관·전시하는 고서점과 헌책방을 비롯해 화랑, 북카페, 문화예술인 작업실 등이 들어선다. ‘삼례 책마을’을 처음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 박대헌 완주책박물관장(62)은 18일 “‘삼례 책마을’을 ‘제2의 파주출판단지’로 여길 수도 있지만 엄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파주출판단지가 산업적인 측면이 강한 새 책 중심의 ‘출판도시’라면 ‘삼례 책마을’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옛 서적 중심의 ‘책마을’이라는 것이다.

“삼례는 조선시대 때부터 호남 최대의 역참지(공공업무 수행을 위한 교통·통신기관)이자 드넓은 만경평야가 있는 곡창지대이지요. 동학농민운동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의 쌀을 수탈해가는 양곡창고가 있던 마을이기도 하지요.”

서울 인사동에 있는 고서점 ‘호산방’(壺山房) 대표이기도 한 박 관장은 2013년 6월 완주에 책박물관을 열었다. 고서·잡지·포스터·사진 등 수천여점의 한국 근대 인쇄자료가 빼곡하게 들어 차 있는 박물관이다. 그는 완주책박물관에서 16차례 고서대학 강의를 열었고, ‘전라도 여자’ ‘전라도길 황토길-한하운 시인을 기리며’라는 기획전도 가졌다.

박대헌 관장이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완주책박물관’ 앞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 ‘삼례 책마을’을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옛 서적 중심의 책마을’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례 책마을’ 산파역을 맡은 그는 완주책박물관과 김상림목공소, 책공방, 디자인 뮤지엄 등 현재 들어서 있는 4개동 1만1500여㎡(3500여평) 규모의 삼례 문화촌에 ‘정병규 북디자인 학교’와 고서점, 북카페 등을 유치해 7개동 1만4200여㎡(4300여평) 규모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박 관장은 지난 16일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이사장, 박성일 완주군수, 박선희·박순철 전북대 교수, 이창식 세명대 교수 등이 참석한 ‘삼례 책마을 조성과 발전방향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박물관은 ‘보여주는’ 곳입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춘원 이광수의 <무정> 초판본을 보고 ‘야, 이런 책이었네’ 하고 감동을 받게 되죠. 이런 소중한 감동들이 책을 사고파는 열린 서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삼례 책마을을 꾸며볼 작정입니다.”

박 관장은 ‘삼례 책마을’에 고서점과 새 책방을 열 계획이다. 고서점에는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급 자료’들을 비치하고, 새 책방에는 어린이 그림책, 시집과 소설, 사진·건축·공예 서적을 주제별로 분류해 놓겠다고 했다. 


“고서를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고서 속에는 전통문화의 뿌리가 담겨 있지요. 국내에 양주가 언제 들어왔는지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1653년 하멜이 제주도에 표류해 조선 관군에 붙잡히자 내놓은 것이 네덜란드산 적포도주였지요. 그게 국내에 처음 들어온 서양술입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이 모두 고서에 기록돼 있습니다.” 

동국대 정보산업대학원 신문방송학과를 나온 그는 국내 대표적인 고서 전문가이자 서지학자다. 고교시절 수주 변영로의 수필집 <명정(酩酊) 40년>을 구하기 위해 청계천 고서점을 뒤지면서 고서적 수집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정지용의 <지용시선>, 임화의 평론집 <문학의 논리> 등 희귀고서 수백권을 모은 그는 1983년 고서점 호산방을 차렸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역사와 문학 관련 서적을 주로 수집해온 그는 고서에 처음으로 가격정찰제를 도입하고, 인터넷에 도서 목록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1996년 펴낸 <서양인이 본 조선>은 출판문화대상을 받은 역저로 평가된다. 강원 영월에 1998년 국내 최초로 책박물관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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