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노르웨이에서 묻다 … 풍요와 행복은 왜 다를까
[중앙일보] 입력 2015.01.24 00:34 / 수정 2015.01.24 00:44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토마스 휠란 에릭센 지음
손화수 옮김, 책읽는수요일
382쪽, 1만5000원
1인당 국민총소득(GNI) 10만2610 달러(1억1100만원), 유엔개발계획(UNDP)이 산출하는 ‘인간개발지수’ 세계 1위, 영국의 레가툼 연구소가 경제력·시민 자유도·국가 운영 상태·사회 인프라를 종합해 발표하는 ‘가장 살기 좋은 나라’ 평가에서 6년 연속 1위 …. 노르웨이 이야기다. 지구상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그런데 영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새로운경제재단(NEF)이 발표하는 ‘국민행복지수’ 순위에서 노르웨이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지난해 순위는 29위다. 1위는 남미의 코스타리카. 이 나라의 1인당 GNI는 9550 달러. 노르웨이의 10분의 1도 안 된다. 국민들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도와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객관적 조건이 정비례 관계가 아니라는 의미다.(참고로 한국은 1인당 GNI 2만5920 달러에 국민행복지수 순위는 63위다.)
가장 풍요로운 나라 노르웨이에서 왜 많은 사람들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고, 또는 불행하다고 느끼느냐는 문제 의식에 의해 이 책이 쓰여졌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대표적 인문학자에 속하는 오슬로 국립대학의 토마스 휠란 에릭센 교수(사회인류학 전공)는 “이처럼 많은 것을 소유하고, 이처럼 높은 평균 수명과 이처럼 큰 선택의 자유와 이처럼 자유로운 활동을 할 가능성을 누리기는 인류 역사상 최초다. 그런데 도대체 행복을 느끼기 위해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는 ‘물질적 풍요의 한계효용’으로 풍요와 행복감의 불일치를 설명한다. 소득이 높아지면 삶의 만족도가 커지지만 필수적인 것들을 모두 손에 넣을 정도가 되면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희망’이 행복감을 구성하는 주요 원천이라고도 한다. 바랄 것 없이 모든 것이 완벽한 세상인 천국에서는 행복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그가 결론적으로 제시하는 행복의 조건은 자기도취와 자기희생, 평등과 경쟁, 안정과 자유, 금욕과 즐거움 사이에서의 균형, 주변 사람과의 신뢰 등이다. 당연하고 뻔해 보이지만, 대개 진리는 그렇다.
한 가지 밝혀둘 점은 저자가 독자로 염두에 둔 사람들은 ‘저녁으로 뭘 먹을까, 다가오는 휴가에는 어디로 갈까’가 주요 고민인, 물질적 풍요의 한계효용을 실감할 수 있는 ‘국제 중산층’이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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