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와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한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 명사 100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에게 미래에 어떤 역량이 중요하냐고 묻자, 5가지 역량에 응답이 집중됐다. 창의력(29명ㆍ중복응답포함)과 인성(28명), 융복합능력(26명), 협업역량(26명), 커뮤니케이션능력(18명)이 그것이다.
대학이 사라진다는 관측은 다시 말하자면 지금까지 대학이 이러한 미래 역량을 기르는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앙일보가 인터뷰한 100명의 리더 중 대학을 실제로 이끌어온 전·현직 총장과 부총장, 원로급 교수들은 ‘기존 대학 체제의 파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려면 기존 교육 시스템은 완전히 바뀔 수 밖에 없다. '3S 교육' 체제에서 대학은 대학이 정한 시간, 장소에서 일정한 코스를 완주한 학생에게 '학위'를 준다. 그러나 '3A 교육' 체제에서는 대학이 학위를 독점해야 하는 근거가 희박해진다. 조 교수는 ”교과목 중심이 아니라 어떤 경험을 하느냐를 중심에 두고 교육 과정을 디자인해야 한다. 자격증과 학위의 독점 체계를 대폭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이 맞닥뜨릴 또 하나의 위기는 바로 '교수 권위'의 하락이다. 교수들만이 가지고 있었던 지식이 이제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되고, 나아가 인공지능이 개별 교수 이상의 지식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김우승 한양대 ERICA캠퍼스 부총장은 교수의 학문적 비교 우위가 사라지는 시대가 오면서 수업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에는 지식의 접근에 제약이 있어 교수가 우위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선 학생이 주체가 되어야 하고, 한 사람의 지식이 아닌 여러 사람이 협업해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교수가 지식을 전달하는게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치는 문제만 제시하고 학생이 해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호성 단국대 총장은 대학 교육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예견한다. 그는 "어떤 메가트렌드가 닥치더라도 인재를 기른다는 의미의 교육이 사라질 수는 없다. 다만 교육과정과 여건이라는 하드웨어는 필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도 "4차 혁명은 새로운 기회다"고 말한다. 그는 "단순 노동이 감소하고 일자리의 심각한 불균형을 불러오겠지만,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겨나는 것이 혁신의 본질"이라며 "생겨날 일자리를 대비한 교육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라지지 않기 위해, 대학은 무엇부터 해야 할까. 많은 총장들과 교수들은 그 첫걸음으로 '교과(전공) 장벽의 철폐'를 꼽았다.
행정학 분야의 권위자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맞게 인간을 무장시키려면 기존 교육으론 어림도 없다"고 일갈한다. 그는 교과목의 칸막이를 무너뜨릴 것을 요구했다. "수학Ⅰ과 수학Ⅱ의 구분같은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법학교육 또한 실정법과 판례에 묶일 게 아니라 스토리 텔링으로 인간과 사회, 과학의 변화를 이해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라며 종합적이고 상상력과 창의력에 중점을 둔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대학은 과목에 집착을 버리고 자유전공을 더 널리 보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출처: 중앙일보] "2030년 대학 절반이 사라진다"…한국 대학 몰락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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