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
요시카와 히로시 지음, 최용우 옮김| 세종서적 |228쪽|1만4000원
“인간의 유구한 역사를 돌이켜보면 시대에 따라 인구는 급격히 증가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총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인구절벽은 재정 악화, 지방소멸, 소비절벽, 노인 빈곤, 노인범죄 등을 일으킨다. 심지어 나라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인구절벽이 경제위기의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대전제가 틀렸다면 어떨까?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요시카와 히로시는 ‘인구는 경제를 좌우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단지 인구 감소 현상만으로 경제가 망할 것이라는 예측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단순히 이론적 반박이 아닌 각종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과 인구의 관계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 세계 각국의 인구 변동, 인구와 GDP의 추이, 인구와 수명의 관계 등 실질적 데이터를 통해 인구가 경제와 무관하다는 걸 보여줬다. 또 애덤 스미스, 맬서스 등 경제학자들의 인구 이론과 AI(인공지능)의 발달, 일본 고도성장의 요인 등을 다루며 인구와 경제와의 관계를 고찰했다.
현재 지구촌은 폭발하는 인구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급격한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산업혁명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18세기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은 인구를 생산과 부 창출의 주된 요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맬서스는 식량이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인구를 억제하지 않으면 빈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20세기 초 세계 대전으로 사회질서가 붕괴하고 인구가 감소하자, 케인스는 인구 감소가 수요 부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제 불황을 일으킨다고 경고했다. 오늘날 케인스의 주장대로 한국과 일본, 서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저출산·고령화를 겪으며 암울한 미래를 예상한다. 이처럼 인구를 둘러싼 시각은 시대별, 지역별로 이견이 있었다.
저자는 인구 감소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경제 성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전후 일본의 경제 성장률과 인구 증가율을 내세웠다. 고도성장기(1955~1970)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10%에 육박하다가 석유 파동(1973~1974) 이후 4%로 떨어졌다. 하지만 인구 증가율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당시 고도성장을 이끈 것은 노동력 향상과 수요 증대 등 여러 사회적 요인이었다. 이는 노동 인력이 줄어도 노동 생산성이 올라가면 경제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 생산성은 AI의 등장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인간의 힘에만 의지해야 했던 일이 불도저가 나타난 후 노동 생산성이 높아졌듯, 기계화는 인간의 모든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의 이익을 증진하고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인구 감소는 수명과도 관련이 있다. 다윈의 ‘종의 기원’ 이후 식량이 늘어나면 생물의 수가 증가한다는 게 상식이 됐지만, 실제로는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수명 연장도 두드러졌다.
저자는 경제 성장이 어떤 의미이고, 끊임없이 경제 성장만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인지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문제는 인구 감소, 고령화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인구가 줄어들더라도 이노베이션(기술혁신)으로 1인당 소득과 노동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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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9/2018010902614.html?main_hot3#csidxb89de0ddb38a8dfa6fa7253413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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