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100회라도 쓰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1천 회에 이르렀네요.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다산의 희망처럼 공정하고 청렴한 세상이 돼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그런 사회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 연구가이자 고전 전문가인 박석무(76)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2004년 6월 1일 집필을 시작한 칼럼 '풀어쓰는 다산이야기'(이하 풀쓰)가 다음 달 말이면 연재 1천 회를 맞는다.
박 이사장은 첫 칼럼에서 "청렴하고 깨끗한 공직자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고,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백성이 큰소리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산의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쓰려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칼럼 1천 회를 목전에 둔 지금, 한국 사회는 10여 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박 이사장은 최근 중구 서소문동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아직도 쓸 내용은 있다"며 "완전히 좋은 세상이 올 때까지는 기력이 허용하는 한 (풀쓰를) 계속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약 40만 명이 받는 풀쓰는 다산 정약용의 지혜와 사상을 소개하고 교훈을 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주 5회씩 연재됐으나, 지금은 매주 월요일에만 발신된다. 그 대신 초창기에 원고지 4매 안팎이던 분량은 7매 정도로 늘었다.
지금도 원고지에 펜으로 글을 적는 박 이사장은 "처음에는 길면 사람들이 안 읽는다고 해서 짧게 썼는데, 압축해 쓰느라 힘들었다"며 "칼럼 분량은 7매가 딱 적당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박 이사장은 1971년 전남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다산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국회의원과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한국고전번역원장 등을 지내면서도 다산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다산이요? 천재죠. 그냥 천재가 아니라 엄청나게 부지런한 천재였습니다. 그가 펴낸 책이 500여 권입니다. 당대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통용되는 글을 남겼다는 점에서 위대한 학자라는 데 이견이 없죠."
올해는 정약용이 지방 수령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정리한 책인 '목민심서'(牧民心書) 저술 200주년이 되는 해다. 박 이사장은 풀쓰 외에도 분량이 방대해 일반인들이 쉽게 읽지 못하는 목민심서를 해설한 글을 잡지에 연재할 예정이다.
그는 "목민심서는 당시 쌓이고 쌓였던 적폐를 청산하자는 제안을 담은 책"이라며 '율기'(律己·자신을 다스림), '봉공'(奉公·나라와 사회를 위해 힘씀), '애민'(愛民·백성을 사랑함)이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이어 다산이 거듭 말했던 것이 공정과 청렴을 뜻하는 '공렴'(公廉)이라면서 정약용이 환생한다면 공직자에게 '공정하고 청렴해야 한다', '애국자가 돼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한다' 등 세 가지 사항을 당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와 사회는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약자를 위해 존재한다"며 "먹을거리가 떨어진 사람을 키워주고 힘없는 사람을 붙들어주는 것이 국가"라고 주장했다.
"다산은 '목민관이 밝은 정치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백성이 자기 자신의 신변 안위에만 꾀가 많아서 관의 잘못을 보고도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잘못되면 주민들이 항의해야 합니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가 잘못된 관행을 바꾸는지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지난 22일 996회 칼럼에서 다산이 둘째 아들 학유에게 보낸 글을 인용한 뒤 절망의 늪에 빠지지 말고 달관의 경지에 이를 것을 권했던 박 이사장은 풀쓰 1천 회에서 목민심서를 소재로 글을 쓸 계획이다.
"독자들에게 목민심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설명하려고 합니다. 왜 목민심서에 관심을 두고 다산의 사상을 알아야 하는지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칼럼과는 별개로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요. 다산이 항상 강조한 것이 독서입니다. 많은 사람이 책 읽는 습관을 들여야 좋은 세상이 옵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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