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0일 수요일

최저임금 갈등의 진실은/이재덕 이유진 선명수 노정연·최민영·주영재·박용하 경향신문 기자


경향신문] ㆍ뛰는 보증금, 높은 가맹점비…모든 부담 짊어진 점주
도모씨(33)는 지난해 5월 서울 마포에 46㎡(약 14평) 남짓 되는 작은 상가를 임차해 고깃집을 열었다. 월세는 260만원. 세가 비싼 편이었지만 테이블 8개가 모두 차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의 시급은 1만원으로 책정했다. 도씨는 “나도 공사장 인부부터 자동차 정비, 엑스트라 단역도 해봤다. 시급이 높아지면 일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열심히 하게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원자가 몰렸다. 30명 중 추려 같이 일하고 싶은 아르바이트 노동자 2명을 구했다. 이들은 각각 평일과 휴일에 5시간씩 일했다. 그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일을 잘했다. 손님들에게도 밝게 대하고 무엇보다 능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초기 매출은 월 900만원이었다. 식자재 비용, 인건비, 월세 등을 제하고 나니 손에 쥐는 돈이 월 150만원 수준이었다. 월세와 인건비가 부담됐지만 입소문이 퍼져 자리만 잡으면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인근 지역 음식점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월 매출액이 6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출액에서 43%를 차지하는 월세를 건들 수는 없었다. 도씨는 시급을 8000원으로 내렸다. 도씨는 “임대료는 건물주가 하는 일이니 손을 댈 수 없고 결국 조정할 수 있는 건 인건비밖에 없었다”고 했다. 도씨는 그래도 힘들어 아르바이트생을 1명만 고용해 일주일에 이틀만 하루 5시간 일하도록 했지만 은행 대출금 이자를 갚고 나면 사실상 적자가 됐다. 도씨는 최근 가게를 내놓았다.
올해 16.4% 인상된 시간당 최저임금(7530원)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해고하는 등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향신문이 9일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 납입금 등이 과도한 상황에서 영업이 어려워지면 할 수 있는 일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을’(자영업자)과 ‘을’(노동자)이 부담을 떠안아 ‘갑’(건물주와 프랜차이즈 본사)을 지탱해 주고 있는 형국이다.
박모씨(45)는 지방의 한 중소도시에서 10년째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을 열었을 당시에는 인근에 커피전문점이 없었는데 지금은 도보로 10분 거리에 5곳이 영업 중이다. 매출은 매년 줄어들어 현재 월 1800만~2000만원 수준이다. 반면 임대료는 껑충 뛰었다. 보증금 1억원에 월 200만원이던 임대료는 몇 년 전 보증금 1억8000만원에 월 330만원으로 올랐다. 박씨는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아 겨우 보증금을 채웠다.
회사에는 로열티와 재료값을 지불한다. 이렇게 나가는 돈이 매출액의 30%, 매달 600만원이다. 박씨는 “우유 가격이 다른 커피전문점에 비해 높게 책정돼 있는 등 필수품목이라는 명목으로 구입해야 하는 것들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본사에서 진행하는 할인행사에도 점주가 일부 금액을 부담한다. 남는 돈으로 전기료, 보안서비스비, 보험료 등도 지출한다.
박씨가 이런 ‘고정비용’을 지출하고 나면 남는 건 인건비다. 박씨 매장에는 매일 2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일을 한다. 박씨는 지난달 450만원을 인건비로 지출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달부터는 70만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그는 “아르바이트생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대신 내가 뛰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편의점을 하는 이모씨(38)는 2014년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매출액이 월 5200만원 수준이었다. 2년 전 인근에 같은 브랜드 편의점이 문을 열더니 지난해에는 그 옆에 또 다른 편의점이 생겼다. 이씨는 “편의점이 하나 생길 때마다 매출액이 하루에 20만~30만원씩은 빠진다”고 했다. 이제는 월 매출액이 4000만원으로 줄었다.
편의점 본사는 월 매출액 중 75%를 물품비로 빼간다. 이씨와 본사는 나머지 25% 매출액을 7 대 3 비율로 나눈다. 본사가 가져가는 30%는 ‘로열티’다. 카드수수료로 빠져나가는 금액도 100만원에 달한다. 이씨 역시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이다. 이씨는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이 부담이라 시간을 쪼개 초단시간 근무자를 쓰기 시작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내가 일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편의점을 지킨다. 이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본사가 전기료를 일부 지원해주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부담을 점주가 짊어지고 있다”며 “카드수수료 인하, 본사 납입 비율 축소 등 비용을 분담할 수 있는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중소도시에서 10년째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권모씨는 한 달 매출이 3000만원이다. 로열티는 따로 없지만 본사가 재료비 명목으로 매출액의 60%를 가져간다. 임대료는 월 400만원이다. 그는 “임대료가 2년에 한 번씩 오른다. 여기서 더 오르면 도저히 장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씨 빵집은 평일 오전 1명, 오후 1명, 주말 1명 등 총 3명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고용했다.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이달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는 60만원 늘어난 270만원이다. 권씨는 “주휴수당까지 포함되면 여기에 54만원이 추가된다. 재료비에 임대료를 빼고 나면 정말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출처 http://v.media.daum.net/v/20180109223138230?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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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시급 8500원 아르바이트생
“최저임금이 오른다는 건 저희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생기는 거예요.”
서울 영등포구의 한 만둣국집에서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가영씨(22·가명)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김씨는 지난해 7월부터 시급 8500원을 주는 이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김씨의 시급은 올해 최저임금인 7530원보다 970원 높다. 주 5일 하루 5시간씩 일하고 월 약 90만원을 번다. 최저임금보다 월 10만원 정도를 더 받는 셈이다.
2015년 대학에 입학한 뒤로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온 김씨는 이전까지는 최저시급을 받고 일했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주 2일, 하루 7시간씩 일하고 한 달 평균 35만원을 벌었다. 김씨는 “자취를 시작하면서 한 달에 생활비가 50만~60만원이 들었다”며 “생활비가 모자라 남는 시간에 또 다른 알바 자리를 구해 부족한 돈을 메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르바이트 2개로 주 5일을 일해도 한 달에 90만원을 채 벌지 못했다.
최근 들어 임금이 조금 높아지면서 김씨의 생활은 어떻게 변했을까. 김씨는 “우선 남는 시간에 일할 자리를 따로 구하지 않아도 돼 내 시간이 생겼다”고 했다. 저축도 시작했다. 김씨는 “지금은 생활비 외에 월 평균 30만원씩 저축할 여유도 있다”며 “이 돈으로 취업준비도 하고 학비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먹고살기 급급하던 현실에서 미래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김씨의 사정은 나아졌지만 최저임금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친구들은 여전히 많다. 김씨는 “얼마 전 한 친구가 나에게 밥값을 빌려달라고 했다”며 “이 친구는 나보다 오랜 시간 일하지만 벌이는 더 적다”고 했다.
김씨는 “최저임금 인상 전에도 알바생들은 늘 먼저 내쳐지는 신세였다”고 말했다. 그는 “가게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예고 없이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하거나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알바생들이 쫓겨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 자체가 그동안 우리 위치가 얼마나 불안정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김씨는 “알바생에게 임금은 희망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말한다. 그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던 시절엔 일자리에서 쫓겨나면 당장 다음날 먹을 걸 걱정해야 했다”며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이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설령 여기서 쫓겨난다 해도 생활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http://v.media.daum.net/v/20180109221323060?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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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임대료·로열티 등은 ‘고정값’…인건비, 적게는 10% 안팎 불과
ㆍ‘점주·노동자 갈등’ 구조 아닌 자영업·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필요
올해 들어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을 놓고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속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와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등 고질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최저임금만을 고용 축소 등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가 임대료 등 불로소득에는 관대하면서 노동소득에는 인색한 풍조가 소상공인 대 최저시급 노동자 간의 ‘을과 을의 전쟁’으로 변질돼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는 모두 569만7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674만명)의 21.3%에 달한다. 이 중 직원이 한 명도 없는 ‘나홀로 사장’이 413만7000명으로 10명 중 7명꼴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자영업자의 3분의 2 이상이 피고용인이 없는 데다 자영업 비용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적으로 15~2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나 일자리 감소는 상당 부분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상가 임대료나 프랜차이즈 관련 비용이 자영업자들이 고질적으로 직면한 문제인데 최저임금만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단순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부분이 ‘생계형 창업’으로 은퇴나 실업 이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뛰어든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시장 과포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최근 2년 이내에 자영업에 뛰어든 10명 중 3명은 종잣돈이 500만원도 안될 정도로 영세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창업 이후 3년 뒤 평균 자영업 생존율은 37%에 그친다. 특히 이런 영세 자영업은 요식업 등 경쟁이 심한 업종에 쏠려 있고 자본이나 기술력 없이 저임금 노동에만 의존해 매출이 줄면 인건비부터 손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자영업은 많이 창업하고 많이 폐업하는 ‘다산다사형’ 구조여서 일자리 감소가 최저임금 인상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업종 쏠림과 과당 경쟁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최저임금 지급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에는 고용정책 등 별도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퇴출이 자영업 과당 경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에서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갈등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저임금에 의존하는 자영업과 중소기업이 과당 경쟁을 벌이는 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는 해결되기 어렵다”며 “구조조정 충격을 완충하려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아니라 이를 상쇄할 만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http://v.media.daum.net/v/20180109221324063?f=m&rcmd=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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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편의점업계 전기료 지원 등에 점주들 “핵심 빠진 생색내기”
ㆍ정부·공공기관 대책도 제자리
경제계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축과 매출 타격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상생 경영’을 내세우는 대기업들이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뒷짐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소득 증진→소비 촉진→기업이익 상승으로 대기업 역시 이득을 보지만 부담을 나누는 데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9일 경향신문이 최저임금 인상 관련 업계 움직임을 살펴본 결과 기업 대다수는 관련 대책 또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거나, 내놓은 상생안도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와 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분야 표준계약서’를 발표한 지난 8일 관련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을’인 납품업체가 임금 인상 등으로 공급원가가 올라가는 경우 대형 유통업체 등 ‘갑’에게 제품 가격 등을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화한 표준계약서를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등 5개 분야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통기업들은 기존에도 협력사가 원가 인상 등의 요인이 있을 경우 납품가에 반영해왔다는 입장이어서 적극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저임금 상승 영향이 큰 업종으로 꼽히는 편의점업계는 발빠르게 대책을 내놓은 편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지난해 7월 말 점포별 최저수입보장 규모를 연 5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인상하고 심야영업 전기요금 100% 지원안 등을 포함한 상생안을 내놓았고,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역시 점포별 월 최소보장금액 최대 120만원 인상안을 담은 ‘가맹점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상생 협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핵심은 빠져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게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인건비 직접 지원’ 및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수익배분율 조정안이 빠져 있어 체감도가 낮기 때문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가맹본부 측이 내놓은 상생 지원금액이 당장 점주들이 혜택을 보기 힘든 점포운영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다 신규 점포 지원에 집중돼 있어 기존 점포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러한 지원책이 신규 출점 경쟁을 심화시킬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상생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대기업들은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보이고 있는 전자·통신업계는 최저임금과 관련한 협력업체 지원책이 사실상 전무하다. 하청업체가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기존 상생 방안을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만 되뇌고 있다. 대기업들은 “최저임금 자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1~2차 협력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 간사는 “최저임금 관련 이슈가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의 대결 측면으로만 부각될 뿐, 직접적 이득을 보고 있는 재벌 대기업과 가맹본부는 논의에서 제외돼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움직임도 더디기만 하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오를 수 있는 노무비에 대한 대책 마련 속도는 느리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앞둔 지난해 말에야 공공입찰 사업의 노무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노무비를 산정하고, 계약금액을 조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건설 공기업들은 적정 임금을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적정 임금의 개념을 두고는 관계부처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출처 http://v.media.daum.net/v/20180109221323062?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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