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락방 이야기>는 짧지 않은 시간 단단하게 쌓인 결실을 전시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다락방을 오갔던 회원과 비회원 11명의 소소한 추억으로 시작해 여이연의 철학과 강좌, 그간 해왔던 세미나와 출판 기획들을 각각의 장에서 간결하게 소개한다. 마지막 장에서 임옥희와 고정갑희, 문은미, 박이은실, 나임윤경, 나영 등이 나눈 20주년 기념 좌담이 흥미롭다.
임옥희 이사장은 최근 등장한 페미니즘 물결에 대해 “자칭 영-영페미니스트들은 여자만 안고 간다는 소리를 서슴없이 한다. 그런데 저렇게 무책임하고 무모한 소리를 할 수 있는 용기가 어디서 나오나, 시원하게 저런 식의 말을 얼마든지 내뱉을 수 있는 친구들이 하는 운동이라는 것이 그 이전 세대, 뭐든 굉장히 조심스럽고 순치되고 끊임없이 남성의 시선을 내 안에 내재화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들하고는 다르다”는 생각을 솔직하게 피력했다. 고정갑희 교수는 “뉴페미들의 대중적 등장 속에서 (…) 그동안 축적된 페미니스트들의 고민들을 어떻게 전달하고 대중적인 만남으로 바꿀 수 있는지, 이것이 여이연의 화두가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고민은 여이연의 <여/성이론> 2017년 겨울호 기획특집 ‘페미니즘 트러블; 매체, 주체, 논쟁’에도 담겼다.
이 가운데 이른바 ‘메갈리아 논쟁’의 중심에서 커뮤니티의 명멸을 온몸으로 체험한 넷페미니스트 홍혜은의 글 ‘분절될 수 없는 것들: ‘넷페미’와 ‘꿘페미’(운동권 페미니스트)의 이항대립을 넘어서’가 특히 눈길을 끈다. 2015년부터 페이스북 그룹을 운영하는 ‘넷페미’로 활동하며 메갈리아 담론에서 파생된 소수자 혐오를 비판했다가 이른바 ‘진짜 페미니즘’ 논쟁에 휘말리며 ‘메갈’과 ‘반메갈’의 집단적 공격을 받았던 사건의 진행을 담담히 기술했다. 글쓴이는 하나의 정리된 결론을 도출하지는 않지만 온라인 공간의 가능성은 오프라인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할” 것이라고 세대간, 다양한 층위간의 좀 더 강력한 소통과 연대의 희망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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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26620.html#csidx38caca958672b3498341c8be24db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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