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한·중·일 갈등 닮은꼴…갑오년 ‘역사의 진보와 순환’
지난달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동아시아의 새해를 특징짓는 표지적 사건이다. 아베 총리는 올 들어 잇따라 태평양전쟁의 싸움터였던 남태평양제도를 순방할 것이라고 한다. 그의 행보로 미루어볼 때 일본이 장차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해석을 바꾸고,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가속화할 것은 불 보듯하다.
중국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획정하며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자 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해 견제에 나섰던 미국은 ‘신사참배’라는 아베 총리의 돌출행동에 실망과 함께 놀라는 표정이다. 그렇다고 일본 우경화와 군사대국화를 용인하며 중국을 견제해온 ‘미·일 동맹’ 관계가 느슨해질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한반도이다. 한국은 중국과는 이어도가 포함된 동중국해를 놓고 영유권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과는 독도 분쟁뿐 아니라 신사참배·위안부 문제와 같은 역사 전쟁을 치러야 할 처지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이후에도 대비해야 한다. 장성택 처형 이후의 북한 움직임도 주시해야 한다. 동아시아 정세는 무질서를 넘어서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역사·영토 문제에 군사력 경쟁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이 중첩되는 양상이다.
2014년 갑오년을 맞아 120년 전 또 하나의 갑오년을 떠올리는 것은 갑오농민운동과 청일전쟁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의 동아시아 정세가 오늘날과 놀라우리만치 유사해서이다. 한·중·일 삼국이 다투고 있는 배타적 경제수역과 방공식별구역은 120년 전 일본이 내세웠던 주권선과 이익선을 떠올리게 한다. 청일전쟁을 종식시킨 시모노세키조약은 센카쿠열도를 일본에 편입시키며 중·일 영토분쟁의 씨앗을 뿌렸다. 반성과 사죄를 외면한 채 과거 전쟁터를 순방하겠다는 아베 총리는 청일전쟁을 지휘한 이토 히로부미의 또 다른 모습이다. 중국은 100여년 전 참패한 북양함대의 교훈을 딛고 핵잠수함을 건조해 태평양을 넘보고 있다.
역사는 궁극적으로 진보한다. 그러나 어느 국면에서는 순환하기도 한다. 2014년 새해에 보는 동아시아가 그렇다. 120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오늘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 2014년의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 일본에 끼인 샌드위치라면, 120년 전의 한반도는 청·일의 전쟁터였고, 수시로 미·영·독·불의 간섭을 받았다. 열강의 각축에 전혀 자구책을 갖지 못한 조선의 무능함은 미·중 경쟁과 일본 팽창 전략에 끼여 갈팡질팡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과 다르지 않다. 경향신문이 새해에 ‘1894 vs 2014, 갑오년의 동아시아’를 기획한 것은 120년 전의 갑오년을 통해 오늘을 비춰보기 위해서이다. 동아시아를 격랑으로 몰아넣었던 120년 전의 갑오년은 방공식별구역, 독도, 북방한계선(NLL), 센카쿠 영유권 논쟁에 휩싸여 있는 2014년 한반도의 거울이다.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010020105&code=2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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