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에서 ‘서울숲 리빙 라이브러리-어울림’ 행사가 열리던 지난 2일 학생들이 ‘사람책’을 만나고 있다. 서울숲사랑모임 제공
서울숲에서 ‘서울숲 리빙 라이브러리-어울림’ 행사가 열리던 지난 2일 학생들이 ‘사람책’을 만나고 있다. 서울숲사랑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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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사람책도서관
“리더십 강사 박재진 사람책이 기억에 남아요.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직업 관련 이야기도 해줬지만 어떤 어려움을 겪고 지금까지 왔는지 인생 이야기도 많이 들었거든요.”
서울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이하 ‘한대부고’) 2학년 홍지선양이 지난 2일, ‘서울숲 리빙 라이브러리-어울림’(cafe.naver.com/seoullivinglibrary)에서 만난 ‘사람책’ 이야기를 꺼냈다. 서울숲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약 60명의 독자가 참여해 10명의 사람책을 만나는 식으로 진행됐다.
사람책이란, 사람이 직접 책이 되어 독자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 정보, 노하우 등을 이야기해주는 독서 프로그램이다. 독자들은 도서관 등에서 준비한 사람책 목록을 살펴보고 읽고 싶은 사람책을 선택해 사람책과 50분 동안의 대화를 나눈다. 보통 4~5명이 한 그룹이 되어 한명의 사람책을 만난다. 사람책은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아베르겔이 2000년 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선을 보인 뒤 ‘Living Library’(리빙 라이브러리)라는 이름으로 전세계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진로가 불확실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청소년,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사람책 이용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숲 리빙 라이브러리의 경우 학생들이 직접 기획을 한다. 2011년 서울숲에서 사람책을 처음 기획했을 때 한대부고와 행당중학교 독서동아리 학생들이 독자로 활동했던 걸 계기로 한대부고 학생들은 행사 2회부터 ‘리빙 라이브러리’라는 동아리를 만들고 기획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5월과 10월 1년에 두번 열리는 행사에선 서울숲사랑모임이 조언과 도움을 주긴 하지만 기본적인 기획부터 섭외, 진행 등은 학생들 몫이다.
기획단 단장인 홍양은 “경찰관이나 소방관 등 일상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직업인이지만 얘기 나눌 기회가 없었던 분들의 일 이야기, 사는 이야기 등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어릴 때 방황도 많이 했고, 고민도 많았습니다. 제가 찾은 해결책은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하는 거였어요. 그러다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라는 책을 만나게 됐죠. 저처럼 방황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동기를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사람책도서관을 열었습니다.”
이야깃거리 있는 사람이 책이 되어
자기 지식·경험 들려주는 프로그램
말못할 고민 많은 청소년층에 인기
‘관계의 힘’ 키우고 심리 치유 효과도
2011년 대구에 ‘사람도서관 아울러’(cafe.daum.net/Smallsteps)를 연 박성익 대표는 지난해부터 대구 지역 학교 방과후학교에서 사람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도 한다. 지난해에는 4개 학교에서 진행을 했고, 올해는 경상여중, 칠곡중 등 2곳이 참여한다.
아울러의 사람책은 제작 단계도 거친다. 사람책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를 들은 뒤 머리말, 목차, 제목 등을 뽑는 등의 과정을 거쳐 사람책으로 등록을 한다. 학교로 가는 경우는 청소년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람책으로 안배를 한다. 남다른 연애사가 있는 사람, 자신만의 여행담을 들려줄 만한 사람, 과거 어려운 일을 극복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 등 사람책의 주제는 다양하다. 박 대표도 80명 사람책 가운데 하나다.
박 대표가 성인은 물론이고 청소년에게까지 사람책 프로그램을 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박 대표는 “우울증을 앓거나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사람책이 그런 친구들에게 ‘관계의 힘’을 키울 기회를 제공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흔히 아이들에게 ‘가출하지 말라’고 단편적으로 이야기를 하잖아요. 사람책을 통해 한번쯤 가출을 해봤던 사람의 진솔한 경험담을 듣고 ‘정말 그러지 말아야겠구나’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던데요. 사람책을 통해 치유하고, 힘을 얻기도 합니다.”
사람책이 되면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책이 된 사람이 얻어가는 것들도 있다. 박 대표는 “사람책으로 활동한 사람들은 이 활동 덕분에 내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선택을 어떻게, 왜 했는지 자기 삶을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고 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각종 국공립 도서관 위주로 사람책이 알려지는 중이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www.humanlib.or.kr)의 경우, 스포츠·문화·예술·정치 등 총 20개 분야에서 480여명의 사람책이 등록돼 있다. 군포시도서관(www.gunpolib.or.kr)은 내년 1월부터 사람책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612678.html?_fr=mt1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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