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7일 월요일

헤밍웨이, 하루키, 에코… 소설가를 만나다

작가란 무엇인가
파리 리뷰 인터뷰, 권승혁·김진아 옮김
다른·2만2000원

“몇 살 때 작가가 됐나요? 작가가 되었을 때 놀랐나요?”
“제가 스물아홉 살 때 작가가 되었지요. 물론 놀랐어요. 하지만 곧 익숙해지더군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2004년 미국의 문학잡지 <파리 리뷰>와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를 위해 일본 도쿄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은 이는 미국 소설가 존 레이였다. 존 레이에게 하루키는 “신체적인 강인함이 예술적인 감수성만큼이나 중요하다”며 소설을 쓸 때는 매일 달리기나 수영을 한다고 말했다.
1953년에 미국 뉴욕에서 창간된 문학잡지 <파리 리뷰>는 지난 60년 동안 윌리엄 포크너,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티븐 킹, 밀란 쿤데라 등 250여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을 인터뷰해왔다. 헤밍웨이는 생전에 “나는 <파리 리뷰>를 한 권도 빼놓지 않고 모두 갖고 있다”며 “여기 게재된 인터뷰를 엮어 책으로 펴낸다면 더없이 훌륭한 책이 될 것”이라 말했다 한다. 하여 이 인터뷰들은 여러 나라에서 여러 방식으로 묶여 나왔다. 한국에서도 80년대 말과 90년대에 출판사 책세상이 인터뷰 선집으로 펴낸 적이 있다.
2014년에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인터뷰를 묶어 내면서 출판사 ‘다른’은 고심을 했다. 우선 <파리 리뷰>에 인터뷰가 실린 250여명 중 국내에 소설이 번역돼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79명의 작가를 뽑았다. 이 명단을 들고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대학생 100여명에게 “누구를 가장 만나고 싶은가” 물었다. 그렇게 36명을 추렸다. 이번 책에는 ‘파리 리뷰 인터뷰 1’이라 표시했고 12명의 인터뷰를 담았다. 또다른 12명의 인터뷰를 담은 2권은 올해 말, 3권은 그 이후에 만날 수 있다고 한다.
1권에는 헤밍웨이, 하루키 외에 움베르트 에코, 오르한 파묵,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윌리엄 포크너,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이 중 5명의 인터뷰는 2000년대 이후의 것이다.
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로 꼽은 헤밍웨이의 인터뷰는 1958년 미국의 언론인 겸 작가인 조지 플림프턴이 했다. 헤밍웨이는 “항상 빙산의 원칙에 근거하여 글을 쓰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빙산은 보이는 것의 8분의 7이 물속에 잠겨 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안 쓰고 빼버린다 해도, 그것은 빙산의 보이지 않는 잠겨 있는 부분이 되어 빙산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작가가 무언가를 알지 못하여 안 쓰는 것이라면 이야기에는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라 했다.
추천사를 쓴 소설가 김연수씨는 10여년 전, <파리 리뷰 인터뷰>와의 만남을 추억했다. 삼십 대 초반이던 당시 “내 재능이 모두 타버리고 난 뒤의 그을음을 보고 있었다”는 그는 우연히 인터뷰집을 보고 나서야 “내가 되고자 하는 소설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단 한 번의 불꽃, 뒤이은 그을음과 어둠, 그리고 평생에 걸친 글쓰기라는 헌신만이 나를 소설가로 만든다는 것을”이라 적었다. 엄선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만남, 세심하고 치열한 인터뷰 과정, 하나의 작품을 쓰듯 정성 들인 집필의 결과물 자체를 보는 기쁨도 크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214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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