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사진)가 1960년대 중반~1970년대 중반에 창간돼 한국 문학계를 주도해온 세 계간지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 ‘세계의 문학’이 한국 문학사에서 차지했던 위상을 평가한 책을 출간했다.
<3대 계간지가 세운 문학의 기틀>(역락)에서 김 교수는 “이 세 개의 계간지의 출현은 ‘무정’ 이래의 위대한 시대를 이루어내었다. 1970년대 이래 이 나라 문학사의 기틀은 이로써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세 계간지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1970년대 한국 문학계를 3분했다.
‘창작과 비평’은 현실참여론과 민족문학론 등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비평적 논의를 선보였다. 그러나 한국 현대문학의 양적·질적 축적이 빈곤했던 탓에 창간 초기에는 창작 부문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이른바 ‘문지 4K’(김현·김병익·김주연·김치수)는 이 약점을 치고 들어갔다. ‘문학과 지성’의 창간(1970년) 및 운영을 주도한 이들은 자신들이 첫 한글세대인 ‘4·19세대’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문학의 밀도, 곧 미학적 측면”에 집중했다.
‘문지’ 그룹은 소설가 최인훈, 이청준, 김승옥, 서정인, 윤흥길, 조세희 등의 작품을 펴내며 한국 문학계에서 자신들의 발언권을 확장해나갔다.
“1970년대 이래 문학사의 기틀”이 완성되는 것은 1976년 민음사가 ‘세계의 문학’을 창간하면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세계의 문학’ 창간은 “현실참여냐(‘창작과 비평’), 내성문학이냐(‘문학과 지성’)의 긴장으로 유착상태인 문학사적 난점을 일거에 돌파한” 사건이었다. 앞선 계간지들과의 핵심적인 차이는 ‘재미’와 ‘대중성’이었다.
민음사가 소설시장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영자의 전성시대>(1974)를 통해서다. 민음사는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순수문학(내성소설)을 겨냥한 ‘문학과 지성’이나 세계성을 겨냥하며 반제국주의적이랄까, 보다 아득하고 높은 목표를 내건 ‘창작과 비평’과는 별도의 영역”을 개척했다. 김 교수는 “이 대중성을 문단에 내세우고 이를 키우고 옹호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계간지가 요망”되었다는 점이 ‘세계의 문학’의 창간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1970년대 중반에 형성된 이 같은 세 계간지의 3분 구도가 현재의 한국 문학계에서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082107185&code=960201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