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사는 3중전회에서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오늘을 만든 개혁·개방 조치는 1978년 제11기 3중전회에서 결정됐다. 사회주의시장경제라는 개념도 1993년 제14기 3중전회에서 도입됐다. 이번 3중전회에서는 ‘개혁·개방의 전면적 심화’를 선택했다. 시진핑(習近平)체제 10년을 관통할 정책 목표다.
책은 크게 △개혁이 필요한 이유 △정부와 시장의 경계 재설정 △정부와 사회의 경계 재설정 △기타 민생 문제 △개혁 저해 세력으로 구성돼 있다.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등의 베스트셀러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랑셴핑 홍콩중문대 객원교수가 최근 새 책을 내놓고 시진핑 10년을 관통하는 관전법을 설명했다. 사진 출처 홍콩 구글
저자는 3대 위기가 개혁을 강제했다고 진단한다. 첫째 위기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약 700조 원)을 방출한 데서 비롯했다. 통화팽창이 과잉 투자를 낳았고 이는 경제 구조의 왜곡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둘째 위기는 지방정부의 과도한 채무, 셋째 위기는 관료의 부패다. 그는 이 셋이 모두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지방정부가 채권 등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돈을 풀었고, 이 과정에서 관료들은 도로 등 기반시설 투자를 집행하면서 뒷돈을 받는 ‘지출 부패’ 현상을 낳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위기를 극복하고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큰 틀의 해법으로 시장과 사회에 대한 정부의 개입 축소를 제시한다. 이는 3중전회의 ‘결정문’에서 나온 정부 기능 축소 및 시장 기능 확대와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어떻게 개혁을 추진할지보다 중요한 건 누구를 개혁시킬 것인가이다. 랑 교수는 ‘5대 개혁 저해 세력’으로 △중급 관료집단 △행정 권력을 갖는 사회조직 △관상(官商)결탁형 독점산업의 이익집단 △지방보호주의 △경직된 법률·법규를 꼽는다.
랑 교수는 정부 개혁은 고위관료가 아니라 실질적인 인허가를 집행하는 중급 관료집단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중급 관료들은 언론 등 외부 감독수단까지 장악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의) 감독·감찰을 강화하기보다 감독·감찰권을 하급공무원 등 기층으로 내려보냄으로써 이들을 감시토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3중전회에서 정부의 각종 인허가권을 협회 등 사회 조직으로 이관하겠다는 방안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기존 반민반관 형태의 기구를 비대하게 만들어 또 다른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상결탁형 독점산업은 정부와 기업이 공모해 다른 회사의 시장 진입을 막고 독과점을 유지하는 산업이다. 정부가 베이징(北京) 택시를 10년 이상 6만 대로 제한하는 대신 각종 명목의 공과금을 챙기는 실태가 대표적이다.
랑 교수는 국제관계를 다루는 책에선 가끔 논리적 비약을 보였지만 이번 책에서는 중국 경제의 누적된 문제를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며 개혁의 출발점과 장애요인을 짚어냈기에 일독을 권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출처 http://news.donga.com/Main/3/all/20140118/60242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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