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선진국이 진짜 선진국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1월14일 ‘제2차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2014~2018)’을 발표했다. 92개 추진과제가 담긴 이 계획은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계와 전문가들이 총의를 모아 내놓은 5년 뒤 우리나라 도서관의 청사진이다.
국민이 생활권에서 도서관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도서관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시설, 장서, 전문인력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위 계획에는 매년 50여개의 공공도서관을 증설해 828개관(2012년)에서 1100개관(2018년)으로 늘리고, 국민 1인당 공공도서관 장서는 1.53권에서 2.5권으로, 사서는 1관당 4.2명에서 6명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되어도 주요 선진국들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국민 1인당 공공도서관 장서량은 2006년에 1.01권을 넘긴 이래 2012년에 1.53권에 턱걸이하여, 앞으로 5년 안에 추가로 1.0권을 늘리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한 공공도서관 운영비에서 자료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10.6%에서 15%까지 높이겠다는 대목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2013년 자료구입비 비율 10.6%는 2006년과 동일한 수치이고 2003년(13.1%)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의 1관당 사서 4.2명이란 수도 10년 전인 2002년과 동일하다. 계획은 계획일 뿐인가. 실행력을 담보하지 못하는 국가 단위의 발전계획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 원천은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의 불명확한 위상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애초 강력한 실행력을 갖춘 미국의 국가문헌정보위원회를 모델로 삼고자 했던 한국의 위원회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도서관 정책 수립과 집행을 위해 15명의 위촉직(전문가)과 11명의 당연직(11개 부처 장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2007년 위원회 설립 이래 전체회의에 대다수 장관들이 참석한 적이 없고, 명색이 ‘대통령 소속’이지만 단 한 차례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적이 없다. 오히려 설립 이후 정권이 두 차례 바뀔 때마다 폐지 논란이 불거져 도서관계의 공분을 샀을 뿐이다.
따라서 대통령 자문기구 구실에 그치는 현재의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조직을 예산권과 인사권을 갖춘 독립 행정위원회로 격상시킴으로써 현안이 산적한 도서관 정책환경에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여기에는 도서관이 문화 강국의 바탕이라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각종 조사 결과를 보면, 도서관 발전을 위한 국민의 가장 큰 요구는 도서관을 증설하고 장서 확충에 힘쓰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도서관의 국내 도서 구입비는 국민 1인당 연간 1000원이 채 안 되어 주요 선진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또 전국의 작은 도서관 가운데 36%는 직원조차 없고, 연간 운영예산 100만원 미만도 28%나 된다. 다른 여건부터 갖춘 다음에 도서관을 키우고 내실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을 사회 발전의 지지대로 삼겠다는 우선순위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무한 경쟁의 지식기반 사회에서 도서관은 단순한 여가시설이 아니라 국민의 문화적, 생존권적 기반시설이다.
백원근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출처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204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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