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66561.html
2014년 11월 27일, 한겨레 이유진 기자 보도
인문학자, 신자유주의 연구의 빠진 고리를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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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를 쓴 강내희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이번 책에 대해 “비판적 지식인으로 살아온 30년의 지적 수확물에 해당한다”고 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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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내희 중앙대 교수 인터뷰
문화에 경제 없고 경제에 문화 없어
핵심축적 전략 ‘금융화’ 집중
“기본소득·자기만의 방 가져야”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
강내희 지음/문화과학사·2만8000원
한국에 이런 책은 없었다. 이 연구는 한 인문학자가 신자유주의의 금융화 작동 원리와 그것이 가져다 준 사회적 효과에 집중하면서 문화·경제·정치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것이다. ‘분과학문’이 발달돼 있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문가’의 벽이 산처럼 높은 한국 학계 아닌가. 학문마저 영역을 나눠 분할 통치하는 신자유주의 시대, 문화·경제·정치의 복잡성을 어떻게 한 사람이 규명할 것인가? 자기 영역을 틀어쥐고 있는 ‘전문가’들의 눈이 두려워서라도 감히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식생산의 분과주의 타파를 기본 취지로 삼고 있는 지적 접근법이 비판적 문화연구다. 금융에 대한 식견이 모자란다고 봐야 할 사람이 이 분야를 중심으로 지적 담론 작업을 벌이려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강내희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이번에 일종의 “지적 모험”을 했다. 자신의 30년 비판적 문화연구 경험을 바탕 삼아 “비판적 문화연구에 대한 반성의 일환으로 문화정치경제의 문제설정을 제출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경제를 외면하고 피상적으로 신자유주의 문화분석을 하는 데 머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최근 발간한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는 600쪽에 이른다. 이 한권으로 금융화를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구조에 대한 총체적 조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한국 문화연구 전환의 물꼬를 텄다. 게다가 한국 사회의 문화학자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온 강 교수가 “온전한 단행본”으로는 처음 낸 책이다. 지금까지 그는 문화, 교육, 신자유주의와 관련해 여러권의 책을 출간한 바 있지만, 한권의 책을 낼 요량으로 일관되게 집필한 적은 없었다.
강 교수는 오늘날 사회의 결정적 경향이 ‘신자유주의 금융화’라는 데 집중한다. 금융화는 이자 낳는 자본의 활동과 지배력이 강화되는 현상이다. 이 책의 주된 개념인 ‘문화정치경제’는 문화·정치·경제가 복합적인 방식으로 얽혀 만든 관계망을 가리킨다. 사회구성체에서 경제적인 것은 토대가 되고, 정치와 문화적인 것은 상부구조를 이룬다. 각자 자율성을 인정하긴 하지만, 늘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경제적인 측면을 보면, 신자유주의는 자본 축적 전략으로서 민영화, 시장화, 자유화, 구조조정, 노동유연화, 세계화, 탈규제 같은 다양한 방법을 쓴다. 그중 으뜸은 금융화다. 금융파생상품은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기획금융은 우리 삶의 ‘풍경’을 거대한 ‘광경’으로 바꿔버렸다.
“세계 금융파생상품의 실질계약규모가 2008년 말 32조달러다. 세계 최대 경제인 미국 GDP가 당시 약14조 달러였으니 2배가 넘는다. 기획금융은 재원조달이 어려운 거대 사업에 사용되는 금융기법 또는 금융공학으로서 4대강에서 보듯, 우리의 공간과 경험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특히 시·공간의 금융화는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금융화는 단기실적주의를 강조하고 상품의 노후화를 촉진시켰다. 삶의 속도가 증가하고 미학적 쇄신이 급하게 이뤄졌다. 남보다 더 빨리 쓰고 버리는 사회가 된 것이다. 공간의 금융화도 마찬가지다. 자산담보부증권, 주택저당담보부증권, 뮤추얼 펀드…. 늘어난 금융상품이 부동산 시장에서 대거 유통되었고 토건 산업이 불같이 일어났다. 신자유주의 속 주체는 사회적 권리를 가진 ‘시민’보다 자산을 관리하는 데 인생을 바치는 ‘투자자 주체’, ‘빚진 주체’로 변했다. 유리벽으로 가득찬 도시에서 사람들은 ‘거울 앞 존재’가 되어 자기를 스스로 관리하는 배우처럼 살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의 위기라지만 그 위기 관리 또한 신자유주의 세력이 한다. 바로 오늘, 우리 국민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봤다. ‘돌려막기’를 못하면 생존하지 못하는 구조다.”
이 그물망에서 어떻게 벗어날까? 그는 ‘부채’라는 말이 전통적으로 ‘죄’를 가리킨다는 점을 중요하게 거론했다.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것은 죄값을 치르거나 용서를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으로 빚지는 구조를 없애고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세력이 힘을 키워야 한다. 현재 양당정치엔 희망이 없다.” 문화경제정치의 대대적인 혁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시간의 여유와 풍경의 정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학 연구자임에도 그는 바쁘다. 20년 넘게 계간 <문화/과학>을 만들어온데다 현재 문화연대 공동대표, 맑스코뮤날레 공동대표로 활동중인데 내년에 문을 여는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지순협)에서 학장을 맡았다. 지순협은 다음달 5일 저녁 7시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스페이스 류에서 입학설명회를 연다. “입시학원이 된 초중등학교, 취업학원이 된 대학 대신 주눅 들지 않는 삶, 자긍심을 심어주는 교육”을 하려고 한다.
“고 김진균 교수는 생전에 나에게 ‘전공 영역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상대방이 반발이라도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나는 한발을 내디뎠다. 이제 다른 쪽에서 내밀어준다면, 기꺼이 서로 만나고 싶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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