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이론이라고 배척하면서 사회과학의 이론적 틀이 되는 사상을 제대로 해석·연구하지도 않고, 제대로 번역도 하지 않으면서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왔다.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작지만 지적 파장이 큰 특강이 하나 진행됐다. ‘사회학자 김덕영 교수 12시간 연속특강 「사회의 사회학」’이다. 이틀간 연인원 230~240명 정도가 이 특강을 들으러 자리를 찾았다. 일찍이 참석 예약이 완료됐다는 게 정독도서관측 설명이다. 도서출판 길(대표 박우정) 창사 11주년 기념 기획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사회학의 위기, 나아가 사회과학 위기론이 연구자들 사이에 넓게 깔려 있는 가운데 진행된 이번 ‘12시간 연속 특강’과 관련, 눈에 띄는 점은 대학원생들의 호응이다. 한국 대학 교수사회에 ‘시민권’을 확보하지 못한 김덕영 박사의 사회학 강의에 대학원생들이 몰린 것은 어떤 현상일까. 한 대학원생의 말에서 이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신문에 칼럼 쓰고, TV에 나와 논평하고, 연구자들도 읽지 않는 논문을 쓰는 사회과학자들로 넘쳐나는 한국 대학은 죽어가고 있다. 대학원도 이름뿐이다.” 이들은 대학에서 배우지 못하는 ‘이론 사회학’에 목말라했다. 이론은 단순히 경험의 반대편에 있는 사변적 지대가 아니라, 현실을 담는 도구라는 김덕영 박사의 지적에 환호한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된다. 또 다른 대학원생은 그를 가리켜 “한국 대학사회에서 ‘이론’을 가르치는, 정말이지 제대로 가르치는 사회학자가 없는 한국 대학에서 그는 아주 귀중한 사회적 자산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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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교수신문자료 | |
이번 기획을 마련한 도서출판 길의 이승우 주간은 이렇게 말한다. “김덕영 선생을 출판 관계로 만나오면서 정말 그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직접 그의 강의를 들어본다면, 드러나지 않은 저자의 깊은 내면과 내공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해 벤야민 기획에 이어 올해 12시간 특강을 기획했다.” 그렇다. 12시간 특강은 체력적인 면에서도 힘에 부친 일이지만, 무엇보다 많은 청중들의 무수한 지적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내공이 녹록치 않으면 쉽게 나설 수 없는 자리다. 이런 그의 학문적 자의식은 강연 중에 그가 좋아하는 학자로 언급된 루만의 일화에서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
하버마스에 이어 독일 사회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니클라스 루만이 빌레펠트대 정교수로 임용된 후 대학 당국에서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을 때, 루만은 이렇게 써냈다. ‘1. 연구주제: 사회이론 2. 연구기간: 30년 3. 신청 연구비: 0원’. 그리고 그는 30년 동안 거의 칸트처럼 매일 매일을 읽고, 쓰고, 또 읽고 쓰고를 반복했다. 아침에 일어나 책이나 논문을 읽고 쓴 다음에 눈이 침침하면 잠깐 산보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책이나 논문을 읽고, 그리고 또 쓰고 하다가 졸리면 약 15분간 자다가 일어나 또 읽고 쓰다가 개를 데리고 뒷산 산보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읽고 쓰고를 반복한다고. 그렇게 해서 그가 남긴 연구결과물은 무려 단행본 70여 권, 논문 몇 백편에 이른다. 김덕영 박사는 그런 그를 가리켜 “그런 게 바로 학자의 모습이다”라고 말한다.
이번 12시간 연속특강은 두 개의 주제에 집중해 진행됐다. 첫날인 9월 27일(토)은 ‘왜 이론이 중요한가’를, 이튿날인 28일(일)은 ‘한국 사회학의 가능성’을 주제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특강을 이어갔다. 물론 이번 연속특강은 『사회의 사회학: 한국적 사회학 이론 및 사회학사를 위한 서언』(2015년 출간 예정)을 구상해 현재 탈고를 눈앞에 두고 있는 김 박사의 저술 상황이 뒷받침된 강연이었다. 그는 이 저작에서 사회학 이론의 중요한 흐름 열두 가지를 정리하고 그로부터 작으나마 자기 나름대로의 사회학 이론을 도출하고자 하는데, 이번 특강은 사회학 이론에서 사회가 해체되거나 사회적인 것으로 대체되는 과정 그리고 이에 상응해 개인과 사회의 관계가 변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막스 베버·에밀 뒤르켐에서 니콜라스 루만·피에르 부르디외까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연속특강은 김 박사가 강연에서 거듭 밝힌 것처럼, ‘치유할 수 없는 베버주의자’로서의 그의 면면을 속살 그대로 드러냈지만, 한국 사회학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증상과 직접 대면하려는 의욕도 충분히 노출한 자리였다. 특강의 정점은 이튿날 마지막 강의였다. ‘한국적 사회학 이론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다룬 자리였다. 그는 베버의 사회학이 보편적 서구가 아닌 ‘특수한 서구 근대의 산물’이라고 전제한다. 사회학은 이러한 근대의 틀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한국사회 역시 그대의 물결을 탔으므로, 退溪나 茶山에게서 사회학의 틀을 찾을 수는 없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그가 보기에 다산은 ‘마지막 중세의 사유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한국(적) 사회학’은 존재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한국 대학에서의 사회학 이론의 몰락이 학문의 미국화와 관련 있다는 것과 사회학 고전 저작들에 대한 번역 소홀 문제를 짚은 대목도 흥미로웠다. 질적 연구 방법의 이론적 연원을 마련한 슈츠(A.Schutz)의 저작은 아직까지 단 한 권도 우리말 번역서가 없다. 반면, 일본 학계는 일찍부터 슈츠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그 성과를 세계와 공유해왔다. 이 대목에서 청중들은 숙연했다.
사회학자로서 사회를 해체하고 국가를 탈주술화 하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삼고 있는 김 박사가 던진 다음과 같은 지적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늘날 한국 대학의 정신적 빈곤이 바로 여기에서 온다. 자꾸 서구이론이라고 배척하면서, 식민지 사고방식이라고 배척하면서 사회과학의 이론적 틀이 되는 사상을 제대로 해석하거나 연구하지도 않고, 제대로 번역도 하지 않으면서 수십 년, 거의 근대과학의 백년 이상의 시간을 지나왔다.” 사회학 연구의 기본 축은 경험과 이론. 그렇지만 한국 학계는 ‘경험’ 연구에 치중해왔다. 이론적 인식틀이 없는 경험 연구는 미시적 사회변동만을 짚어낼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국 학자들 이름이 나오면 기가 죽기 마련이다. 이론만 있는 사회학도 문제지만, 이론이 없는 사회학은 더 큰 문제다. 그가 얼마 전 『환원근대』를 출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해석학적 오딧세이’로 명명하는 이론적 천착이 축적됐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김덕영 박사의 12시간 연속특강은 한국 사회학의 경계를 건드린 강연이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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