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5일 화요일

누리과정, 보육료, 보편복지 철학, 보육 공공성, 아기 키우기 좋은 나라, 보육정책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93

시사인 375호, 2014년 11월 24일 변진경 기자 보도

보육정책 때문에 지자체 갈아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체계를 통합한 것이 누리과정인데, 보육정책은 보육시설·아이 나이·지역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적용된다. 거주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할당된 보육 예산도 천차만별이다.
변진경 기자  |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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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호] 승인 2014.11.24  08:59:44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워킹맘 김 아무개씨(39)는 아이 맡길 곳을 새로 찾느라 갑자기 바빠졌다. 내년(2015년)에 우리 나이로 7세가 되는 큰아이를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에 계속 보낼 생각이었는데 무상보육이 중단되면 매달 추가 비용을 22만원(올해 기준) 이상 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애초 유아 학비를 지원받고도 추가 비용이 30만~50만원에 달하는 유치원 대신 어린이집을 택한 이유가 저렴한 보육료 때문이었으니 비슷한 비용이 든다면 굳이 어린이집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김씨는 부랴부랴 인근 유치원 입학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김씨는 “가뜩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려면 새벽부터 줄을 서고 로또 같은 추첨을 통과해야 했는데,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엄마들이 몰리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게 생겼다”라고 걱정했다.

만 3~5세(한국 나이로 5~7세) 누리과정에 대한 보육료 지원 중단이 현실화되면서 아이 키우는 집마다 비상이 걸렸다. ‘하늘의 별 따기’라 불리는 유치원 입학을 애당초 포기하고 마음 편하게 어린이집에 아이를 계속 보내려던 부모들은 더욱 황망해졌다.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데 유치원에 보내면 보육료가 지원되고, 어린이집에 보내면 지원이 안 된단다. 그것도 갑자기, 하필이면 치열한 유치원 전형이 시작되는 시기에 날아든 비보다. 서울 지역의 경우 그동안 무제한으로 허용됐던 유치원 중복 지원이 가·나·다군으로 최대 3회까지만 가능해지면서 엄마들 마음은 더 초조해졌다. 서울 마포 지역에서 아이를 보낼 유치원을 찾고 있는 장 아무개씨(35)는 “눈치작전으로 가·나·다군 지원 학교를 찾아 원서를 쓰던 대학 입시 때가 생각날 정도다”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2012년 12월 서울의 한 유치원 입학생 추첨일 풍경. 당시 밤샘 줄서기 탓에 추첨제가 도입됐다.
ⓒ연합뉴스
2012년 12월 서울의 한 유치원 입학생 추첨일 풍경. 당시 밤샘 줄서기 탓에 추첨제가 도입됐다.

부모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이런 들쭉날쭉 보육정책이 보육시설에 따라, 아이 나이에 따라, 심지어는 사는 지역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느냐 어린이집에 보내느냐에 따라 정부 지원이 다르고, 아이 나이가 만 0~2세냐 3~5세냐에 따라서도 무상보육 적용 여부가 다를 뿐 아니라 거주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서도 할당된 보육 예산이 천차만별이다. 

경기·강원·전북 지역에서는 만 3~5세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이 단 한 푼도 배정되지 못했다. 다른 지역은 적게나마 예산이 마련됐지만 서울 3개월, 대전·세종 6개월, 충남 7개월, 경남 3.9개월, 부산 4.8개월분 등으로 당장 반년 뒤가 걱정되는 시한부 예산이다. 인천처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5개월분을 빼서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3개월분을 마련하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묘수가 발휘된 곳도 있다.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 이런 무상보육 혜택에 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같은 만 3~5세 아이라 할지라도 유치원생과 어린이집 원생이 받는 무상보육은 그동안에도 지원체계가 달랐다. 유치원은 교육부 관할로 시도 교육청이 예산을 배분하지만,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의 관리 감독을 받으며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나눠 맡는다. 유치원생 부모들은 교육부가 발급하는 ‘아이즐거운카드’로 ‘유아 학비’를 내고, 어린이집 원생 부모들은 보건복지부의 ‘아이사랑카드’로 ‘어린이집 보육료’를 결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이원화된 체계를 통합하고자 마련된 것이 바로 ‘누리과정’이다. 정부는 2012년 3월부터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과 유치원 교육과정을 통합한 만 3~5세 누리과정을 시행하면서 그 지원 단가도 월 22만원(올해 기준)으로 똑같이 맞췄다. 그러면서 정부는 예산 투입 주체를 각 시도 교육청으로 일원화시켰다. 무상보육 생색은 내고 싶고 그에 따르는 비용은 부담스러웠던 정부가 누리과정 통합을 명분 삼아 비용 부담을 각 시도 교육청에 떠넘긴 것이다. 세수 감소로 애초 정부에서 받기로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보다 훨씬 줄어든 액수를 받으면서 중앙정부 뒤치다꺼리만 하게 된 각 지역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지원 거부’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14~17쪽 기사 참조).

“큰애 밥값과 작은애 보육료 중 고르라고?”


‘대통령이 공약한 무상보육을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교육청의 볼멘소리에 정부는 “교육청이 예산을 방만하게 쓰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라는 논리로 맞선다. 그러면서 진보 교육감들이 앞장섰고 지금은 보편화된 ‘무상급식’을 공격한다. “무상급식 할 돈을 무상보육에 쓰면 되지 않느냐”라는 주장이다. 


이런 정부의 제로섬 논리에 아이들 부모는 어이가 없다. 내년에 큰아이는 무상급식을 제공받는 초등학교에, 작은 아이는 무상보육 혜택을 받는 어린이집에 보낼 예정인 주부 한 아무개씨(38)는 “정부가 더 큰 아이들 밥값과 덜 큰 아이들 보육료 중에 고르라고 학부모 간,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무상보육 예산을 두고 혼선이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만 0~2세 보육 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비슷한 싸움이 벌어진 바 있다. 정부와 국회가 4월 총선을 앞두고 부모 소득에 관계없이 만 0~2세 아이 모두에게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겠다고 느닷없이(그것도 시설 보육 수요가 많은 만 3~5세 무상보육보다 먼저) 나서면서 갑자기 영아 어린이집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비용을 나눠 내야 할 지방자치단체와 상의도 없이 복지정책을 ‘내지른’ 정부에 맞서 각 시도 자치단체장들은 무상보육을 전액 국비로 충당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2014년부터 국고보조금 비율을 조금 올리는 선에서 만 0~2세 무상보육 예산 싸움은 일단락됐지만, 시행령에 규정된 그 비율을 정부가 조정하거나 세수 감소로 지원액 절대치가 줄어들 경우 갈등은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다. 또한 만 3~5세 아이에 대한 보육료 지원이 끊길 경우 그 영향이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는 만 0~2세 아이들에게도 확산되기 십상이다.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장진환 회장은 “어린이집 수익 구조를 보면 만 0~2세는 사실상 역마진에 가깝고 그나마 만 3~5세 보육료 수익으로 운영하는 형국인데, 보육료 중단으로 만 3~5세 모집이 잘 되지 않으면 어린이집 재정 악화로 전체 아이들에게 그 피해가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교육청이 서로 무상보육 예산을 떠넘기고 있는 와중에도 정책 수요자인 부모들 처지에서 중요한 것은 그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일 뿐이다. 시설이 열악한 어린이집조차 대기 아동이 수백명에 이르고 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쥐꼬리만큼씩만 증설하는 우리나라 보육 현실에서 그나마 보육료 지원정책은 정부가 부모들에게 보내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는 되어주었다.

선거용으로 시작된 박근혜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


내년에 다섯 살짜리 아들을 인근 공립 어린이집에 보내려다 보육료 지원이 끊긴다는 소식을 들은 주부 송 아무개씨(32·서울 잠실 거주)는 한 달 수업료가 150만원에 이르는 유명 영어 유치원에 아이 입학원서를 넣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긴 하지만 내년부터 ‘저렴한 비용’이라는 이점이 줄어들 것 같으면 차라리 부담이 되더라도 영어 유치원 같은 기관에 보내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송씨는 “그나마 보육기관들 사이 균일한 만족도를 보장해주던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이 흔들리면서 있는 집은 있는 집대로, 없는 집은 없는 집대로 제각기 길을 찾는 각자도생이 다시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보편복지에 대한 철학 없이 ‘선거용’으로 시작돼 제로섬 게임에 빠진 박근혜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이 빚어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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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abytree.hani.co.kr/279628?_fr=mb2

2014년 11월 25일 한겨레 양선아 기자 


"보육료 지원만으로 미흡…국공립 시설 확충 시급"

양선아 2014. 11. 25
조회수 627 추천수 0
00518507101_20141125.jpg» 김종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왼쪽부터 시계 방향), 이은경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대표, 장미순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의장, 김호연 보육교사협의회 고충상담센터장이 누리과정 예산 관련 논란과 보육 공공성 확보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 좌담회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흔들리는 보육 공공성 어떻게?
보육 정책 전문가들을 만날 때마다 큰 한숨 소리만 듣는다. 그들은 만신창이가 된 보육 정책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듬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한다. 보육 현장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무상보육에 대한 논의가 보육료 지원 여부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는 부모들을 만나도 역시 한숨 소리뿐이다. 대선 전 박근혜 대통령이 무상보육 정책을 내세우며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약속했는데, 이제 와서 선별적 복지 혜택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새누리당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교사들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보육교사의 처우는 여전하다. 재정 논란으로 무상보육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 육아웹진 ‘베이비트리’는 이 분야 전문가를 비롯해 부모, 교사, 어린이집 원장 등으로부터 정부 정책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보육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정리했다. 좌담회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선별 복지 거론은 후진적 인식 ‘민낯’
보편적 서비스 제공해야 저출산 해결
국공립 어린이집 5.3% 구조 개선 절실
공공성 확대해 보육의 질 높여야
특별활동비 등 관리·감독도 강화를


보육 서비스는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현재 무상보육 정책은 진정한 무상보육 정책이 아니에요. 보육료 중 일부를 주면서 마치 공짜로 혜택 주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되죠. 그 지원금도 다 우리 세금인데 말이죠. 많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무상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고 아이를 함께 키우는 거예요. 보육료 지원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그런데 이제는 보육료 지원까지도 선별적으로 하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니 기가 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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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는 장미순(42)씨의 말이다. 그는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 무상보육 정책으로 보육료 일부를 지원받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자신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당장 취업을 하거나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활동을 하면서 네트워크도 쌓고 재취업의 기회도 모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장씨는 “소득에 따라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취업모 중심으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부나 정책 입안자들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보육료 지원 혜택을 전 계층으로 확대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고작 1년 한 뒤 돈이 부족하니 선별적으로 하자며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싸잡아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는 상황에 부모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다고 장씨는 전했다.

김종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육 서비스는 보편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미 80년 전 스웨덴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편적 복지 정책을 펼쳐 정책적 효과를 봤다”며 “아직도 우리나라 사회 지도층이 선별적 복지를 운운하고 있어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무상보육 논란은 우리 사회의 복지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 그 민낯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공공성 위해 시급

참석자들 모두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가 가장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17년째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이은경 큰하늘어린이집 대표는 최근 <어린이집이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50가지 진실>을 펴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어린이집 원장 출신인 그는 이 책에서 현재 민간 어린이집과 가정 어린이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 사실을 낱낱이 고발했다. 닭 한마리로 90인분의 닭죽을 끓여 먹이는 것과 같은 급식 비리, 유령 교사를 등록해 교사 인건비를 가로채는 일, 특별활동비나 현장체험 학습비 일부를 횡령해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하는 원장들, 비리·부패를 감시해야 할 공무원들의 부실한 지도 점검 문제까지 조목조목 짚었다. 이씨는 이날 좌담회에서 “개인 돈을 투자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들은 어떻게든 이윤을 남기려 할 수밖에 없다”며 “민간 자본을 토대로 한 어린이집이 90% 이상을 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보육 환경을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현재 전체 어린이집 가운데 5.3%(2013년 기준)에 머무르고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고, 비영리로 보육사업을 할 수 없는 민간 어린이집이 시장에서 나갈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해 교수 역시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가 가장 시급하다고 봤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보육 정책의 기본은 비용 지원 정책”이라며 “정책 담당자들이 부모에게 구매력을 지원해주면 시장 기능이 작동해 보육 서비스가 잘 제공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서비스 전달 체계나 공공성의 담보 없이 보육료 지원만 하면 제대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회계 투명성 강화 등 규제 강화 방침을 내면, 민간 어린이집 원장들이나 사립 유치원 원장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여 제대로 정책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그 예다. 김호연 보육교사협의회 고충상담센터장“보육교사들도 자신들의 처우 개선 문제가 급한데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국공립 어린이집이 확충되면 자연스럽게 나머지 문제들도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위탁이 아닌 직영 방식으로 운영돼야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최근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이 협력을 통해 초등학교 빈 교실을 활용해 보육 시설을 확충한다는 방안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이씨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짓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중요한 문제를 미룰 것이냐”며 “국고가 부족하면 전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 휴면예금이나 복권기금 중 일부 등을 떼어내 영유아 보육기금을 만들어 어떤 형태로든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는 데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활동비 등 정부 규제 더 강화해야

학부모인 장씨는 보육의 공공성을 위해서는 정부가 어린이집의 특별활동비 등에 대해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장씨는 “보육료를 정부가 지원해줬지만, 어린이집에서 특별활동비 등 각종 명목으로 부모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상보육이라고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부담시키는 각종 추가 비용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육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육교사들 역시 무상보육 정책으로 자신들의 근로 여건이 개선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육료 지원 혜택이 전 계층으로 확대되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이들 수는 그 전보다 1.3배 늘었다. 그러나 정부가 정한 교사 대 아동 비율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보육교사는 초과 인원을 감당해야 하고, 보육교사 임금은 4년째 동결 상태다. 보육의 질은 보육교사가 결정하는데, 이런 상태라면 보육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김 센터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료 안에는 보육교사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며 “그 인건비가 보육교사에게 제대로 잘 전달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보건복지부가 인건비 지급 실태를 조사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보육교사는 12시간 근로를 하고 있고, 아이들은 12시간 어린이집에서 보내고 있다”며 “이런 환경 자체가 아동학대”라고 말했다. 그는 “보육 정책은 단지 보육 문제로만 논의되어서는 안 되며, 여성의 노동시간 등 노동 정책과 아동 인권 등 다양한 정책과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시간을 줄이고, 아이를 키우면서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확보하는 정책이 모두 함께 가야 한다는 의미다.

부모·교사들 세력화해 목소리 높여야

좌담회에서는 보육 문제와 관련해 제대로 된 정책을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서는 부모나 교사 중심의 세력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연합회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회계 투명성 강화 등과 같은 각종 규제 방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만, 상대적으로 부모나 교사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정책적으로 관철할 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씨는 “아이가 너무 어릴 땐 부모들은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고, 2~3년 정도 보육 정책에 관심 갖다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하면 보육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부모들과 교사들이 좀더 보육 문제에 대해 끈질기게 관심 갖고 제대로 된 정책이 펼쳐질 수 있도록 정부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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