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창립 40주년 맞아 발표…"더 치열하게 질문할 것"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우리의 문학은 공존이라는 인간의 문제를 잃어버렸고, 작품 속에서 인간을 버렸다."
한국작가회의가 창립 40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젊은 문학 선언'을 발표했다. 한국작가회의의 모태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표현의 자유와 문학을 통한 현실 참여를 기치로 내걸고 1974년 11월 18일 결성됐다.
결성 당일 발표한 '문학인 101인 선언'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었다. 대표 간사였던 고은 시인을 비롯해 신경림, 염무웅, 황석영, 박태순 등 문인들은 '문학인 101 선언'을 통해 "오늘날 우리 현실은 민족사적으로 일대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면서 김지하 시인 등 긴급조치로 구속된 지식인, 종교인, 학생의 즉각적인 석방과 표현의 자유 등을 요구했다.
'문학인 101 선언'이 울려 퍼진 지 40년 만에 나온 '젊은 문학 선언'에는 세월호 참사 등 한국 사회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과 함께 현실과 괴리된 문학에 대한 자기반성이 담겨 있다.
김근, 김경주, 진은영 등 젊은 시인들이 대표 집필한 선언은 "지금 저승은 우리들의 언어 안에 있다" "우리의 언어는 이웃을 찾아가지 못하고 고아(孤兒)가 되어간다" 등 철저한 자기반성을 했다.
문인들은 "작가로서 우리가 체험해온 진실은 문학이 군중의 개념을 공동체의 개념으로 전이시키는 것에 있다는 믿음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 우리의 문학은 공존이라는 인간의 문제를 잃어버렸고, 작품 속에서 인간을 버렸다"고 자성했다.
제1회 민족문학의밤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1978년 12월 성공회 강당에서 제1회 민족문학의밤을 열었다. 1978.11.30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어 "문학은 자기 안의 괴물과 맞서 싸우며 세계 앞에서 불감해 지지 않도록 소외된 자리를 돌보았고 가장 먼 곳까지 메아리를 남겨왔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공포와 무의식 속으로 너무 깊이 가라앉아 새로운 인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동체의 보잘것없는 순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다시 무지, 그리고 공포와 싸워야 한다. 공존(共存)은 우리들의 잠재된 무의식 안의 유일하고 진실한 언어이다. 밖으로 나와 세계가 매일매일 새로워지는 경험을 우리는 회복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선언은 "남쪽 바다에서 침몰한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인간이었다는 증명이며, 인간으로 일구어온 한국의 역사인지 모른다"며 "지금 한국 사회는 인간과 역사에 대한 심각한 물음에 봉착해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은 오는가, 역사는 진보하는가. 자본과 욕망의 거대한 괴물 앞에서, 작가로서 우리는, 문학이 지금-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선언은 이어 "지금 문학은 자본과 욕망의 거대한 괴물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할지 모른다. 그러나 문학은 지난 100년 동안 그 사소함과 무기력함으로 한국 사회에서 역사의 그 많은 그 실패들을 기억해왔고, 기록해왔고, 질문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인간으로, 기억하고 기억할 것이다. 더 치열하게 더 불가능하게 질문하고 질문할 것이다. 그것이 여전히 문학의 유일한 존재 이유이며, 이 야만의 시대를 뚫고 도래할 새로운 세계를 위해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임을, 문학은 믿고 믿는다"고 밝혔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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