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6일 목요일

국민 여러분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일동, 2017년 11월 16일

국민 여러분!

세월호가 침몰한 지 1311일. 이곳 목포신항에 거치된 지 231일 되었습니다.

저희 미수습자 가족들은 2014년 4월 16일 가족을 잃었고 3년 7개월이 지난 오늘까지도 가족을 찾지 못했습니다.

세월호가 인양되고 이곳 목포 신항에 거치된 후 저희 가족들은 이제는 가족의 유해라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부두 안쪽에 마련된 작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매일 아침 세월호를 바라보았습니다.

오늘은 내 아들을, 남편을, 동생과 조카를 찾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7개월을 보냈지만 현철이와 영인이,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님과 혁규는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곳에서 은화와 다윤이, 고창석 선생님과 이영숙님의 유해를 찾아서 떠나 보냈습니다.

2014년 진도에서처럼 유해를 찾아 떠나는 가족들을 부러워하며 남아있는 가족들끼리 서로를 위로하면서 고통스런 날들을 견뎌냈습니다.

하루하루 수색이 끝나갈 때마다 우리도 가족을 찾아 떠날 수 있다는 희망보다 영원히 가족을 못 찾을 수 있다는 공포와 고통이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일각에서는 저희 가족들을 못마땅하게 보신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뼛조각 하나라도 찾아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세월호 선체 수색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지금 저희 가족들은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저희 미수습자 가족들은 수많은 갈등 속에서 더 이상의 수색은 무리한 요구이자 저희를 지지해주시는 국민들을 더이상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것은 아닙니다.


저희들은 떠나지만 그 이후 선체조사 과정에서라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의 모든 일들은 정부와 선체조사위원회의 몫으로 남겨두고 떠납니다.

이곳을 떠나 다시 생활터전으로 돌아가겠지만 너무나 아픈 시간들이었기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두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국민여러분의 사랑을 가슴에 담고 열심히 살아가 보겠습니다.

해상에서의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또한 미수습자도 생길 수는 있습니다.

정부는 대한민국에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반복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며 세월호 참사를 거울삼아 어떤 사고가 일어나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2기 특조위가 구성되어 한점 의혹 없는 진상규명은 꼭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는 세월호 사건으로 가족을 잃었지만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같이 울어주고 아파해주신 평생 갚지 못할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한 사고 직후 전곡 방방곡곡에서 저희를 도와주시려고 진도로 달려와 주신 자원봉사자들과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주신 진도 군민과 어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저희에게 깊은 감동이었습니다. 목숨을 잃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희생자들을 찾아주기 위해 애쓰신 잠수사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비록 사고 초기에 대응에 실패하여 많은 희생자가 나왔지만 그 이후 끝까지 찾아주려고 노력을 해주신 정부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각 종교 단체와 우리 곁에서 심리적인 도움을 주신 온마음센터, 그리고 미수습자 수습을 최우선으로 활동했던 선체조사 위원회 및 코리아 셀비지와 끝까지 함께 해주신 언론 또한 감사했습니다.

함께 가족을 잃었지만 먼저 찾은 것조차 미안해하며 우리 곁에서 같이했던 4.16 가족협의회와 각 시민단체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저희들을 대변하여 도와주신 대한변협, 안산시와 끝까지 함께 해주신 목포시민 여러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국민 여러분!

저희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국민 여러분의 마음이 모여져서 세월호가 인양이 되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가족들은 함께 해주신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알기에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저희 가족들과 함께 세월호에 대한 아픔을 조금 내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미수습자 가족들은 국민여러분이 같이 아파해주시던 마음을 잊지 않고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며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을 가슴에 묻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남현철 학생, 박영인 학생,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 님, 권혁규 군

이 다섯 사람을 영원히 잊지 말고 기억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7년 11월 16일

미수습자 가족 일동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