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대검찰청 공안자료집 ‘판례에 나타난 이적표현물’ 정보공개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1996년 6월 대검찰청이 만든 ‘판례에 나타난 이적표현물’(공안자료집 제20권, 아래 공안자료집)이 공개됐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지난 9월 대검찰청에 공안자료집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가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가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받았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공안자료집이 △공개된 판례의 내용을 종합한 것이므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추가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없고 △해당 판례의 형사 사건 피고인의 성명 등 개인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를 가리고 부분공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10월 26일 대검찰청은 이의신청을 인용하고 공안자료집 중 검찰 사건번호와 피의자의 성명 부분을 가리고 공개했습니다. (붙임. 정보공개 자료) 3. 공개된 공안자료집에는 법원이 이적표현물로 인정한 적이 있는 △도서 1072종 △유인물 1584종 △기타 121종 등 모두 2777종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각 제목, 저·편자(발행)와 함께 관련사범의 검찰 △청명 △사건번호 △피의자, 법원의 1심~3심 사건번호, 비고(확정/미확정)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적표현물로 규정된 도서 중에는 △맑스와 엥겔스의 <자본>, <공산당선언>, <가족, 사유재산 및 국가의 기원> △마르쿠제의 <이성과 혁명>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E. H. 카의 <러시아 혁명> △파울루 프레이리의 <페다고지> 등 고전 뿐만 아니라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 △리영희의 <우상과 이성> △<전태일 평전>으로 다시 발간된 고 조영래 변호사의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 등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송건호 등의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같은 역사서 △김지하의 <오적>과 같은 시집 △권운상의 <녹슬은 해방구>와 같은 소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4. 대검찰청에서는 1974년부터 1994년 사이 각급 법원에서 구 반공법 또는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한 도서 등을 수록하여 ‘판례상 인정된 이적표현물’이라는 제목으로 공안자료집 △제4권(1974년~1987년) △제8권(1988년~1989년) △제14권(1990년~1991년) △제18권(1992년~1994년 10월)을 발간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공안자료집 제20권은 대검찰청이 앞선 네 권의 공안자료집을 종합·정리하고 1995년까지 인정된 이적표현물을 추가하여 1996년 6월 발간한 것입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후에는 같은 형식의 공안자료집이 발간되지 않았습니다. 5. 공안자료집은 과거 인권운동사랑방이 법무부와 대검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 중 2001년 청구인에게 공개되었고 해당 소송은 취하됨에 따라 판례가 남지 않았습니다. 이후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통해 공개된 선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번 정보공개를 통해 누구든지 공안자료집을 접할 수 있음이 분명해진 것입니다. 6. 공안자료집은 1996년 발간되었지만 최근 사건에도 여전히 활용되고 있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2017년 3월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반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자도서관 ‘노동자의 책’ 운영자 이진영 씨 사건에서 이 공안자료집을 유죄 입증의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7월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심규홍)는 “(지목된 이적표현물은) 피고인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어서 그 내용들이 피고인의 사상 및 가치관과 전적으로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부분 국립중앙도서관 또는 국회도서관에 비치되어 누구나 쉽게 열람이 가능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비록 이씨는 석방되었지만 무죄 판결이 날 때까지 반년 넘게 구치소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7.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5항은 “(제1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존립·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위태롭게’, ‘찬양·고무·선전·동조’ 등 불명확한 표현으로 인해 수사기관 또는 법원의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여 악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자나 소수자를 억압하고 위축시키는 정권 안보 수단으로 오·남용된 역사가 있습니다. 8. 게다가 대법원은 “행위자가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고 제5항의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그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아니한다”라면서도 “이적행위 목적이 있음을 증명할 직접증거가 없는 때에는…피고인의 경력과 지위, 피고인이 이적표현물과 관련하여 제5항의 행위를 하게 된 경위, 피고인의 이적단체 가입 여부 및 이적표현물과 피고인이 소속한 이적단체의 실질적인 목표 및 활동과의 연관성 등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이처럼 ‘이적행위 목적’의 인정 기준이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며 불확실하므로 해당 행위자의 과거 전력이나 평소 행적을 통하여 추단되는 이념적 성향만을 근거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자의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동일한 표현물을 소지하더라도 누가 어떤 경위로 소지하느냐에 따라 최대 징역 7년형으로 처벌받기도 하고 처벌받지 않기도 하는 것입니다. 한편 이적표현물 소지죄는 계속범이므로 이적표현물을 취득한 후에 계속 소장하고 있으면 취득 시점으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처벌될 수 있어 사실상 공소시효가 의미 없습니다. 자신이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고 있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처벌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9. 국가보안법 제7조는 사상·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제인권기준에도 어긋납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자유권규약 이행에 관한 한국정부의 보고서를 검토한 후 발표한 최종견해에서 여러 차례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1999년에는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국가보안법의 단계적 폐지가 필요하다”라고 권고했고, 2015년에는 “모호하고, 공적인 대화에 대한 냉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불필요하고 균형에 맞지 않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 사상이 적국이 가지고 있는 것과 단지 일치한다거나 적국에 대한 공감을 초래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사상의 표현을 제한할 수 없다”라며 국가보안법 제7조의 폐지를 권고했습니다. 10. 국내에서는 국가보안법 제7조가 여러 차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지만 모두 합헌 결정이 났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5년 결정에서 헌재는 “단순히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행위자를 처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가 처한 특수한 안보현실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 위험이 현존하지는 않더라도 그 위험성이 명백한 단계에서 이적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결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 아니다”(헌법재판소 2015. 4. 30. 선고 2012헌바95·261 등 결정)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재판관 3인(김이수·이진성·강일원)은 “설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이적표현물이라고 하더라도 그 표현물에 표상된 정보와 사상이 개인의 정신세계에서 그의 다른 사상과 지식과 결합하여 어떠한 새로운 사상을 형성하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와 같이 인간의 이성과 통찰에 기초한 미지의 사상의 형성을 보호하고, 그 사상들이 반론과 토론을 통하여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경쟁하여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채택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제”라며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2017년 8월에는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도요 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 씨 등 4명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 제5항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습니다. 김 판사는 유엔 자유권규약과 자유권위원회의 견해가 ‘헌법적 차원의 법규범’으로 헌법재판에서의 재판규범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전제하며 “우리 헌법에 따른 표현의 자유 보호가 보편적인 인권을 보호하려는 국제법이 요구하는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11. 국가보안법 제7조, 그 중에서도 이적표현물 관련 조항은 근본적으로 표현 행위를 하는 목적 즉 내심의 사상을 처벌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다름없어 폐지해야 합니다. 폐지 전이라도 수사기관과 검찰은 공안자료집을 수사와 기소에 활용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12.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붙임. 정보공개 자료 https://drive.google.com/open?id=18LzJsvuhAa2C5He5h6g17pfgoPRv1Ctw 출처 http://www.cathrights.or.kr/bbs/list.html?table=bbs_8&idxno=22543 |
2017년 11월 16일 목요일
대검찰청 공안자료집 ‘판례에 나타난 이적표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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