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공공도서관, ‘책 읽는 도시’를 그리다
1회 : ‘책읽는도시 전주’와 2017 대한민국 독서대전 2회 :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공공도서관, 광진정보도서관 3회 : 도서관이 된 도시 부천, 부천시립도서관과 도서관 네트워크 4회 : 지역 문화와 역사를 담다.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과 제주한라도서관 5회 : 테마에 특화된 도서관, 파주 가람도서관과 전주 농업과학도서관 6회 : 공공도서관의 본질을 돌아보다. 군포시립 중앙도서관과 파주 교하도서관 7회 : ‘책읽는도시 통영’은 어디쯤인가. 통영시립도서관의 오늘과 내일
지자체 공공도서관, 대학 및 학교도서관, 교육청도서관 등 우리나라 모든 도서관 관계자 35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소통하고 도서관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제54회 전국도서관대회가 지난 25~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됐다.
(사)한국도서관협회가 주최 주관하고 대통령 직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가 후원한 2017 전국도서관대회는 ‘사람, 책, 창의적 공간: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는 도서관’ 슬로건으로 60여개 주제발표, 세미나, 포럼, 워크숍, 도서관문화전시회가 진행됐다.
그런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신숙원 도서관위원회 위원장도 참석한 이 도서관인의 축제에 통영시립도서관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앞서 지난달 1~3일 국내 최대 독서문화축제로 전주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독서대전’에도, 이어 15일 부산대학교에서 열린 ‘부산경남 사서 대토론회’에도 통영시립도서관은 참가하지 않았다. 아니, 참가할 수 없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통영시립도서관은 왜 전국적인 도서관 행사에 못 갔을까
지난 9월 15일 부산경남 사서 대토론회의 주제는 8월 문체부가 내놓은 ‘사서배치 기준안’으로, 공공도서관 사서들과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은 문체부의 정책을 격렬히 성토했다.
현행법상 각 도서관마다 최소 3명 이상의 사서를 배치하고 면적과 장서 규모에 따라 사서를 추가 배치한다고 되어 있으나, 새 기준안에서는 추가 배치 기준을 없애버렸다.
사서들은 “각 도서관에 사서 3명 이상이라는 최소기준조차 지키기 못하는 곳이 전국 40%에 달하는데, 법적 기준을 현실이 너무 못 따라가니까 현실 개선은 커녕 오히려 기준을 낮춰버리는 조치다”라며 “도서관의 질적 향상보다 숫자와 외형에 매달리고, 도서관 발전이 아니라 퇴보를 이끄는 졸속행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도서관 핵심 역량 위기에 공동대처하기 위한 이 자리에도 부산경남권 모든 도서관 관계자, 사서들이 참석할 수는 없었다. 그 중 한곳이 통영시 공공도서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외부 행사 참가를 위해 도서관 자리를 뜰 수 없기 때문”이다. 갈 사람이 없어서다.
통영시 공공도서관은 사서배치 3명 이상이라는 최소 기준조차 지키지 못하는 전국 40% 도서관 중 한 곳이다.
통영시가 군포시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독서대전에 참가하고 ‘책읽는도시 협의회’ 가입했다며 통영안팎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홍보하던 지난 2014년 9월 기준, 통영시 공공도서관은 4개관(통영시립, 충무, 산양, 욕지)에 총 사서 수 6명이었다.
그리고 3년 뒤 한산신문 공공도서관 취재기획안을 준비한 지난 6월에는 8명, 도서관 취재가 마무리된 10월에는 2명이 늘어난 10명이다. 그래도 여전히 ‘최소기준’에는 못 미친다.
그러면 사서배치 법정 최소 기준에 못 미치는 도서관에서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통영시 공공도서관, ‘사람, 책, 공간’ 모두 낙제점
주말 통영시 공공도서관 일반자료실 안내데스크에서는 사서의 모습을 보기 힘들다. 혹시 책을 정리하며 분주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면 그는 사서가 아니라 행정직원이거나 단기계약직이다. 정사서가 주말 도서관에 출근하기는 하지만 대개 어린이자료실에 배치돼 있다.
주말이나 저녁 시간 도서관에서 사서를 접하기 어려운 이유는 사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용자가 시립도서관에서 불친절이나 서비스 미숙, 지식 부족 등 “사서 때문에 불만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불만의 원인인 그 사람은 사실은 사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사서는 그저 책 대출과 반납을 처리하고 장서를 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도서관 사업의 기획자이며, 책의 큐레이터이며, 오늘날 선진적인 도서관에서는 지역문화활동가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사서 수 부족 도서관에서는 이용자 시민들과 대면 소통하는 적극적인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 그런 곳이 통영시 공공도서관이다. 그러다보니 시민들은 통영시 도서관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매우 낮다.
도서관의 기획자인 사서가 부족하다 보니, 공공도서관이라면 기본으로 이루어지는 시민독서모임 양성과 활성화 지원도 통영시립도서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독서문화 및 도서관 관련 전국 행사에 참가할 수 없는 여건이다보니 선진사례를 살피고 정책 개발에 참고할 수 없다는 악순환도 이어진다.
사서에 대해 한국도서관협회 이용훈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도서관의 사람’에 대한 중요성에 여전히 인식이 부족하다.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다. 그래도 최근들어 더 나은 공공도서관 서비스에 대한 시민 요구가 나오고 있는데, 핵심은 더 좋은 도서관 서비스를 위해 전문 사서들을 도서관에 더 많이 배치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통영시 공공도서관의 열악한 형편은 사서 뿐 아니다. 장서 수도 평균 이하 수준이다.
통영시 도서관 장서 규모는 ‘책읽는도시 협의회’ 가입했다고 홍보하던 지난 2014년 9월말 기준 통영시립충무도서관 총 29,242권, 통영시립도서관(무전동 본관) 47,180권, 산양도서관 73,875권, 욕지도서관 42,974권으로 총 19만3,271권이다.
그리고 3년 뒤 2017년 6월말 기준 통영시립충무도서관 45,597권, 통영시립도서관(무전동 본관) 63,446권, 산양도서관 80,854권, 욕지도서관 46,716권으로 총 23만6,633권이다.
전국의 선진적인 공공도서관 장서는 2017년 9월 기준 파주시 교하도서관 15만권, 파주시 가람도서관 4만3천권, 군포시 중앙도서관 30만권, 부천시 상동도서관 9만권, 부천시 심곡도서관 15만권, 부천시 원미도서관 22만권, 서울 광진구 광진정보도서관 21만권 등이다. 특히 ‘도서관의 도시’로 손꼽히는 부천시는 공공도서관 총 장서수가 113만권에 달한다.
인구 규모를 감안해도 13만7천 인구 통영시 공공도서관 23만6천권은 14만3천 인구 김천시립도서관의 37만권에 비해 매우 적다. 이외에 순천시립도서관 61만권(인구 27만), 강릉시립도서관 42만권(인구 22만)등 인구대비 장서규모를 비교할 수 있다.
사람, 그리고 책과 함께 도서관 3요소를 이루는 ‘공간’도 통영시 공공도서관은 낙제점이다.
가장 최근 2013년 조성된 죽림 소재 통영시립충무도서관은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곳으로, 자가용을 몰거나 버스에서 내려서 두정거장쯤 걸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공공도서관이라니, ‘공공성’ 부족을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는 여건이다.
무전동 통영시립도서관과 죽림 충무도서관 건축물 자체도 공공도서관으로서 고려가 부족한 설계다. 4개관 모두 지하층 없이 지상건물로만 건축해, 이용자 편의시설은 부족하고 문서보존고 문헌수장고조차 없는 도서관이다. 아쉬운 수준의 장서를 대폭 늘려도 책을 둘 공간이 모자랄 형편이다. 도서관 강의실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기에는 벽이 높다.
‘지속가능발전교육도시’ 통영, 도서관에 도서관장은 없다
통영시 공공도서관의 근본적인 한계는 “시 정책, 예산 우선순위에서 저 뒤편으로 밀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영시와 도서관 조직체계 자체의 문제다.
선진적인 도서관의 지자체는 독서진흥부서(팀) 또는 평생학습부서가 시청 조직에 편성돼 있고, 그와 별도로 시립도서관조직이 사서직 출신 관장 지휘하에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서 출신 관장이 5년, 10년 장기간 도서관을 총괄하면서 정책과 운영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도서관 조직과 별도의 평생학습부서는 도서관을 행정적으로 지원하거나 ‘책 읽는 도시’ 등 독서진흥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한다.
그런데 통영시 공공도서관은 ‘도서관장’이 없다. 시 조직체계상 ‘평생학습관(과)’의 부서장이 도서관장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데, 평생학습관장은 도서관업무가 익숙해지고 지식이 쌓일 때쯤에는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게 된다.
결국 통영시 공공도서관 발전과 ‘책읽는도시’ 여건 조성은 시 행정의 의지에 달려 있다.
지난 9월 전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독서대전’에서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사무처장은 ‘책읽는도시’ 정책 평가 항목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독서정책 법적 기반이 되는 조례 제정 △독서정책을 위한 전담부서 조직 △독서진흥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 수립 △독서정책을 펼치기 위해 적정한 예산 책정 △독서정책을 펼치기 위한 민관협력 추진기구 조직 △도서관 등 독서문화기반 확충을 위한 노력 △생애주기별 독서활동 지원을 위한 노력 △학교 직장 등 대상별 독서문화 진흥방안 마련 △시민참여형 독서운동의 유무 △독서동아리 활동 활성화 △독서소외인을 위한 서비스 확대 노력 △다양한 매체 협력을 통해 독서문화 캠페인 전개 등 12개 항목이다.
‘지속가능발전교육도시’를 슬로건으로 삼은 통영시의 정책은 저 12개 항목 중 몇 개나 충족시키고 있는가를 자문해보아야 한다. 그 멋진 슬로건이 홍보용 미사여구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통영시 독서진흥 및 공공도서관 정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사실, 통영시에 ‘독서진흥정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공공도서관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제안하는 것은 무엇보다 ‘한국도서관협회’ 등 전문기관을 통한 통영시립도서관 평가 컨설팅이다. 그리고 독서진흥과 도서관 발전 로드맵 수립이다.
도서관 현황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미비한 부분을 개선하고, 통영 지역성을 강화한 도서관 발전방안을 수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용이 저조해 방치 상태인 욕지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해양수산 특화도서관’ 추진 기획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통영은 ‘지속가능발전교육도시’ 그리고 ‘고품격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통영시 행정은 오늘날 통영을 살아가는 시민을 위한 문화와 교육 인프라로서, 공공도서관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끝)
출처 http://www.hansa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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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일 수요일
‘책읽는 도시 통영’은 아직 저 멀리 있다/ 한산신문 정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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