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9일 수요일

"깊이 사과드리게 되었습니다."

 

 "본지 지난주 15면에 보도했던 '백마축구클럽 창립 8주년' 기사와 관련해 잘못 보도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백마축구클럽 회원 여러분과 축구동호인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리게 되었습니다.

 

<남해시대>라는 지역주간신문. 아직 실물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김훤주, 김주완 기자가 전하는 소식을 접한 이후, 이제는 낯설지 않은 신문이 되었습니다. 이 신문의 정정보도문을 접하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김주완 기자가 전하는 <남해시대>의 소식, '전 직원 휴대전화 공개하는 신문사' 를 읽어보아 주십시오.

 

<남해신문>의 정정보도문과 같은 글을 더 많이 보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의 각종 매체는 이런 식의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지 오래 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 이런 식의 부끄러움이 근대매체에 사라지게 된 것인지, 언론학자들은 좀 밝혀내야 합니다.

 

"잘못 보도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매체. 부끄럽지만, 그 부끄러움을 머리 숙여 사죄할 줄 아는 문화,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멸종되어 버린 것들이고, 공룡처럼. 화석이 되고 말았습니다. 무미건조한 문장들, 이제 집어치워야 합니다. 모든 시민이 매체의 주인이 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대개 신문사들은 정정보도를 아주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정보도를 낼 때는 가급적 짧고 무미건조한 문장으로 내는 게 보통인데요. 이 신문의 정정보도는 아예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합니다.

 

"본지 지난주 15면에 보도했던 '백마축구클럽 창립 8주년' 기사와 관련해 잘못 보도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백마축구클럽 회원 여러분과 축구동호인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리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라는 표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내용을 보니 그야말로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은 맞더군요. 그래도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정보도 옆에 있는 '읍면 대항 축구대회' 기사 한 번 읽어보십시오. 경기 진행상황을 진짜 실감나게 썼습니다.

 

"먼저 골문을 흔든 것은 남해읍. 전반 16분 김창우 선수(남해읍)가 수비를 제치며 가볍게 선제점을 뽑았다. 이어진 후반전에서도 시작한 지 불과 4분만에 김현주 선수(남해읍)가 추가득점을 성공해 남해읍팁으로 우승분위기가 흘렀다. 하지만 후반 13분경 김성화 선수(설천면)가 프리킥으로 만회골을 터뜨리며 설천팀에게도 희망이 다시 찾아왔다. 팽팽한 공방 속에 추가득점이 나지 않았고, 어느덧 시간은 끝날 무렵이 됐다. 그러던 중 종료 휘슬 1분을 남긴채 김은호 선수(설천팀)의 천금같은 동점골이 터졌다."

 

마치 월드컵 축구 중계를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읍면 대항 축구대회를 월드컵처럼 대접해주는 이런 지역신문을 지역민들이 어찌 구독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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