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30일 수요일

국가주의적 공 관념

   *사진출처: http://www.tongilnews.com/

 

'공적인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예를 들어, 공교육, 공공도서관, 공무원 등등의 단어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공'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 '공'의 개념을 국가, 혹은 정부의 것으로 환원해버리고 마는 것은 우리 사회가 '멸사봉공'의 유교적 사고방식이 깊이 뿌리박혀 있는 사회이기에 당연한 것인가. 그런데 과연 국가의 것이라고 해서 그것이 '공적인 것'인가?

 

박노자의 글을 읽다가 최근 남북 이산 가족들의 상봉 장면을 보며 '국가주의적 공 관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을 만났다. 50년 넘게 만나지 못했던 가족에게 불과 이삼일 동안의 만남만 허용하는 이 잘난 '문명국가'들.

 

이산가족 문제를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느리게 진행하는 홀로코스트'가 아닐까? 하지만 남한이나 북한은 아우슈비츠를 반성적 사고의 대상으로 끊임없이 환기하는 독일의 백분의 일도 못 따라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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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국가주의적 공 관념"에 대한 생각이 언제 다시 들었는가 하면, 최근 남북 이산 가족들의 상봉 장면을 인터넷 텔레비전으로 봤을 때이었어요. 아니, 50년 동안 만나지 못한 모자, 부자, 모녀, 형제, 자매에게 기껏해야 2-3일의 같이 보낼 시간을 주고 그 다음에 서로 서신왕래도 불가능한 "이산"의 상태로 다시 돌려버리는 게 잔혹 행위가 아닌가요? 도대체 국제 인권 관련 법률만 봐도 말이지 가족 재결합권이란 분명히 천부 인권 중의 하나입니다. 즉, 국가라고 해서 부모와 자식 내지 형제, 자매간을 강제로 분리시키고 재결합을 불가능케 만드는 것은 원칙상 반인권적인 폭력입니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사고한다 해도, 그들에게 여생의 마지막 몇 년을 같이 보낼 수 있게 해드리는 게 과연 그렇게까지 "해국적" 요소가 있나요? 청진에서 사는 서울 김 모씨의 80살의 아버지가 사랑하는 아들이 사는 서울로 영구적으로 돌아와 여생의 몇 년을 아들 가족의 품에서 보내신다고 해서, 그에게 연금/배금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득이면 득이지 손실 볼 게 없는 것 같아요. 하여간 남북한 양쪽 당국에게 인권적 사고라는 게 있었다면 적어도 80세 이상의 제1세대 이산가족의 영구적 재결합의 권리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기 위해 노력이라도 했을 터인데, 지금 그렇게 해보자는 움직임은 남에서도 북에서도 안보이네요. 사실, 북한 당국과의 평화 공존 차원에서 각종의 원조를 적극적으로 해주고 가까워지도록 노력하면, 그 연장선상에서 그런 부분도 부탁해볼 수 있을 터인데, 김대중, 노무현 때도 별로 진척이 없었고 인제는 기대도 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공 즉 국가"를 위해서 임종의 자리에서 아들을 보고 싶은 노인의 마지막 꿈을 짓밟아도 되는 모양입니다.

2009년 9월 29일 화요일

신문매체의 생존과 부동산시장

  *그림출처: http://europa.eu/

 

선대인 씨의 블로그에서 옮겨온다. 이른바 조중동이라는 신문매체의 매출액 급감과 이들 신문매체들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기사를 싣게 되는 메카니즘을 분석한 내용의 일부이다. 요약하자면, 신문의 유료 구독부수가 기하학적으로 급감하는 상황 속에서 "언론들이 자신들의 광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동산시장의 실제와는 다른 조작된 보도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대목은 조중동의 실제적인 유료 구독부수를 추정하는 대목이다. 이런 현실이기 때문에 '미디어법'에 목을 매단 형국이 된 것이리라.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젊은 세대의 '문자이탈' '신문이탈'이 더욱 가속화할 터인데, 조중동뿐만 아니라 모든 종이매체의 생존은 경각에 달려 있는 듯싶다.

 

아래 글을 요약하면, 조중동의 유료 구독부수(기업과 관공서의 단체구독부수 약 20만부 제외)는 조선일보는 21만부에서 최대 54만부, 중앙일보는 15만부에서 최대 44만부 정도, 동아일보는 5만부에서 최대 24만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21만-15만-5만에서 54만-44만-24만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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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매출액은 2002 4,174억원을 정점으로 지난해에는 3,056억원으로 줄어 -1,118억원이나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의 매출액도 1,267억원(연환산 2,535억원)으로 연환산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521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지난해에 -213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만 -2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한해 동안의 영업손실 규모를 상회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397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395억원의 대폭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연간 신문구독료18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유료 구독부수는 35.5만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경품 8만원에 연간 신문구독료를 10만원으로 가정하더라도 유료 구독부수는 최대 64만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기업과 관공서 등 단체구독 부수가 대략 20만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개인이 돈을 내고 구독하는 유료 구독부수는 15만부에서 최대 44만부 정도에 불과한 상태로 보인다. 그야말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신문의 몰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다음에, 조선일보의 매출액은 2002 4,817억원을 기록한 뒤 계속 감소하여 지난해 3,722억원으로 줄었다. 매출액이 6년 만에 -1,095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조선일보도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올 상반기 매출이 동일하게 감소했다고 가정하면 대략 연환산 3,087억원으로 전년대비 -635억원 감소한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작년에 18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조선일보가 중앙일보와는 달리 작년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기록한 것은 조선일보의 유동성 및 비유동성 투자자산이 2,23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5% 이자만을 계산해도 이자수익만 110억원을 넘는다. 실제로 신문사업에서는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큰 폭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에는 -210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간 구독료 18만원을 기준으로 유가 구독부수를 계산해보면 41만부 가량에 불과하다. 연간 구독료를 10만원으로 잡아도 74만부에 불과하다. 이중 기업과 관공서 등 단체구독 부수 20만부를 제외하면 개인 구독부수는 21만부에서 최대 54만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동아일보 역시 매출액은 2002 3,749억 원에서 지난해 2,659억원까지 줄었다. 6년만에 -1,090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올해에는 2,200억원에 그쳐 전년대비 -459억원의 매출 감소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48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문 연간구독료 18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25만에도 미치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연간구독료를 10만원으로 간주해도 44만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업과 관공서 등 단체구독을 제외하면 사실상 개인 유료구독자는 5만부에서 최대 24만부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동아일보는 1999 7,648억원에 이르던 자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에는 4,156억원까지 급감했다. 자산 매각으로 매년 발생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메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4년 동아일보가 소유하고 있던 여의도 문화센터 부지를 팔아 장부상으로는 약 469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대규모 손실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자산매각으로 언제까지 매년 막대한 손실을 메울 수 있는지 의문이다.

스웨덴의 독서동아리

                     *SHL complete new library in Halmstad, Sweden,

                     (사진출처: ING-media)

 

아침에 변광수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의 짤막한 칼럼을 하나 읽었다. 2009년 9월 29일자 프레시안에 올린 글이다. 제목은 '가문의 영광 꿈꾸지 않아 행복한 사회'다.

 

개인적으로 핀란드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복지뿐만 아니라 이러한 복지가 사회적으로 가능했던 기제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이 글이 눈에 들어왔다.

 

복지사회를 제도적으로 만들자고 해서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선 질 높은 민주주의를 성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인교육, 평생교육, 독서회 등 시민들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

 

이 글에 따르면 "1977년 전국 28만9000개의 각종 동아리에 참가한 성인 학생은 270만 명이나 되었고, 그 중의 절반이 여성이었다. 스웨덴 인구 800만 명 중 성인인구(20~67세)를 약 500만 명으로 추산할 때 성인들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식으로든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라 한다.

 

놀랍지 않은가? 이런 현실이 가능한 것을 누구는 북유럽의 날씨 때문이라고 한다. 일종의 우스갯소리다. 날씨가 안 좋으니 가정에서나 도서관에서 책을 보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혀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성인들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식으로든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그 역사적 연원과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한 사람들의 노력이 궁금하다.

 

기사 가운데 일부분을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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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전부터 스웨덴에서 교육은 개인의 권리처럼 인식되어 왔다.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교육은 국비로 충당하므로 개인은 선택한 분야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직장생활을 하다가도 부족한 분야를 재충전하고 싶으면 언제든 휴직을 신청하고 대학 또는 전문학교에 가서 공부한 후 복직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휴직 후 공부하는 분야가 직무와 직접 관련이 되면 봉급의 90%, 절반 이상 유용하면 70%를 받아 생활비로 충당하고, 전혀 무관하면 봉급 지급은 없는 대신에 정부의 대여 장학금을 받는다.

그 밖에도 다양한 평생교육제도가 있는데, 정부가 인가한 10여 개의 성인교육협회(Studieför-bundet)가 주관하는 학습 동아리들이 주류를 이룬다. 과목별로 5명 이상의 수강생이 있으면 정부의 보조를 받을 수 있고, 분야는 IT, 경제, 외국어, 일반사회, 국제관계를 비롯해 음악, 연극, 수예, 회화 등 다양하며, 실기 위주의 인기과목은 학습과 함께 취미활동을 겸한다. 활동 운영비는 정부와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며 참가자는 실비 위주의 저렴한 수강료를 낸다. 1977년 전국 28만9000개의 각종 동아리에 참가한 성인 학생은 270만 명이나 되었고, 그 중의 절반이 여성이었다. 스웨덴 인구 800만 명 중 성인인구(20~67세)를 약 500만 명으로 추산할 때 성인들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식으로든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탁아소 식당에서 장기간 요리사를 하던 한 할머니에게 이제 정년퇴직을 하면 심심해서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으니, 자기는 바로 영어 동아리에 참가하여 영국에 가면 말이 잘 통하지 않던 문제를 해결할 셈이라고 기대에 차 있었다. 부엌에서 함께 일하던 보조 할머니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하니, 자기는 평소에 숫자 계산에 재미를 느끼니 회계나 경영 쪽의 공부를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동아리 학습의 참가자들은 65세 이후의 퇴직 노인들이 대다수인데, 훌륭한 예방의료 덕분에 이들은 퇴직 후에도 왕성한 활동이 가능하다. 수업은 직장인을 고려하여 주로 야간에 실시된다.

대표적인 학습 동아리는 1912년에 발족한 노동자교육협회(ABF)로 사회민주당, 전국노총, 소비자협동조합이 협회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발족 당시 노동자 계층에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이 학습 동아리의 역할은 괄목할만한 것이었다. 이러한 시민교육의 기원은 문맹률이 꽤 높았던 1800년대 말 마을 주부들이 초롱불을 켜들고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야간 독서회를 운영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성인들의 동아리 학습은 국민 일반의 교양 수준을 높이는 한편, 스웨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수호하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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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책

 

변광수, <복지국가 스웨덴 사람들> 문예림, 2009년 9월

김윤권, <스웨덴의 행정과 공공정책> 법문사, 2008년 12월

박두영, <스웨덴-노벨과 교육의 나라> 북코서트, 2008년 10월

문무경, <스웨덴의 육아정책> KICCE, 2006년 12월

최영렬, <스웨덴의 평생학습 법 제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05년 12월

한유미, <스웨덴의 아동보육제도> 학지사, 2005년 6월

코모토 요시코, <스웨덴 쑥쑥 교육> 홍익출판사, 2002년 7월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신작 "자본주의 : 러브 스토리(Capitalism : A Love Story)"의 예고편이 공개되었다. 유투브 버전이다. 10월 2일 미국에서부터 개봉될 예정이라 한다. 한겨레의 권태호 기자는 이 작품을 마이클 무어 감독의 '자본론'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무어, 이번엔 자본주의 전면전 선언' 이라는 기사에서 "그는 영화 피날레에서 "자본주의는 악이며, 당신은 악을 관리할 수 없다"며 "자본주의를 없애고,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하며, 그것이 민주주의다"라고 결론짓는다."고 소개하고 있다.

Capitalism: A Love Story Official Trailer HD

 

2009년 9월 26일 토요일

피츠버그, anti-G20

한겨레 신문조차 1면과 외교 면에 G-20 정상회의의 사진을 크게 걸어놓았다. (2009년 9월 26일자)

 

더구나 황준범 기자의 "한국 명실상부한 주도국으로"이라는 기사 꼭지에서는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는 한국이 세계경제 질서에서 확고한 위치를 인정받는 의미가 있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라고 전하며 대통령 직속 주요20개국 정상회의의 사공일 기획조정위원장의 기자 브리핑을 소개하고 있다. 전세계의 부의 약 80%가 이번에 모인 G20개국의 것이다. 미국, 영국, 서독,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중국, 유럽연합,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그리고 한국!

 

그런데 이들 G20이 해결 못하고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세계의 빈곤문제, 전쟁,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 개발도상국의 채무문제 등등.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국의 언론에서는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 피츠버그의 데모 모습을 옮겨놓고 싶다.

 

우선 AP통신의  "수천 명의 사람들이 피츠버그를 행진하며 G20정상회의를 반대했다(Thousands opposed to G-20 march through Pittsburgh)"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이 기사에 따르면 'G20정상회의를 향한 민중의 행진(Peoples' March to the G-20)이라고 일컬어진 이 행진의 메시지는 지구적인 차원의 경제, 환경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한다. 동시에 반전 그룹과 아프리카의 부채 문제 등을 제기하거나 어린이노동문제를 제기하는 그룹도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전쟁이 아니라 일자리를 위한 자본과 환경을 깨끗이 하기 위한 자본을 원한다"고 이 시위를 조직한 피트 쉘이 말했다고 위 기사는 전한다.

 

이 시위의 주최자 측이 올려놓은 사진을 몇 가지 옮겨놓는다.

 

 

2009년 9월 11일 금요일

참여연대

프레시안 2009년 9월 11일자.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의 인터뷰 기사다. "뜻이 맞아도 정권 눈치 보여 못 도와준다더라"  한국의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벌써 15년이라는 연륜을 쌓은 참여연대. 김 사무처장은 새로운 '아젠다 세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15주년을 맞으며 내부에서 논의하는 화두 중 하나는 운동이 일정 정도 성공하면서, 애초 우리가 선도했던 아젠다가 수명을 다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경유착은 15년 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였지만 이제 표면 상으로는 그 의미를 많이 잃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권력을 어떻게 볼지 고민하고 그에 따라 아젠다 세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이현 기자는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김 처장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운동 방식을 두고서도 "운동의 통합성을 높이고 사회 전반의 개혁이 필요한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민주주의나 사회 경제, 한반도 문제 등은 각각 영역이 있기도 하지만 따로 뗄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분분하다"며 "대중적인 캠페인 대신 정책 비판에 중심을 두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의견도 있다.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못 내린다"고 덧붙였다.


2009년 9월 8일 화요일

도서관의 미래

미국 CNN 인터넷판 2009년 9월 4일자 기사, 제목은 '도서관의 미래, 책과 함께할 것인가 아닌가'. 글쓴이는 존 서터.

 

디지털 기술문명의 발달함에 따라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그리고 사서의 역할은 또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가. 이런 질문은 많은 논의가 필요한 질문이다. 이 기사에서는 책의 디지털화에 따라 도서관의 역할을 재규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버클리 법대의 제이슨 슐츠는 도서관이 기존에 수행해오던 정보제공과 커뮤니티센터라는 두 가지 역할 중에서 커뮤니티센터의 역할이 강화될 거라고 말하고 있다. 도서관에 '물질적인 책'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모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왜? 왜 그런 것인가를 묻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도서관 발전사의 시차가 있는 한국의 경우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묻게 된다.

 

원문은 'The Future of Libraries, with or without books'

 

이 기사에 대한 비평적 리뷰인, 마이클 앤트먼의 글 'Today’s Librarian: Hip, Delusional, and Doomed'도 함께 읽어주시길. 마이클 앤트먼의 글은 조금 씨니컬하지만, 단호하기도 하다.

 

"Frankly, I don’t care if my librarian “wears” tattoos or piercings, though the poor choice of verb is an inadvertent indicator of the superficiality of the gesture, and I don’t care if they call themselves “librarians,” “information scientists” or “corporeal data facilitators.”  What I care about is if my librarian is helping, in his or her small way, to maintain our culture and our civilization, or whether he or she is acquiescing, in a limp and laughable way, to its degra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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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ereotypical library is dying -- and it's taking its shushing ladies, dank smell and endless shelves of books with it.

Libraries are trying to imagine their futures with or without books.

Libraries are trying to imagine their futures with or without books.

Books are being pushed aside for digital learning centers and gaming areas. "Loud rooms" that promote public discourse and group projects are taking over the bookish quiet. Hipster staffers who blog, chat on Twitter and care little about the Dewey Decimal System are edging out old-school librarians.

And that's just the surface. By some accounts, the library system is undergoing a complete transformation that goes far beyond these image changes.

 

Authors, publishing houses, librarians and Web sites continue to fight Google's efforts to digitize the world's books and create the world's largest library online. Meanwhile, many real-world libraries are moving forward with the assumption that physical books will play a much-diminished or potentially nonexistent role in their efforts to educate the public.

 

Some books will still be around, they say, although many of those will be digital. But the goal of the library remains the same: To be a free place where people can access and share information.

 

"The library building isn't a warehouse for books," said Helene Blowers, digital strategy director at the Columbus [Ohio] Metropolitan Library. "It's a community gathering center."

 

Think of the change as a Library 2.0 revolution -- a mirror of what's happened on the Web.

 

Library 2.0

People used to go online for the same information they could get from newspapers. Now they go to Facebook, Digg and Twitter to discuss their lives and the news of the day. Forward-looking librarians are trying to create that same conversational loop in public libraries. The one-way flow of information from book to patron isn't good enough anymore.

 

"We can pick up on all of these trends that are going on," said Toby Greenwalt, virtual services coordinator at the Skokie Public Library in suburban Chicago.

Greenwalt, for example, set up a Twitter feed and text-messaging services for his library. He monitors local conversations on online social networks and uses that information as inspiration for group discussions or programs at the real-world library.

 

Other libraries are trying new things, too.

The Public Library of Charlotte and Mecklenburg County, in North Carolina, has a multimedia space where kids shoot videos and record music. It also runs a blog dedicated to gaming and hosts video game tournaments regularly.

 

Kelly Czarnecki, a technology education librarian at ImaginOn, a kids' branch of that library, said kids learn by telling their own stories.

 

"Our motto here is to bring stories to life, so by having the movie and music studio we can really tap into a different angle of what stories are," she said. "They're not just in books. They're something kids can create themselves."

Czarnecki believes that doesn't have to come at the expense of book-based learning.

 

The Aarhus Public Library in Aarhus, Denmark, takes things a step further.

 

The library features an "info column," where people share digital news stories; an "info galleria" where patrons explore digital maps layered with factoids; a digital floor that lets people immerse themselves in information; and RFID-tagged book phones that kids point at specific books to hear a story.

 

"The library has never been just about books," said Rolf Hapel, director of the city's public libraries.

 

Community Centers

Jason M. Schultz, director of the Samuelson Law, Technology and Public Policy Clinic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 Law School, said libraries always have served two roles in society: They're places where people can get free information; and they're community centers for civic debate.

 

As books become more available online, that community-center role will become increasingly important for libraries, he said.

 

"It depends on whether we prioritize it as a funding matter, but I think there always will be a space for that even if all the resources are digital," he said.

Some libraries are trying to gain an edge by focusing on the "deeply local" material -- the stuff that only they have, said Blowers, the librarian in Ohio.

"How do we help add that value to a format like the Internet, which is expansively global?" she said. "So we look at what do we have here that we could help people gain access to by digitizing it."

 

That material can be used to start community discussions, she said.

 

Librarians

This shift means the role of the librarian -- and their look -- is also changing.

In a world where information is more social and more online, librarians are becoming debate moderators, givers of technical support and community outreach coordinators.

 

They're also no longer bound to the physical library, said Greenwalt, of the library in Skokie, Illinois. Librarians must venture into the digital space, where their potential patrons exist, to show them why the physical library is still necessary, he said.

 

A rise in a young, library-chic subculture on blogs and on Twitter is putting a new face on this changing role, said Linda C. Smith, president of the Association for Library and Information Science Education.

 

Some wear tattoos, piercings and dress like they belong on the streets of Brooklyn instead of behind bookshelves. They're also trying on new titles. Instead of librarians, they're "information specialists" or "information scientists."

Libraries like the "Urban Media Space," which is set to open in 2014 in Aarhus, Denmark, are taking on new names, too. And all of that experimentation is a good thing, Smith said, because it may help people separate the book-bound past of libraries from the liberated future.

 

"It's a source of tension in the field because, for some people, trying to re-brand can be perceived as a rejection of the [library] tradition and the values," she said. "But for other people it's a redefinition and an expansion."

 

Funding woes

In the United States, libraries are largely funded by local governments, many of which have been hit hard by the recession.

 

That means some libraries may not get to take part in technological advances. It also could mean some of the nation's 16,000 public libraries could be shut down or privatized. Schultz, of the Berkeley Law School, said it would be easy for public officials to point to the growing amount of free information online as further reason to cut public funding for libraries.

 

Use of U.S. public libraries is up over the past decade, though, and many people in the information and libraries field say they're excited about opportunities the future brings.

 

"I came into libraries and it wasn't about books," said Peter Norman, a graduate student in library and information science at Simmons College in Boston who says he's most interested in music and technology. "Sure I love to read. I read all the time. I read physical books. But I don't have the strange emotional attachment that some people possess."

 

"If the library is going to turn into a place without books, I'm going to evolve with that too," he said.

 

2009년 9월 7일 월요일

시민사서 양성을 위한 도서관학교

사단법인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가 서울시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개하는 '시민사서 양성을 위한 도서관학교' 프로그램. '시민사서'라는 용어가 아직 우리 사회에 널리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 지향만큼은 높이 사야 하리라. 자료로서 스크랩 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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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교'와 독서

아침에 읽은 칼럼 가운데 한 대목을 옮겨 놓는다. '동다문화론'을 바탕으로 한국의 차문화학을 탐구하는 시인 정동주 씨의 칼럼이다. 제목은 '길을 묻는 사람들'. 경남도민일보 2009년 9월 7일(월)일자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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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돈교의 광신도가 되어 빈부격차라는 마법에 스스로 걸려들고 있다. 가난을 벗어나려고 돈을 벌고 있으며, 부자는 그 위세를 지키고 드높이고자 가난한 자보다 더 교활하고 강력한 힘으로 돈을 벌고 믿는다. 전쟁이다. 끝없는 전쟁의 나날이다. 이 빈부격차 마법의 궁극이 인류 종말이라는 너무나 뻔한 사실도 애써 외면한다. 이 마법에 걸린 사람들에게 독서가 무슨 개입에 벼룩 씹는 소리겠는가.

 

책을 읽는 것은 나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과 세계를 여행하고 이해하는 삶의 한 방식이다. 책을 안 읽는다 함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세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영혼을 향한 무자비한 폭력이다.

 

이쯤 되면 교육, 학교는 그저 불필요한 습관적 장식에 불과해진다. 교육과 학교가 장식물로 전락하고 나서 무슨 국가며 정치니 문화가 온전하겠는가.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삶의 신성함과 희망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려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한다면 맞아 뒈질 것임도 나는 안다.

길을 묻는 그대여, 길을 묻고 또 묻다가 끝끝내 삶을 버리려는 그대여, 죽을 용기로 어머니께 길을 여쭈십시오. 안 계시거든 스승님께 여쭈세요. 끝으로 친구에게 물으십시오. 그리고 죽지 마십시오.

2009년 9월 3일 목요일

어려운 결정

 

어려운 결정. 2009 북스타트 전국대회를 연기하게 되었다. 수많은 이들이 정말 성심성의껏 준비해온 전국행사를 연기하게 된 것이다. 신종플루 때문이다. 아쉽고 또 조금은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들지만,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 생각해본다.

2009년 9월 2일 수요일

삽질과 생각

 "삽질만 하는 나라는 생각하는 나라를 못 이겨요."

 

<괴짜사회학> 대담 중에 우석훈 씨가 한 말에서. 동감한다.

돈 안 되는 인문학 하는 도시

<경남도민일보>의 김훤주 기자가 쓴 '돈 안 되는 인문학 하는 도시, 김해'의 시리즈가 오늘자로 모두 공개되었다.

 

2009년 8월 24일(월) <경남도민일보> 인터넷판에 게재된 "돈 안 되는 인문학 하는 도시, 김해 (상) 인문학을 하는 까닭과 현황"과 2009년 8월 31일(월)에 게재된 "돈 안 되는 인문학 하는 도시, 김해(하) 공부 주체들의 생각과 반응"을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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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을 공부하는 자치단체'가 있다. 우리 실정에서 뜻밖이고 또 놀라운 일이다.

결정권을 행사하는 자치단체장은 지역 주민에게 인기 있는 정책을 먼저 실행하게 마련인데, 인문학은 대학 같은 학문 공동체에서도 크게 대접을 받지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김해시(시장 김종간)가 2007년 10월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한 데 이어 2008년부터 여러 방면으로 인문학 읽기에 나섰다. 올해는 두 해째다. 인생을 살아가는 새로운 즐거움과 돈이나 물질이 아닌 다른 가치에 대한 눈뜸을 위해서다.

 

전국 자치단체마다 많은 돈을 들여 갖가지 축제는 벌이면서도 인문학은커녕 책읽기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현실에서 아주 색달라 보인다. 인문학 공부를 도시 차원에서 하게 된 이유와 진행 경과, 그리고 공부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생각과 반응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2008년 9월 20일 강명관 부산대 교수와 김해외고 학생들이 함께한 독서토론 장면.  
 

◇"우리는 인문학의 힘을 믿어요" = 인문학은 인간이 놓인 조건과 상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문학 역사 철학 언어 미학 고고학 등을 뭉뚱그려 말한다.

인문학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돈이 안 된다.' 어떤 이는 '인문학도 돈 되는 학문'이라 말하지만, 이는 인문학을 천시하는 현실에 대한 '역설(逆說)' 또는 인문학이 근본 품고 있는 값어치에 대한 '역설(力說)'이기 십상이다.

대부분 인식이 이런 가운데서도 김해시는 시민사회의 요구와 희망을 바탕으로 평생학습지원과
와 도서관정책팀을 만드는 등 적극 나서 지역 대학(학자)과 기업 그리고 공공도서관을 주체로 세우면서 인문학 공부를 도시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에는 해당 공무원
의 추진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조강숙 도서관 정책팀장은 "우리는 인문학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재미로 읽는 통속 소설이나 사회과학 서적, 실용을 위한 재테크나 처세술을 다룬 책과 달리 인문학은 삶 전체를 관통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도록 한다. 그런 고민과 성찰을 거친 이와 그렇지 않은 이는, 사는 세상이 다르다."

시민사회는 물론 중요하다. 김해 인구가 늘면서 새로 들어온 사람 가운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책읽기 요구가 높아졌고 이는 공공도서관 확충으로 이어졌다. 인문학의 풀(pool)이다.

공공도서관 사서
들의 비공식 공부 모임과 학교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제각각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하는 등 '자발적 노력'도 보태졌다.

현실적인 계기는 이렇다. "2007년 '책읽는 도시 김해'를 선포하고 나서 지난해 시장님이 '전국 독후감
대회'를 해보라고 지시했다.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청소년'과 '인문학'이 중심 주제로 나왔다." "모든 시민을 주체로 삼지만 청소년에 집중하고, 모든 분야를 아우르려 하기보다는 인류의 성찰과 지혜가 담긴 인문학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해 보자는 것이다."

◇10월 30·31일 제1회 청소년 인문학 읽기 전국 대회 = 김해시는 이런 포부로 무슨무슨 대회를 하기에 앞서 지난해 청소년에게 인문학을 하는 즐거움을 일러
주는 강좌를, 학교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주관으로 열도록 지원했다.

'1318 북클래식'이다. 7월 12일 연구공간 수유
+너머의 고미숙 대표가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경원고), 부산대 강명관 교수가 9월 20일 '조선의 뒷골목 풍경'(김해외고), 영산대 배병삼 교수가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분성여고), 수유+너머의 고병권 교수가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가야고)를 강의했다.

학생들 반응은 이랬다. "소설책 몇 권 읽는 것보다 재미있었다." "새롭게 많이 배웠다." 여기에 청소년 인문학 공부의 여지가 있었다. "인문학에 관심 있는 아이들은 틀림없이 있는데, 이들은 학교 교육에서 사각지대에 있다. '별난 녀석'으로 '왕따' 비슷한 취급을 받는다. 이들에게 훌륭한 인문학자를 만나게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문학 읽기 전국대회를 열게 된 까닭이다. 10월 30일과 31일 김해도서관과 한옥
체험관에서 열리는 제1회 대회를 위해 전국 1639개 고교에 공문을 보냈고 32개 학교에서 참여하겠다는 답장이 왔다. 이를 위해 6월 26일에는 김해도서관에서 '교사 워크숍'을 열었다.

모두 비경쟁으로 진행되는 대회는 주제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다. 추상적이다. 소주제(지정 도서)는 '삶과 죽음'(<나무
의 죽음>) '소유냐 존재냐'(<소유냐 존재냐>) '행복한 삶이란'(<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사랑'(<난설헌, 나는 시인이다>) 등 4개다.

 

독서감상문은 쓰지 않는다. 인터넷 '펌질'이 일반화돼 있어서 '독창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토론과 스토리 텔링, UCC(동영상)로 대회를 치른다. 아울러 지정도서 지은이 또는 옮긴이를 초청해 함께 토론하고 함께 결론을 이끌어내는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경남서는 가야고 간디고 경원고 김해외고 대아고 마산여고
분성여고 장유고 진례중 졸업생 연합, 창원명지여고의 독서 동아리들이 참가한다.

◇시민·공무원·시민운동가·기업인을 위한 강좌도 = 시민을 위한 인문학 강좌는 공공도서관에서 돌아가면서 마련한다. 2008년 8월 30일~11월 8일 여덟 차례 치른 '토요 인문학 강좌'와 12월 8~19일 여섯 차례 마련된 '송년 선물
인문학 강좌'는 단발성이었다. 반면 올해 6~12월 진행되는 '시민 인문학 강좌'는 책 한 권으로 세 차례 깊이 공부하는 연속성이 특징이다.

6월과 7월 김태언 교수의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와 이영식 교수의 <이야기로 떠나는 가야 역사 기행>을 했고 9월에는 안종수 교수가 <보이는 세계는 진짜일까>를 7·14·21일 김해시청 소회의실에서 연속 강의한다. 10월 <동양
철학의 흐름>(안종수 교수), 11월 <불이사상으로 읽는 노자>(이찬훈 교수), 12월 <조선시대의 한시>(강석중 교수, 이상 인제대)도 마찬가지 진행이다.

시청 과장급 이상 간부와 시민단체 임원급
이 대상인 'CEO 독서 아카데미'도 3월부터 다달이 한 차례씩 한다. 물론 일반 공무원에게도 열려 있다. 참여하면 시간을 인정하고 인사 고과에도 반영한다. 반면 '너무 바쁜 분들이라' 꾸준히 참여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돋보이는 부분은 기업인들 인문학 공부다. 김해기업연구소
(소장 원종하 인제대 교수)가 주관하고 김해시와 인제대가 거든다. 셋째 수요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하는 '김해 기업 CEO 조찬 독서포럼'. 50명이 정원이고 회비는 50만 원이다. 김해시는 강의료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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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공부는 자기 발 밑을 살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가장 필요하고 또 쉬운 일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저마다 욕망을 좇아 고개를 높이 쳐들고 앞만 보고 살기 때문에 쉽게 하기 어려운 일이 됐다. 김해시가 지난해부터 이처럼 사람 발 밑을 밝히는 공부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문학 읽기에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인문학을 하는 보람과 느낌, 앞으로 어떻게 펼쳐나가 보겠다는 그림의 일단이 여기에 있다. 김해시가 주관하는 인문학 읽기는 '2009 CEO 독서 아카데미'가 있다. '2009 시민 인문학 강좌'는 인제대학교 인문학부가 맡아 한다. 김해기업연구소가 주관하는 '김해기업 CEO 독서 조찬 포럼'과, 지난해 '1318 북클래식'을 진행했던 학교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 김해 모임의 청소년 책읽기도 있다.

   
 
  지난 7월에 세 차례에 걸쳐 열린 이영식 인제대 교수의 시민 인문학 강좌 모습.  
 
'눈뜸'의 체험, 이끄는 학자도 배우는 시민도 푹 빠져드는…

◇"반응 뜨거워 나도 몰래 '오버'" = 이영식 인제대 역사고고학 교수는 '2009 시민 인문학 강좌'에서 7월 16·23·30일 세 차례 연속 강의(화정글샘도서관)를 했다. 주제는 '이야기로 떠나는 가야 역사 기행'. 이 교수가 올해 3월 펴낸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예상 밖으로 많이 오셨다. 준비한 좌석이 모자랄 정도였다. 부부가 함께 자녀와 동행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 듣는 태도도 아주 진지했고 아이들도 떠들지 않았다. 학교서도 강의를 열심히 하지만 인문학 강좌는 더 열심히 했다. 듣는 태도가 진지하고 빛나는 눈동자를 마주하다 보니 흥분도 하고 준비한 내용보다 더 많이 얘기하게 됐다.

학교에서 '박물관대학'을 4년째 하고 있는데 거기 수강생이 여기 들으러 와서는 항의를 하더라. '여기서는 이리 열심히 하시면서 박물관대학에서는 대충 하시는 것 같다'고…….(웃음) 강의는 반응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인데, 수강하시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와서 그런지 너무 관심있게 들으니까 시간도 내용도 '오버'하게 되는 것 같다. 유쾌한 경험이었다."

쉽고 편안하게 접근하는 지역 전문가의 인문학 강의

◇"생생하게 전달되는 현장감" = 김선옥씨는 자주 들르던 칠암도서관에서 리플릿을 보고 이영식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갔다. 평소 가야사를 비롯한 역사 전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세 차례 모두 열심히 들었다.

"어렵게 생각한 가야 역사를 편하게 이해하기 쉽도록 강의를 해주셨다. 양동리 고분군 유물 발굴을 보기로 들자면, 당시 사진을 풍부하게 보여줬는데 설명과 함께 듣고보니까 현장감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최초 영남인'으로 알려진 '범방아이'(부산 범방 패총에서 발견된 4500년 전 어린이 유골)에 대한 설명도 인상깊었다. 아울러 간식을 깔끔하게 장만해 내오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등 주최쪽이 참가자들을 배려하고 애쓰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지역 학자-자치단체-주민의 지속적 결합" = 인제대 인문학부 학부장인 이찬훈 교수는 '2009 시민 인문학 강좌' 전체를 주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역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의 결합을 강화하고 단발성을 뛰어넘어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다.

"여태 자치단체 시민 강좌는 대체로 서울이나 부산 등지에서 유명 인사를 모셔와 한 차례 듣는 것이 전부였다. 이래서는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제대로 채워질 리가 없다고 본다. 지역 대학의 학자들이 지역 주민을 위해 적극 나서 서비스를 해야 한다. 이런 참여가 지역 학자들에게는 자극제도 되고 발전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지역사회도 좋고 학자(대학)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른바 '윈-윈'이다. 지난해 처음 주관했는데, 강좌가 좋은 반응은 얻었으나 일회성이 한계였다. 강의를 들은 분들 의견을 물어 올해는 심화된 강좌를 마련했다. 자기가 쓴 책을 갖고 세 차례 연속해서 모두 여섯 시간을 강의하는 것이다. 전해 듣기로는 아주 호응이 크다."

어린이부터 CEO까지 참가자 모두 진지하고 즐겁게

◇"2주 한 차례 학생 토론 중심으로" = 조의래 학교도서관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김해 대표는 지난해 김해시 지원을 받아 '1318 북클래식'을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 지원을 받아 교사와 학생들의 인문학 읽기를 하고 있다.

"올해는 토론이 중심이다. 지난해는 강의가 중심이었는데, 학생들 사이에 인문학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점을 감안해 작가들을 만나 흥미를 갖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었다. 올해는 선생님들이 먼저 읽고 토론을 한 다음 아이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좀 빡빡하다. 학교마다 2주에 한 번씩 하고 있다. 전체가 모이는 자리도 마련한다. 6월에는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를 쓴 이왕주 부산대 교수를 김해분성여고로 모셨다. 가야고 경원고 김해외고 같은 학교의 아이들도 함께하는 자리였다. 9월에는 김해외고에서 모일 예정이다. 겨울에는 전체가 모여 함께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아이들은 재미있어 하고 새로운 눈뜸을 체험한다."

◇책읽는 사장이 필요하다 = 원종하 인제대 교수는 '김해기업 CEO 조찬 독서 포럼' 커리큘럼을 몸소 짰다. 독서 포럼을 진행하는 김해기업연구소를 2007년 2월 만들고 소장을 맡았다. 인제대 창업보육센터장을 하는 등 산학협력에 10년남짓 종사한 경험을 살렸다. 원 소장이 세운 서원(誓願)은 '책 읽는 사장을 만들자'이다.

"산업에 문화를 입히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교육-산업-문화에서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본다. 책을 읽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반응은 아주 좋다. '한 달에 한 번씩 보약을 먹는 것 같다'고 하는 이도 있다. 8월에 임학종 국립김해박물관장을 모셨는데 김해에 살면서도 몰랐던 김해 유래와 역사 유물 등을 듣고 다들 즐거워했다. 공사 현장에서 유물이 나올 때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 같은 것도 일러주니 금상첨화였다. 앞으로 강좌를 더 확대할 생각이다."

◇"인문학 읽기 지원은 자치단체 기본 의무" = 조강숙 김해시 평생학습지원과 도서관정책팀장은 인문학 읽기 실무를 떠맡고 있다. 세부 정책을 짜고 10월 30~31일 치르는 제1회 청소년 인문학 읽기 전국 대회도 준비한다.

"여태까지 책읽기는 개인 문제로 여겨져 왔는데, 과연 그것이 합당한가 문제 제기를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주민이 의식 수준을 높이고 다양한 분야 지식을 쌓고 삶의 지혜를 찾아가는 것이 행복 추구라면, 국가나 자치단체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고 정책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얘기였다. 지금 김해시가 하는 인문학 읽기 등도 이런 기준에 비추면 사실 별것 아니다. 얼마 안가 전국 모든 자치단체가 기본으로 이런 사업을 하리라 본다. 그런데 CEO 독서 아카데미에 대해서는 조금 비판이 있다. 내년에는 좀더 문턱을 낮추고 폭을 넓혀서 상대적으로 인문학을 마주하기 어려운 주민들을 찾아가 보려 한다."

 

치사하다

오늘 밤, 늦은 밤, 사무처의 멤버들과 밤새 논의를 하고 들어온 날, 나는 또 하나의 성명서와 만난다. 이 성명서의 배경은 '치사한 현실'이다. 한마디로 현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벌어진 일을 요약하면 '치사하다'는 것이다. 정말 '치사한 놈들의 짓거리'를 우리는 보고 있다. 그래서 이 포스트의 제목은 '치사하다'고 했다. '치사하다.'

 

치사(恥事)라는 말. 부끄럽다는 말이다. 영어로 가장 잘 옮길 수 있는 말이 'shame'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disgrace' 즉 다시 말해 'grace'가 없다는 말이다. '우아함'이나 '염치'나 '예의' 같은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뜻. 'mean'의 뜻도 있다. 비열하다는 것이나 궁색하다는 뜻. 혹은 째째하다, 궁색하다, 더럽다는 뜻도 있다. 그리고 이런 뜻도 있다. 뒤떨어지다.

 

치사한 것은 그런 것이다. 째째하고, 궁색하고, 더럽고, 비열하고, 뛰떨어지고, 우아함이란 없고, 염치나 예의가 없고, 비열한 것이다. 2009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그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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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씨에 대한 압력과 탄압을 중단하라!

미학자이자 사회비평가로서 대한민국의 지식계에 소중한 역할을 해왔던 진중권 씨가 현재 곤경에 처해 있다. 그가 미학 연구자
로서 관계해왔던 공립, 사립 대학교에서 연달아 그의 자리가 사라졌다. 또 그는 지금 여섯 개에 달하는 재판과 소송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밖에도 소득세 납부 등의 이유로 집요한 감사를 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태를 진중권 씨 개인의 문제로 국한하여 보지 않는다. 또 특정한 이념적 노선의 지식인들에 대한 사회적 탄압의 차원을 넘어서는 더 큰 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사태는 우리 사회에서 과연 독립적 지식인 그리고 공공적 지식인이 설 자리가 존재하는가라고 하는 더 근원적인 문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이 사태는 독립적 지식인의 위기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상상력과 비판과 제안에 관한 한 무제한의 자유가 허락되었을 때에 비로소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무제한의 자유를 실현함에 있어서 권력이나 자본 나아가 대학이나 학제와 같은 일체의 제도적 배경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지적 작업을 수행해나가는 독립적 지식인의 존재는 그래서 민주사회에 있어서 필수불가결의 존재이다.

또 이 사태는 공공적 지식인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오늘날의 제도화된 지식계는 갈수록 전문적인 세분화를 겪고 있으며 그 생산물
은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힘들게 암호화되어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분절화된 전문 분야를 넘어서서 사회 전체가 당면한 문제들과 대면하여 이를 공공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공적 지식인의 존재가 또한 민주주의의 필수 요건이다. 이들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다수 지배의 탈을 쓴 엘리트 지배나 중우 정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진중권 씨는 지난 1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척박한 한국의 지적 토양에서 이 두 가지 역할을 몸소 구현한 이이다. 그는 권력이나 자본은 물론 좁은 의미에서의 대학이나 학제와 같은 제도에 의존하거나 구애받지 않은 채 자신의 독특한 논지와 주장을 벼려온 이로서 널리 인정받아 왔다. 또 특정 분야의 전문성에 갇히지 않고 제도적 지식인들이 기피하는 예민하고 어지러운 논쟁 구도에 거침없이 뛰어들어 사회 전체의 소통과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이러한 그의 독특한 위치는 그가 내놓은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과 그 각각이 거두어온 놀라운 대중적 성공이 여실히 증명한다.

지난 몇 개월간 이 사회의 각종 권력 제도는 자신들이 이러한 독립적 지식인 그리고 공공적 지식인을 얼마나 기피하고 위험시하는지를 스스로 폭로하였다. 한마디로 비열
하고 치사하다고 밖에 달리 말을 찾지 못하겠다.

비열하다. 어느 하나의 기관이나 제도도 아니다. 어느 하나의 사유와 명분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 기관에서 공립 대학, 사립대학에 이르는 지식계의 다양한 "기존 권력"이 다양한 이유를 들면서 공모라도 한 듯 똑같은 행동의 보조
를 맞추고 있다.

치사하다. 그의 자리를 빼앗으며 내건 이유들, 명분들이라는 것이 참으로 안쓰러운 것들이다. 진중권 씨가 학위
가 없다거나 다른 기관에 직함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 도대체 지난 몇 개월간 새로 발생한 사유인가? 어째서 지난 몇 년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들이 지금 이 몇 개월 사이에 한꺼번에 문제가 된단 말인가?

이번 일을 겪으면서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제도나 권력에 기댈 곳을 마련하지 못한 지식인이란 실로 바람 앞의 촛불처럼 취약하고 위태로운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진중권 씨와 같이 대중적 관심과 지지를 얻고 있는 지식인도 이럴진대 그조차 갖지 못한 이들은 이 사회에서 과연 권력, 자본, 대학에 어서 빨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일렬종대로 늘어서는 것 이외에 다른 지적 작업을 할 용기를 감히 낼 수 있을까?

또 민주사회의 주인인 공공 대중의 의식을 풍부하게 하고 소통시키기 위한 작업에 과연 과감하게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진중권 씨를 지켜내는 일이 진중권 씨보다 불리한 환경에서 작업하고 사유하는 지식인들 일반을 보호하기 위한 공공성을 가진 일이라고 믿기에 이렇게 뜻을 같이 하게 되었다.

우리는 야유한다. 힘없고 가진 것 없어도 그저 지적 자유를 만끽하고 이웃과 공유하는 것 하나를 인생의 기쁨이자 소명으로 여기는 지식인들에게 이 사회의 기성 권력이 돌려준 대접에
대해서. 또 우리는 충고한다. 국민의 태반이 대학을 졸업하고 독자적 사유와 토론 능력을 가진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서 지식 사회의 대세를 행여 몇 가지의 알량한 제도적 권력을 휘둘러서 통제 아래에 둘 수 있다는 낡은 생각을 포기할 것을.

진중권 씨에 대한 유형무형의 압력과 탄압을 중지하라. 우리 인문사회과학 저자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 단단하게 기둥
을 박은 공공장의 담론의 힘을 믿으며, 우리의 독자들 그리고 공공 대중과 함께 연대하여 진중권 씨를 지키고 지식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강준만(전북대 교수), 고종석(<한국일보> 객원논설위원), 김규항(<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우석훈(<88만 원 세대> 저자·연세대 강사), 홍기빈(<거대한 전환> 역자·국제정치경제칼럼니스트) 이상 5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