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30일 목요일

오카쿠라 덴신

 오카쿠라 덴신

금병동 선생의 <일본인의 조선관>의 28장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  「朝鮮は元来、日本の領土」と主張)을, 지난 3월 17일 도쿄 게이오대학의 윤석열 대통령 강연록과 함께 읽어봅니다.
“여러분도 아시는 바와 같이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은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고 했습니다. 25년 전 한일 양국의 정치인이 용기를 내어 새시대의 문을 연 이유가, 후손들에게 불편한 역사를 남겨 줘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윤석열 대통령, <"한-일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교류·소통할 수 있도록 정부와 리더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2023년 3월 17일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강연에서)
“아시아는 하나”(『동양의 이상』의 첫머리)라는 덴신의 명문구는 유럽의 아시아 침략에 대해서, 아시아는 하나가 되어 대항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발표한 것이지만, 그 때에도 “조선은 일본의 영유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적 모순을 눈치 채지 못했다. 나중에 ‘일본의 지배하에 아시아는 하나’라고 야유를 받았지만, 본래 덴신 자신에게 그 사상적 토양이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국제적 대지식인의, 침략에 눈이 어두워진 바보 같은 자아상이 여기에 응축되어 있다.(금병동, 『일본인의 조선관』, 최혜주 옮김, 논형, 2019년 2쇄, 157쪽)
참고
국사편찬위원회 금병동소장자료 79건
금병동, <日本人の朝鮮観ニホンジンノチョウセンカン その光と影>(明石書店, 2006년 초판) 책 소개
오카쿠라 덴신의 책은 <차의 책>(정천구 옮김, 산지니, 2009년 6월) <동양의 이상 - 일본 미술의 정신>(정천구 옮김, 산지니, 2011년 9월) <차 이야기-기파랑 고전 명저 시리즈 7>(이동주 옮김, 기파랑, 2012년 5월> <일본의 각성-아시아 총서 42>(정천구 옮김, 산지니, 2021년 12월) <차의 책>(박선정 옮김, 오오카와 야스히로 사진, 시그마북스, 2022년 1월) 등이 번역되어 소개되어 있습니다.

<갈대 속의 영원> El Infinito en un Junco, 이레네 바예호Irene Vallejo, 2009년(한국어판, 이경민 역, 2023년 3월 20일 초판, 반비)에서

 <갈대 속의 영원> El Infinito en un Junco, 이레네 바예호Irene Vallejo, 2009년(한국어판, 이경민 역, 2023년 3월 20일 초판, 반비)에서

책은 시간의 시험을 뛰어넘으며 장거리 주자임을 입증했다. 우리가 혁명의 꿈에서 혹은 파국적 악몽에서 깨어날 대마다 책은 거기에 있었다. 움베르토 에코가 지적하듯이 책은 숟가락, 망치, 바퀴, 가위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한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 (16쪽)
도서관은 제 나름의 독특함을 지녔다. 누군가 내게 도서관은 늘 사서를 닮아간다고 했다. 나는 아직 책의 미래를 믿는, 시간을 무력화하는 책의 힘을 믿는 수많은 사서를 존경한다. 그들은 어느 책장에서 수년째 잠들어 있는 책을 깨울 수 있도록 충고하고 독자를 떠밀고 구실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 일상적인 행위가 세상의 부활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시작된 장구한 사서의 계보가 있지만, 우리는 그 계보의 오랜 선조들에 관해서는 거의 모른다. 첫 번째 인물은 칼리마코스다. 칼리마코스 이후에는 많은 작가가 생애의 어느 기간 동안 사서로 일했다. 괴테, 카사노바, 휠덜린, 그림 형제, 루이스 캐럴, 무질, 오네티, 조르주 페렉, 스티브 킹 등이 그러했다. 스페인 시인 글로리아 푸에르테스는 “신은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지만, 나는 사서가 되었다.”라고 말했다.(194쪽)

'Not By AI' 배지

 'Not By AI' 배지

폐친들께서는 이런 발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어느 전문가(Nina Schick)는 2025년에는 온라인 콘텐츠의 90%가 AI에 의해 생성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DgYCcdwGwrE) 사람이 앞으로 콘텐츠를 생성할 때, AI(인공지능)에만 의존한다면 AI가 생성하는 콘텐츠는 결국 과거의 콘텐츠를 재활용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온라인 콘텐츠가 반복되고 정체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Not By AI 배지는 AI에 대한 의존도를 제한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낼 것을 장려하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합니다. 작가, 연구원, 아티스트, 음악 프로듀서, 사운드 디자이너, 영화 제작자와 같은 콘텐츠 제작자는 최소한 콘텐츠의 90%가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웹사이트, 블로그, 에세이, 간행물, 이력서, 프로젝트에 이 배지를 추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만든 90%에는 영감을 얻기 위해, 혹은 문법 오류 및 오타를 찾기 위해 AI를 사용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합니다.
페친들께서는 이런 발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일본, 제5차 <어린이독서활동추진에 관한 기본계획>

일본, 제5차 <어린이독서활동추진에 관한 기본계획>
第五次「子どもの読書活動の推進に関する基本的な計画」
2023년 3월 28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어린이독서활동추진에 관한 법률>(법률 제154호)에 따라 제5차 <어린이독서활동추진에 관한 기본계획>을 결정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이 계획은 4가지 방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①부독률 저하 ②다양한 독서 기회 확보 ③디지털 사회에 대응한 독서 환경의 정비 ④어린이의 시점에서 독서활동의 추진
특히 학교도서관과 관련해서는, 2004년부터 2008년도까지의 제6차 <학교도서관 도서 정비 등 5개년 계획>의 책정에 수반하는 지방재정 조치의 예산화 등을 통하여 계획적으로 정비를 진행하여, 학교도서관 도서표준의 달성 및 계획적인 도서 갱신, 학교도서관에의 신문의 복수 배치 및 사서교사·학교사서의 배치 등을 추진함으로써 학교도서관의 정비를 충실하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림 자료는 일본 초등, 중등, 고등학생의 부독률不読率의 현황을 보여주는 표. '부독률'이란 한 달 동안 한 권의 책도 읽는 않은 사람의 비율을 말합니다. 초등학생 6.4%, 중학생 18.6%, 고등학생 51.1%.
한일 간 외교 관계에서 일본이 '뒤통수'를 치는 현실 속에서, 우리 학생, 학교, 교육청, 교육부는 독서로, 그리고 학교도서관으로, '뒤통수'를 칠 수는 없단 말입니까.

2023년 3월 29일 수요일

시인의 울음

 시인의 울음

이문재 시인(1959~)이 불쑥 전화하면,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박영근 시인(1958~2006)이 새벽 네 시에 전화해서 "찬수야, 찬수야." 하며 울듯이. 영근이 형이 전화했을 때, 저는 무조건 달려 갔어야 했는데, 영근이 형이 살아 있을 땐, 한번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찌할 수 없이 우는 이가 있으면, 울려고 하는 이가 있으면, 달려 가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에스파냐 도서관 공원'parque biblioteca españa은 언제 다시 문을 엽니까?

 '에스파냐 도서관 공원'parque biblioteca españa은 언제 다시 문을 엽니까? ¿Cuándo abrirá el Parque Biblioteca España, Medellin, Colombia?

지난 주 경주 답사 길에, 잠시 '에스파냐 도서관 공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메데진 북동쪽 코뮌1의 산토 도밍고 사비오Santo Domingo Savio 인근에 위치한 도서관 공원.
"2007년 도서관 공원 개관식이 열리던 날, 식민지 시절에도 방문한 적이 없었다는 스페인 국왕과 왕비가 엄청나게 많은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참석하자 메데진 시민들도 크게 놀랐다고 한다."(박용남, <기적의 도시 메데진>, 서해문집, 2023년 1월 20일 초판, 107쪽) 그런데 누수와 산사태로 인한 구조적 결함으로 2013년에 폐원(폐관).
박용남 선생께서 "2019년 두 차례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거대한 가림막이 메데진을 상징하는 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둘러싸고 있었다"고 한다. 오랜 기간 폐원되어 있던 이 도서관이 다시 문을 열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 2023년 하반기에는 문을 열 계획으로 재단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https://www.eltiempo.com/colombia/medellin/medellin-la-nueva-cara-de-la-biblioteca-espana-se-entregara-en-2023-737425?fbclid=IwAR2MZnhJqUsI_axaQNXHw5p3Rmv0265QEPBeXnLOvgCfY7mZY-Xq3A-BNVc

'지혜의 등대를 켜다' 동영상

 '지혜의 등대를 켜다' 동영상

박용남 선생께서 펴낸 <꿈의 도시 꾸리찌바>(이후 2000, 2002; 녹색평론사 2005, 2009)를 바탕으로
'책읽는사회'의 김유리 간사가 글을 쓰고 구성하여 이훈규(이조훈) 피디가 연출한 '지혜의 등대' 동영상을 검색해보니, 이훈규(이조훈) 님이 자신의 'e조훈 DOCU' 채널을 통해 유투브에 올려놓았더군요.
*이 동영상이 KBS1 텔레비전에 방송된 것은 <지혜의 등대를 켜다> - 2004년 3월19일 23:35-24:00입니다. (참조: https://metalibrarian.tistory.com/2592?category=417374 )

https://www.youtube.com/watch?v=xx51vEmc5ck

2023년 3월 28일 화요일

미리 가본 기적의도서관, 김호택(주식회사 삼남제약 대표이사, 당시 금산기적의도서관 건립추진위원장)의 금산신문 2005년 3월 10일 및 3월 17일 기고문

 [금산신문 2005. 03. 10. 기고] 

이제 기적의 도서관이 열린다 

지난 20041219일에 금산에서 어린 애들을 키우는 부모들을 비롯한 많은 주민들의 염원이던 기적의 도서관착공식이 있은 지도 어느새 두달 하고도 반이 지나갔다. 

착공식에서 약속한 대로 55일의 개관이 가능할까 의심하기도 했지만, 부쩍부쩍 올라가는 건물을 보면 믿음직스럽기만 하다. 

도서관의 내부시설과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3월 말까지는 하드웨어가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시간이 없는 실정이지만, 시공사인 하나종합건설의 김성일사장이 우리 지역 출신으로, 고향에 작품하나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니 우리들은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시행사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후 책사회)과 감리사인 한미 파슨스()도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고, 금산군의회 의원들의 적극적인 격려와 이해가 많은 힘을 주고 있는 데다, 주관부서인 문화관광과의 공무원 여러분들도 끊임없이 무언가 새롭고 편리한 제도와 시설을 들여놓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니 옆에서 보기에도 참 좋다. 

이제 우리 금산의 어린이들은 이 기적의 도서관으로 인해 2005년의 어린이날에 새로운 즐거움을 만날 것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이 날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기적의 도서관을 미리 볼 수는 없을까? 

5월에 문을 열 것으로 기대되는 기적의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금산 기적의 도서관 추진위원들은 두달 후 개관될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좋은 도서관을 위해 준비가 부족한 것은 없는지를 논의하던 중에 백문이 불여일견(百聞 不如一見)이란 의미에 의견이 일치되었다. 

이미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는 7개의 기적의 도서관 중에서 그 중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을 골라 견학하기로 하고 지난 23일에 길을 떠났다. 

기적의 도서관은 대개 두 가지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자치단체에서 직영하는 형태와 민간기관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형태가 그것이다. 

각 형태가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고, 우리는 어떤 형태를 택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을 미리 논의를 거쳐 확정해 놓는 것이 개관 후 도서관을 운영하는 데 편리할 것이기에 각 형태로 운영되는 도서관 중 잘 되는 곳을 한군데씩 견학하기로 하였다. 

대체로 위탁 형식으로 잘 운영되는 곳은 진해와 순천도서관이고, 직영으로 잘 운영되는 곳은 울산북구도서관으로 평판이 나 있어 하루 코스로 좋은 스케줄을 위해 진해와 울산북구도서관을 택했다.

 

진해의 기적의 도서관 

진해의 기적의 도서관은 신시가지에 위치하고 있어 지리적으로 그리 좋지 못한 위치라는 것이 우리들의 판단이다. 

초행길에 찾아가는 데에도 조금 애를 먹었을 정도로 중심지와는 거리가 멀어, 진해 전체를 대표하기에는 너무 한 지역으로 치우쳐서 진해시의 어린이 전체가 이용하기에 접근성 면에서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초창기 기적의 도서관을 선정하던 사람들이 금산을 첫번째 후보지로 선정한 것이 바로 '위치가 너무 좋아서' 라는 말들을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와 보니 (울산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 금산만큼 좋은 위치를 갖고 있는 도서관이 없다. 

하지만, 위치는 그렇지만 너무나 예쁜 건물에 너무나 많은 엄마와 아이들이 책을 읽고, 동화를 읽어주고, 요일별로, 월별로, 또 계절별로 많은 스케줄을 만들어 단순한 도서관이 아닌 문화센터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내심 놀라고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진해 도서관의 이종화 관장은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인물은 곱지만, 말씀하시는 것이 당찬 포부와 강한 사명감과 일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함께 가진 여장부였다. 

들어가는 입구의 신발 벗어 보관하는 장소, 접수대와 손 씻는 세면대부터 안전문제를 고려한 이중창과 조명조절을 위한 색유리 등 기존의 일반인을 위한 도서관에서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아이들을 위한 많은 배려가 눈에 띠어서 정말 많은 생각과 토론과 시행착오와 노력이 들어갔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맹인을 위한 점자책 코너와 휠체어를 타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든 장애우 코너와 같은 시설은 참으로 미리 보지 않았다면 우리도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더욱 고마운 것은 선험자(先驗者)인 이종화 관장이 자신의 성공한 예와 실패한 예를 정말 솔직하게, 그리고 소상히 말해 주어서 우리는 도서관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 글을 통해 고백하건대, 우리 기적의 도서관 추진위원들은 어린이도서관이라는 우리 지역에 큰 도움이 되고, 특히 우리의 아이들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시설을 잘 운영해 보자는 희망으로 이 직책을 맡기는 했지만, 이런 시설을 한 번도 운영해본 적도 없고 또 들어본 적도 없어서 실제 건립하고 또 운영하는 사람들로서는 이것을 '어떻게 만들고 또 어떻게 운영해야 하나' 하는 불안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단지 추진위원회의 부위원장인 금산도서관의 김익중 관장께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문적인 조언을 많이 해 주시고, 또 어린이들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분들이 모여 활동하기에 무언가 힘을 합치면 좋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믿고는 있었지만, 내심 불안한 마음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진해의 도서관에서 많은 설명을 듣고 또 실제로 운영하는 모습을 보니 그 불안감이 많이 해소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언가 손에 잡히는 개념을 얻었고, 이것을 우리 금산의 어린이도서관에 어떤 것은 적용하고, 어떤 것은 조금 바꾸어 적용하고, 또 어떤 것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으니 버려가면서 우리 지역에 맞는 어린이도서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소득일 것이다.

 

진해 도서관의 실제 운용 

진해의 도서관은 주로 초등학생을 위한 시설로 운영되고, 중고생은 2층에 열람실을 따로 만들어 놓았고, ‘책 읽어주기’, ‘책나라 글짓기교실’, ‘주말가족극장’, ‘추천도서 스탬프 찍기’, ‘책 속 이름 찾기' '진해시 문화탐방등의 책, 혹은 지역문화와 관련된 많은 행사로 아이들의 책과 자기 고장 사랑에 대한 관심을 고양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책을 일정 정도 읽으면 작은 기념소품이나 티셔츠, 혹은 가방과 같은 기념품을 주어 격려해주기도 한다고 한다. 

그 외에 삼십 명 내외의 아이들이 모여 즐길 수 있는 한 유치원 단위 정도의 작은 발표모임들, 예를 들면 인형극 공연이나 노래잔치 등의 작은 동아리활동을 지원하는 강당의 필요성을 역설하시는 이종화관장의 말씀이 우리 추진위원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어 며칠 후 우리는 금산 기적의 도서관의 내부구조를 일부 수정하기에 이른다.(돌아오자마자 작업에 착수해서 관리실과 사무실의 면적을 줄이고 그 대신 아기천사들의 작은 공연을 위한 작은 강당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런 많은 활동을 하자니 관장을 포함한 직원이 6, 공공근로요원 5, 청소담당 2명의 고정 인원에 9명의 공무원이 지원해주고 있고, 자원봉사자 40명 정도가 도와주는 데에도 일손이 달릴 정도로 할 일이 많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는 우리 금산에서도 이런 지원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자원봉사자들은 대개 아이들의 부모가 담당하는데, 인기프로그램이 있을 경우 자원봉사자의 자녀를 우선 배정해주는 특혜를 주기도 하고, 자원봉사자를 위한 자녀교육 특강 등의 배려를 통해 그들의 노고를 위로해주고 있다고 하는데, 금전적인 보상이 없어도 이런 특혜에 힘입어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은 우리도 벤치마킹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해서 지난 20041년간 무려14,000권의 책을 구입하고, 연인원 86,874명의 방문객을 맞이했다는 성과에는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금산신문 2005. 03. 17. 기고]

 

울산 북구의 기적의 도서관 

진해 도서관을 나와 간단히 요기를 하고 시계를 보니 너무 많은 얘기를 듣고, 또 질문과 대답을 듣다 보니 시간이 예상을 초과하고 있었다. 

울산까지 갔다가 금산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다들 바쁜 분들이 언제 또 시간을 내어 오겠는가하는 생각으로 참여자 모두의 의견이 일치되어 울산행을 강행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나 개인적으로 울산은 20여년 전에 군대생활 39개월 중 23개월을 근무한 곳이라 감회가 깊었지만, 그동안 너무나 바뀌어서 생소한 느낌마저 들었고, 오늘은 공무로 온 데다, 시간마저 부족하니 개인 감정에 치우칠 때가 아니다. 

우선 고속도로 톨게이트부터 위치가 바뀌었을 정도로 상전(桑田)이 벽해(碧海)된 도시를 관통해서 울산도서관 담당자가 인도하는 대로 가다 보니 거의 경주와 맞붙은 곳에 기적의 도서관은 있었다. 

울산도 역시 진해와 마찬가지로 신시가지, 그것도 아직 개발의 와중에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지역에 기적의 도서관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찾아갈 때까지 과정이 힘들고, 주변 경관이 너무 좋지 않아 그리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여기는 진해도서관과 또 다른 배울 점이 많다. 

우선 자치단체에서 직영하기 때문에 관장부터 공무원인 탓인지, 민간인의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멋은 없지만, 실용적이고 정돈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입구에 기증자들을 나열한 현판이 있는 것은 공적인 냄새가 났고, 자동대출 시스템과 도난방지 시스템이 돋보인 데다, 입구에 코인록커를 설치해서 사물을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도서관에 비치된 책만을 읽게 만든 것은 배울 점이었다. 

사실 우리는 도서실과 독서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내부구조는 우리 금산의 도서관과 비슷한 설계로 되어 있다고 하니, 여기에서 금산도서관의 운영을 생각해 보는 것이 더 현실감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책사회에서 기증했다는 무인 공간자동소독기와 공기정화기가 마치 공상영화에 나오는 레이저포와 같은 모습으로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데, 아마도 우리 금산도서관에도 같은 것이 생길 거라고 한다. 

울산도서관의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결정사항은 운영위원회에서 이루어지는데, 현재 운영위원장인 송준헌씨 는 울산에서 자동차 부품공장을 크게 하시는 실업가로, 대전, 그것도 산내가 고향이라고 하면서 우리를 마치 동네 사람 만난 듯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울산도서관은 작년 7월에 개관하여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채로운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첫 1년은 장서의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지난 7개월간 25,785권의 책을 대출하여 하루 평균 350권 정도의 책을 대출하는 등 그 성과가 활발하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우리도 이렇게 활발한 활동이 있어야 할 텐데……

건물 자체도 2층 건물이긴 한데, 주된 시설은 1층에 있고, 반지하실을 만들어 강당과 전시실로 이용하고 있었다. 

반지하라는 이미지가 그리 좋지는 못했는데, 직접 가보니 비교적 통풍과 채광이 좋아 공간 이용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래도 우리가 금산에서 갖게 될 진악산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 좋은 2층 건물이 훨씬 좋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슬그머니 가질 수 있었다. 

!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

오늘 하루는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고, 거쳐가야 할 시행착오를 많이 덜 수 있게 되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 될 것이다. 

오늘 참가해 주신 금산 기적의 도서관 추진위원 여러분과 문화관광과의 박희동계장과 박홍근씨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겠다. 

특별히 높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열의를 보여 주신 김홍주 선생님, 교육 중에 벌점을 감수하면서까지 참여해서 전문적인 조언으로 우리의 수준을 높여주신 김익중 금산도서관장님, 그리고 궂은일도 마다 않고 애써주신 정미영 간사님, 장호 위원님, 안용산 위원님께 감사드린다.

 

문제점과 생각할 점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는데, 이런 성과를 이루기에는 예산이 너무 모자라 진해도서관의 이종화 관장은 지역의 의사회와 같은 조직에 지원을 요청하러 다니고, 시의회 의원들만 만나면 돈타령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며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는데 1년에 5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매년 이런 비용을 자치단체에서 부담하려니 조달이 어려울 때가 많고, 제때 조달이 되지 않으면 순조로이 일을 해나가기 힘들어 주변의 여러 기관과 개인에게 지원을 요청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두 도서관 담당자들의 공통적인 경험이었다. 

두번째는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위생관리가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해도서관은 입구를 비롯한 곳곳에 세면대를 설치해서 자주 손을 씻게 만들어 놓았고, 울산도서관은 책 하나하나를 모두 비닐책표지로 싸 놓아 책의 훼손도 막고, 또 세균전파를 막아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그 노력이 너무나 손이 많이 갔음을 짐작하게 한다. 

금산도서관의 김익중 관장은 역시 제일 좋은 것은 오존 소독기로 책을 매일 소독하는 것인데, 설치비용이 적어도 4-5천만원은 들 터이니 이것을 감당하기가 힘든 것이 문제라며 약()과 병()을 같이 내놓으신다. 

세번째는 어린이들 책이기 때문에 분류하는 방법이 문제인 것 같다.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KDC 분류법에 따르면 아이들 책은 너무 한쪽에 편중되기 때문에, 분류의 의미가 퇴색하게 되고, 다른 도서관마다의 통일된 분류가 없다 보니 자신들의 편리에 의해 책을 분류해 놓으면 다른 도서관과의 교류가 불가능하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우리 금산도서관에서는 김익중 관장이 앞장서서 좋은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과 기자재 등의 소프트웨어를 확보하는 것인데, 기실 기적의 도서관 바람이 불고 MBC TV에서 계속 방송이 될 때에는 많은 출판사와 업체에서 기증해 주겠다고 줄을 설 정도로 호응이 많았지만, 이제 방송이 끝난 뒤 1년이 지났기 때문에, 그런 공짜를 기대하기가 난망(難望)하다는 것이 현재의 분위기이다. 

따라서 이렇게 협찬을 받던 기자재와 도서를 장만하자니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예산의 초과가 예상되는데, 이 문제를 순조로이 풀어 나가기가 어렵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우선 금산군청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고 있고, 금산군의회에서도 길준무의장을 비롯해 많은 군의원들이 너무 이해를 많이 해주고 또 도와주기 때문에 이 문제를 잘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는 갖고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금산군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마음으로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 시설에 뭔가 한가지라도 도움이 될 것을 없을까 하는 관심과 기대를 가져주는 일일 것이다. 

이제 완공에 두 달도 남지 않은 금산의 명물 기적의 도서관 -전국적으로 군 단위 지역에는 하나밖에 없고, 대전 충남을 합쳐도 하나밖에 없는- 이 잘 만들어지고 또 잘 운영되어 대전 사람들도 부러워하는 시설이 되고,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는데 큰 도움이 되어 줄 날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기적의도서관'의 기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①~⑤ 박소희, 부평신문, 2005년 6월 1일/ 6월 15일/6월 29일

'기적의도서관'의 기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①~⑤
박소희, 부평신문, 2005년 6월 1일/ 6월 15일/6월 29일
이 글은 2005년 당시 금산기적의도서관 개관준비위원장으로 밤낮으로 애썼던 박소희 선생(당시 인천어린이도서관협의회장, 전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 <여기는 작은도서관입니다> 등의 저자) 이 금산관 개관 이후 부평신문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이 글을 다시 찾아 읽게 된 계기는 다음주 4월 3일 금천구청에서 열리는 '사단법인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총회에 박범인 금산군수가 참석한다는 소식. 박범인 군수는 당시 금산군 문화공보관광과 과장으로 금산기적의도서관이 건립 가능하도록 했던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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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재를 시작하며

2. 금산 기적의도서관 개관 준비를 시작하며

3. 기적을 만든 사람들1

4. 기적을 만든 사람들2

5. 기적의도서관이 우리에게 남긴 것

 

걸어다니는 곳에 어린이도서관이 있다 

2005년은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3월에는 어린이도서관의 법적 지위 확보와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고 4월에 국회에서 열린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 전면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도 학교도서관과 어린이도서관 및 어린이독서활동추진에 관한 내용이 발제 된 바 있다. 5월에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미래의 꿈! 어린이와 도서관이라는 주제로 (가칭)국립중앙어린이청소년도서관 설립 및 비전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이는 2003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세워진 어린이도서관과 지방자치단체마다 준비되거나 건설되어진 어린이도서관이 이제 어느 정도 틀을 잡아가면서 어린이도서관 사업에 대한 이론 정립이 필요했던 것과 맞물려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 왜 이렇게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졌을까를 반문해 보면 어린이도서관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사회 문화공동체를 향한 실천이 일정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반증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이도서관 논의가 불붙기 훨씬 이전부터 시민단체(NGO) 영역에서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던 운영자들은 이러한 논의에 항상 소외돼 왔다. 그로 인해 그 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도 전에 사그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는 어린이독서문화가 활발해지는 사이에 어린이전문서점들은 사라지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 생각해 볼 일이다. 

90년대 좋은 어린이책을 소개하고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어린이전문서점들이 대형화되는 인터넷서점에 밀려 문을 닫는 현재의 모습은 과연 현재 어린이도서관이 대형화돼가는 어린이도서관 건립 사업 앞에 그 본질을 퇴색 당한 채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섣부른 불안감을 동시에 유발한다. 

그동안 작은 어린이도서관은 지역의 어린이들이 걸어서찾아와 좋은 책을 만나고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공간을 지향하며 지역 주민 스스로 직접 만들어 왔다. 

엄마들이 책을 읽어주고 아빠들이 예쁜 책장과 책상을 만들어 주고 지역 주민들이 어린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향토사를 알려주고 전래놀이를 함께 하며 지역의 어려운 분들을 찾아 서로 나누는 나눔의 정신을 어린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지역공동체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해 온 것이다. 7년 동안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이러한 경험을 금산이라는 지역에 가서 보여주고 싶었다. 

과연 지역주민과 관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의 정형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 아닌 욕심을 내어 내려간 금산 기적의 도서관개관 준비 과정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며 우리 지역에 생길 기적의 도서관의 본 모습을 그려보자 함이 연재의 목적이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개관준비를 하면서 만난 기적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우리 주위에 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발견하는 일이 새롭게 어린이도서관을 만들면서도 가장 먼저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 개관 준비를 시작하며 

어떤 곳일까 무척 궁금한 마음으로 서울을 출발했다.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안찬수 사무처장님과 신은미 간사. 그들은 기적의도서관을 만들고 관리하는 일을 도맡아하는 중요한 일꾼이다. 

금산을 향하는 차안에서 그들에게 금산 기적의도서관 유치 과정과 현재의 상황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금산이 궁금했다.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금산의 첫 이미지. ‘금산에 살어리랏다'라는 문구가 멀리서도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금산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그 곳에 현대식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락원(多樂園), 농민의 집, 여성의 집, 문화의 집, 청소년의 집, 보건소가 같은 모양으로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건물들의 이름을 짓기 위해 무지 애를 썼다는 사실과 다락원이 많은 즐거움이 있는 곳이라는 해설이 마음에 들었다. 건립준비위원회 분들과 첫 인사를 했지만 그들이나 나나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 모른 채 서로에 대한 확인만 하는 자리였다. 

많은 개관 경험이 있는 순천 기적의도서관 허순영 관장님이 어려운 시간을 내어 금산까지 와 주신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현장 방문을 하면서도 이것저것 세심하게 지적하시는 허 관장님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기적의도서관을 건립하는 모든 과정은 사람의 힘으로 풀어갈 것인지라, 무엇보다도 누구를 이곳에서 만나느냐가 개관의 가장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자리를 파하고 금산을 알고 싶다는 내 얘기에 박범인 금산군청 문화공보관광과장님의 안내로 금산 기행이 시작되었다. 계절을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를 타고 이동하며 바라본 금산은 탄성을 절로 나오게 했다. 

금산의 반 적벽강 쪽을 둘러보았다. 절벽을 끼고 잔잔히 흐르는 금강의 물줄기는 보는 사람의 시름을 잊을 정도로 여유로웠으며, 금산 하면 떠오르는 인삼밭의 정경은 이 곳 사람들의 생활의 토대를 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기적의 도서관은 유치된 지방마다의 테마가 있다. 제천은 민속학자이신 관장님의 영향으로 민속놀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들이 있고, 진해는 여성학자이신 이효재 명예관장님의 영향으로 여성운동에 대한 교양이 활발하며 자원활동가들이 인형극팀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전국에 공연을 다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 기적의도서관 첫 출발지인 순천은 어린이도서관의 다양한 활동의 정형들을 만들어 이를 통해 순천을 문화의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그 지방의 특색을 잘 살리는 것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이용할 기적의도서관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지방에 대한 자긍심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는 목표와도 연결되기에 그 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첫 날의 기행을 통해 금산은 빼어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고 그 자연을 잘 보존하고 지키려는 금산 지역주민들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테마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금산에는 '자연'을 테마로 하는 도서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매김하는 시간이었다. 이후 개관준비는 이를 바탕으로 준비되는 과정이었으며 금산에는 이를 뒷받침할 좋은 사람들이 충분히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다음 호에는 이들을 소개하고 어떤 일들을 함께 했는지를 알리고 싶다. 

 

기적을 만든 사람들1 

도서관 운영의 꽃, 자원활동가 

어린이도서관은 말 그대로 어린이들이 책을 읽는공간이다. 어린이도서관에 조금이라도 관계를 가지려면 어린이에 대한 이해가 우선 선행돼야 한다. 어린이만의 전용도서관에서 어린이는 그 공간의 주인이며, 따라서 어린이를 위한 마음이 모든 것의 기본이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돕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바로 자원활동가들이다. 

기적의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략 관장과 사서, 행정을 돕는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48인이 근무한다. 

기적의도서관의 하루 이용자가 200500여명 이상이고 주말에는 가족까지 포함해 6002,000명이 열람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는 실정에서 현재 기적의도서관 실무자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의 역할은 기적의도서관 운영의 꽃이라 할 만하다. 

이를 반영하듯 자원활동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하는지가 각 지역 기적의도서관의 활성화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금산에서 기적의도서관을 개관하는 과정에서 역시 자원활동가를 모으고 교육하는 일에 한 달 이상을 소요했다. 그만큼 자원활동가는 도서관 운영에 있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은인 같은 두 사람 

금산에 두 번째 간 날 나는 은인 같은 두 사람을 만났다. 이월미와 강영미. 

금산 기적의도서관 개관을 한달 앞두고 금산 사람들에게서 과연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기간에 과연 도서관이 개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의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우선은 금산 주민들이 도서관 개관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 도서관 건립추진위에서는 기적의도서관 홍보물을 만들어 지역의 학교와 행사가 있는 곳마다 찾아 다니며 홍보 활동을 했고 한 축으로 자원활동가를 모집했다. 

어린이집 원장선생님들을 만나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모집하고 자원활동가 교육 일정을 잡았다. 자원활동가 교육이 있기로 한 바로 전 날까지 신청서를 접수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님과 사서선생님과 자원활동가 대표를 모시고 진행하기로 했는데 걱정이었다. 어찌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이월미씨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자기 아파트의 엄마들, 학교에서 만났던 자모들, 예전에 함께 동화읽는어른모임을 했던 엄마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다 하여 기적의도서관의 취지를 설명하고 자원활동으로 이끌어냈다. 덕분에 20여명이 첫 날 자원활동가 교육을 훌륭히 마칠 수 있었고 그들의 입소문으로 하루가 지나면서 50여명의 자원활동가를 모집하여 2차 어린이책에 대한 이해 3차 순천 허순영 관장님을 모시고 기적의도서관의 운영프로그램을 배우는 교육을 훌륭히 마칠 수 있었다. 

이월미씨는 금산의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임없이 만들었다. 한 사람이 보인 헌신에 가까운 노력으로 금산 기적의도서관은 기적을 만들어갔다. 

강영미씨는 제주도 사람이다. 설문대 어린이도서관에서 3년의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세 아이의 엄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 건립 준비 시기는 강영미씨가 남편 직장을 따라 제주에서 금산 가까이에 있는 무주에 터를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을 때였다. 가까이 기적의도서관이 생긴다는 기쁨 하나로 세 아이를 차에 태워 금산까지 매일 30분을 차로 달려왔다. 

그는 좋은 프로그램을 제안할 때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귀재였다. 개관준비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그가 내놓는 아이디어는 하나 같이 훌륭했다. 

자연을 테마로 한 기적의도서관이라는 취지에 맞게 어린이책 목록을 만들고 독서노트를 만들고 나비엽서를 만들고. 개관 뒤 도서관에 올 어린이들과 함께 할 얘기를 나누며 우리는 늘 신이 났다. 

그가 작은 도서관 실무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요긴하게 진가를 발휘하던지, 그가 이 시기 내 곁에 있어 준 것이 정말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적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나는 이 두 사람을 만나며 모든 일의 가장 중심에 사람이 있음을 다시금 실감했다. 그 두 사람과 함께 자원활동가 50여명은 진정 금산 기적의도서관의 기적을 만든 주역이다. 

오늘도 금산 기적의도서관에서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을 그들의 얼굴이 그려진다. 

 

기적을 만든 사람들2 

기적의 도서관은 민과 관이 함께 만드는 도서관으로서의 의의가 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을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이 다양한 형태의 도움을 주셨다. 어린이들을 위해 마음을 내어 주신 분들께 이 지면을 통해 인사드린다. 

정승각(‘강아지똥’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 ‘오소리네집 꽃밭등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선생님이 금산에 45일간 머무셨다. 개관 준비과정에서 기적의도서관 주변을 벽화로 꾸미면 좋겠다는 생각들이 모아지고 선생님을 초대하기로 결정했다. 

정승각 선생님과의 작업을 한 45일 동안은 개관을 준비한 나에게도 교육의 시간이 됐다.

단순히 벽면을 정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인식 전반을 뒤흔드는 선생님의 작업 방식은 금산의 모든 사람을 감동시켰다. 

첫 작업은 어린이들이 쓰던 장난감을 모으는 일로부터 시작했다. 어린이들의 장난감으로 부조물을 만드는 것이 선생님의 구상이었다. 

학교를 방문해 협조를 얻었다. 그것도 모자라다 싶어 인근 아파트에 방송을 해서 일주일 동안 열심히 장난감을 모았다. 수북히 쌓인 장난감을 일일이 들어 보이며 선생님은 기발한 생각들을 들려주셨다. 

버리기 쉬운 하찮은 장난감들이 선생님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는 듯했다. 장난감을 모으는 동안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리게 했다.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그리는 그림이 아닌 어린이 스스로 창조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얘기하고 또 얘기하며 그림은 완성돼 갔다. 

또 향림원 어린이들과 소리 그림작업을 하셨다. , 꽹과리, 장구의 소리를 듣고 표현해 내는 어린이들의 그림은 가히 예술이라 부를 만했다. 그 그림 안에는 진정한 소리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어린이들의 그림을 살리고 그것에 덧붙여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창조란 무엇인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정승각 선생님의 벽화작업 과정은 바로 어린이도서관이 추구해야 할 정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충분히 살리는 일, 억지의 과정이 아니라 자연 속에 어울림을 강조하는 것, 틀에 박힌 사고의 틀을 깨는 것. 그 속에 지금 어린이들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가 숨어 있었고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니 창조가 이루어졌다. 

지금 금산 기적의도서관을 오르는 계단 벽에는 정승각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훌륭한 그림책이 한 권 있다.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그런 그림책을, 선생님은 금산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선물하셨다.

 

벽화와 함께 금산 기적의도서관을 빛내는 것은 조경이다. 

일명 똥꼬선생님. 생태주의자이며 들꽃선생님이며 자연지킴이인 이동고 선생님. 

금산 기적의도서관의 조경은 다른 곳과 다르다. 인위적으로 큰 나무만을 옮겨다 심는, 그런 방식이 아니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의 취지에 맞게 나비가 잘 찾아오게 하는 들꽃동산이다. 개관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간 금산 기적의도서관 앞마당에서 이동고 선생님과 나는 나비가 되기 전 애벌레를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다. 어느 틈에 찾아왔을까 궁금해하며. 초록 잎에 자신을 감추고 꾸물대고 있는 그 녀석을 보며 바로 이런 것이 자연스러움이라고 우리는 서로에게 말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 옆에는 오래된 향교가 있고 향교의 옛 벽면을 타고 이러저러한 들꽃들이 무수히 피어 있다. 향교 저 너머에 큰 은행나무가 어린이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 조경은 이미 있던 자연스러움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최대의 관건이었다. 자연지킴이들과 이동고 선생님이 들꽃을 심고 몇 날 몇 일 물을 주면서 정성스레 가꾼 그 들꽃 밭에서 지금 금산의 어린이들이 들꽃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적의도서관에는 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적의도서관에는 자연이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책임을 일깨워주는, 그런 공간이 있다. 작은 연못 하나 만들어 놓았더니 어느 틈엔가 소금쟁이 등 물가 곤충이 오는 것을 보며 자연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자연의 이치를 전달하려는 선생님의 자연사랑에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기적의도서관은 이렇게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을 모아내는 그런 곳이 되고 있었다. 

 

기적의도서관이 우리에게 남긴 것 

 

도서관이 어린이에게는 꿈과 희망의 공간으로, 동네에서는 가장 소중한 곳으로 자리잡길 희망하며 작은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 가꾸고 있는 전국의 어린이도서관 운영자들은 현재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무언가 엄청나게 큰 결과를 기대하며 어린이도서관 사업을 시작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도서관 사업이란 것이 당장에 많은 성과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어린이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이 시작된 것이 90년대 후반인 것을 생각해 볼 때 이제 겨우 10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뿐이기에 지금 당장 뭘 얻겠다고 말하는 건 어렵다. 

다만 어린이도서관을 경험했던 어린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이 공간을 기억해 주길 희망한다. 좋은 책이 있었고,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친절한 아줌마 같은 선생님이 있었고, 친구들이 있었고, 함께 놀았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던 곳. 그 기억으로 자신의 아이도 그런 곳을 찾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꿈이 아닐까? 

기적의도서관은 지금까지 민간의 영역에서 이뤄지던 어린이도서관 사업이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좀 더 나은 시설에서 어린이들이 좋은 어린이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어린이전용도서관이 있는 지역의 어린이들에게는 커다란 행복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기적의도서관뿐만 아니라 공공도서관의 어린이실을 포함해 지자체 내 어린이도서관들은 지금까지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이도서관이 확대된다는 것은 양적 확대 외에도 어린이도서관이 지역의 어린이나 그들의 부모들에게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향후 지자체 내 공공도서관의 확대를 위한 기본 계획의 수립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부평이 10월에 개관을 하면 전국적으로 총 9개의 기적의도서관이 생긴다. 기적의도서관의 건립과 향후의 이용 실태를 보면서 가장 중요한 대상자인 어린이들이 얼마나 편안하게 이 곳을 이용하는가가 검토되기 시작한다. 

한 개의 도서관을 짓기 위해서는 10여억원이 소요된다. 또한 운영을 위해서도 엄청나게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도서관이 위치한 곳으로부터 먼 지역에 있는 어린이들의 이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주 어린 아이가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도서관을 이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을 찾는 일은 연례적인 이벤트 활동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게 된다.

동네의 작은 어린이도서관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먼 거리나 소외된 지역의 어린이들에게도 책을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명제는 먼 미래에나 가능한 계획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평에 생기는 기적의도서관은 단순히 도서관 수 하나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도서관 확충 계획 속에 검토되길 희망한다. 이미 건립된 기적의도서관 중에는 당장의 요구로 건립은 했으나 운영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곳이 많다. 외형적인 기본 구상 외에 어떻게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지역 내에 어린이도서관 사업을 확산시킬 것인가 하는 기본 계획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평 기적의도서관은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로서는 마지막이지만, 이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시작이길 희망한다. 

지역의 대표 어린이도서관으로서 풍부한 컨텐츠를 가져나감과 동시에 거리가 먼 지역의 어린이들이 쉽게 동네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어린이도서관과의 연계를 통한 어린이도서관 네트워크의 구축 계획이 세워졌으면 한다. 

어린 동생의 손을 잡고 올 수 있는 도서관, 작은 도서관이 담을 수 없는 큰 규모의 어린이 책 행사들을 안내 받고 함께 갈 수 있는 방법들이 모색돼야만 기적의도서관은 지역에서 어린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곳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현재 부평 지역에는 2개의 공공도서관(북구, 부평)의 어린이실과 인표어린이도서관을 포함해 작은 어린이도서관 7개가 있다. 

일신동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청천동에 맑은샘, 달팽이어린이도서관, 산곡동에 품앗이, 청개구리어린이도서관, 부평5동에 진달래어린이도서관, 삼산동에 신나는어린이도서관. 작지만 소중한 공간들이기에 이들과의 네트워크 구성은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 사업의 안정적 이용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5차례의 기획기사를 연재하면서 고마운 분들께 지면을 통해서라도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끝내 그러지 못했다. 금산 기적의도서관 개관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금산 박동철 부군수님을 비롯한 금산의 공무원들과 전교조 금산지회 선생님, 금산문화원 안용산 국장님과 금산 기적의도서관 건립추진위원장 김호택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출처 :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083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00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2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22

https://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1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