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6일 화요일

(잡감문) 습--무수한 '또다시'

습ㅡ무수한 '또다시' .
정봉남 순천기적의도서관 관장의 칼럼 '당신의 내재율'(https://goo.gl/NcLXhF)에서.

(잡감문) 고향

고향ㅡ마을(乡邑)+밥(皀)+마을(阝邑)의 뜻을 지닌 향(鄉) 자. 소월의 시 <고향>의 한 구절인 "넋이라도 있거들랑 고향으로 네 가거라"를 함께 써보았습니다.
또 한 장의 사진은, 충남 부여 송정마을 주민과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대표Myounghee Han)의 협업으로 진행된 '내 인생의 그림책' 가운데 <노재열 할아버지의 농가월령가>의 12월. "12월에는 놀아야지. 눈이 펑펑 오면 사랑방 같은 데 모여서 놀아. 농사는 하늘과 자연과 같이 하는 거여. 그렁게 밥 많이 잡숴." 이 책의 첫 장은 이러합니다. "겨울은 쉬는 계절여. 12월 1월 2월 농한기에 땅도 쉬고 나무도 쉬고 사람도 쉬어. 잘 쉬어야 일도 잘허고 농사도 잘 지을 수 있어." 할아버지의 그림과 말씀이 마치 고향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렁게 밥 많이 잡숴." (참고 https://goo.gl/obnRsN)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펴낸 조벽ㆍ최성애 소장/ 김민희 주간조선 기자

‘뇌도 다 자라지 않은 갓난아이가 뭘 알까?’라고 생각한 부모가 있다면 꼭 알아야 할 개념이 있다. 바로 ‘애착손상’이다. 애착손상이란 위기상황에 처하거나 중요한 욕구가 있을 때 돌봄을 기대한 대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상처를 말한다. 애착(愛着)의 핵심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와주고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중요한 것은 애착형성 시기가 만 2세 무렵까지라는 것. 이 시기에 애착형성이 되지 않으면 평생에 걸쳐 두고두고 트라우마를 남긴다.
   
   애착 개념이 주목받은 건 최근 들어서다. 한국은 애착손상 개념이 생소하지만, 세계심리학회에서는 수년 전부터 화두로 부상했다. 선진국에서 급증하는 다양한 정신질환을 연구하다가 애착손상이라는 근원적인 뿌리를 발견해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2017년 감정코칭협회 학술대회’의 키워드 역시 ‘애착’이었다. 미국에서는 아이와 부모의 첫 1~3년 관계가 정책수립자와 복지사·유아교육자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자리 잡았다.
   
   애착 개념을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린 이는 최성애·조벽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이다. 부부인 두 사람은 최근 애착손상 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만한 책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를 함께 냈다. 청소년 감정코칭과 교사들의 교습법, 부부 클리닉 등 심리학 분야에서 다양한 책을 내온 다작(多作)의 학자들이지만, 이번 책은 유독 집필 시간이 길었다. 캐나다에서 20년간 450명의 고위험군 청소년을 연구한 루시앵 래리, 애착 연구의 대가인 미국의 존 볼비, 트라우마 연구의 선구자인 미국의 주디스 허먼, 베셀 반 데어콜크 등 전 세계 학자들의 연구를 집대성했다. 직접 만난 학자도 여럿이다. 뿐만 아니라 심리학과 뇌과학, 사회학과 생물학, 문화인류학의 최신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국에서 접한 다양한 상담 사례를 담았다.
   
   책은 육아서라기보다 경고문에 가깝다. “애착육아를 하지 않으면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파국을 몰고 옵니다”라는. 한국 사회 전반에 보내는 옐로카드다. 아니, 옐로카드로는 약하다. 아주 강력한 레드카드라는 표현이 맞겠다. 지난 1월 8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HD행복연구소에서 만난 부부는 마주 보고 앉자마자 열변을 토해냈다.
   
   “애착손상의 위험성은 매우 큽니다. 국가의 시급한 어젠다인 저출산 문제는 물론 학교폭력과 자살, 관심병사, 아동학대 등이 모두 애착손상과 관계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육정책은 애착손상을 부추기는 쪽으로 가고 있죠. ‘낳기만 해라, 국가가 키워줄게’ 식의 육아정책은 위험합니다.”(최성애 박사)
   
   “현재 보육정책의 방향은 잘못됐어요. 힘든 육아를 ‘해방’시키는 쪽이 아니라 아이 키우는 것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정책으로 가야 합니다.”(조벽 교수)
   
   
   - 유럽과 북미 등은 애착손상 3세대라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어느 단계인가.
   
   조벽 “1세대가 형성되는 단계다. 사회문제로 막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성애 “ADHD 판정을 받는 아이들이 급증하고, 현장 교사들에 의하면 예전에는 유난한 아이들이 한 반에 몇 명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대다수가 그렇다고들 한다. 그렇다 보니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힘들어서 장기근무를 안 하고, 아이들은 양육자가 자주 바뀌니 힘들어서 집에 와서까지 짜증을 내니 엄마 아빠도 힘들고 지친다. 직장 다녀와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즐겁고 보람된 게 아니라 지겹고 힘드니 아이를 많이 낳을 엄두를 못 낸다. 애착손상으로 인한 악순환이다.”
   
   
   - 애착손상은 왜 발생하나.
   
   최성애 “애착이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깊고 지속적인 유대감으로, 아이와 애착대상 사이에서 형성된다. 엄마나 아빠뿐 아니라 아기를 돌봐주면서 아기와 상호작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형성 가능하다. 말하자면 안전기지인 셈이다. 애착대상이 자주 바뀌면 유아기 아이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죽음과도 같은 공포와 고통을 느낀다. 양육자가 자주 바뀌면 아기는 무기력감, 분노, 적개심, 불안, 슬픔, 우울 등이 내재화되고 자율신경계에 손상을 입어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한다.”
   
   
   - 여러 가지 문제라면.
   
   조벽 “애착손상으로 인한 부작용은 전 연령에 걸쳐 발생한다. 애착손상을 입은 아이는 자라면서 폭력적이거나 반사회적 행위를 할 확률이 높다.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면 문제아, 군인이 하면 관심병사, 성인이 하면 범죄자, 권력자가 하면 갑질이 된다.”
   
   
   - 무섭다. 만 2세까지의 애착형성이 평생 영향을 끼친다니.
   
   조벽 “그렇다. 나무와 같다. 애착손상이라는 뿌리가 있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은 너무나 많다. 개별적으로 다루자면 끝이 없다. 한 가지 문제만 가진 경우도 거의 없다. 다양한 증상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애착손상을 겪는 사람들의 아픔은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 고통받으면서도 자신이 왜 고통스러운지 모른다.”
   
   최성애 “애착 트라우마는 다른 트라우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학교에서 놀림당하고 왕따의 표적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자아이는 대개 자신감이 없고 자기 표현이 서툴러서 학대 표적뿐 아니라 성추행과 성폭행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집중을 잘 못 하니까 ADHD 진단을 쉽게 받고, 공부에 호기심과 즐거움이 없으니 아이들이 시들시들하다. 그러다 한 가지에 빠지면 푹 빠져 중독되기 쉽다. 게임중독, 섹스중독, 도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 성인이 되면 좀 나아지지 않나.
   
   최성애 “그렇지 않다. 연인관계, 이성관계, 동료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연인 사이에서는 집착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잠시만 떨어져도 버림받을 것 같은 불안감이 생기는 거다. 부부 문제로 우리 센터를 방문하는 분들 상당수는 근원적으로 애착 문제가 있다.”
   
   
   - 너무 환경적 요인에 치중한 관점 아닌가. 유전적 소인과 개개인의 회복 탄성력도 작용할 텐데.
   
   조벽 “사람들은 다양한 유전적 요소를 지니고 태어난다. 어떤 유전적 요소가 발현될 것인가는 경험에 의해 선택된다. 어떤 것은 잠재되지만 어떤 것은 부각되어 나타난다.”
   
   
   - 애착손상과 사이코패스와의 필요충분조건은.
   
   최성애 “애착손상이 다 사이코패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외연화되어 타인에게 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내면화되어 우울이나 자살로 가는 사람도 있다. 외연화될지 내면화될지는 유전적·환경적 소인이 복잡하게 작용한다. 이런 이야기를 다 하려면 너무 방대해져서 이번 책에서는 핵심 메시지를 주는 데에만 치중했다. 애착손상의 위험성이 큰데, 우리는 거꾸로 애착손상을 조장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저출산, 학교폭력, 관심병사, 아동학대 등이 모두 애착손상과 관련 있다. 이를 애착손상의 연장선에서 총체적으로 봐야 적은 비용으로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이런 메시지를 정책 입안자들과 논의해봤나.
   
   최성애 “몇 년 전 정부에서 무상보육 정책을 내놓을 당시 청와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낳기만 하면 정부가 키워준다’는 정책의 위험성을 설파했다. 위험성을 느낀 청와대 관계자가 나섰고, 2주 후 국회에 가서 이 사안을 다뤘다. 하지만 정치적 현안이 되면서 유야무야됐다. 아이들의 밥그릇을 뺏고 엄마들에게 과중된 부담을 안긴다는 이유였다.”
   
   
   - 당시 대안으로 어떤 정책이 오갔나.
   
   조벽 “무상보육은 좋은 제도인데,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방법론에 대한 차원이었다. 가장 쉬운 것은 돈을 나눠주는 것이다. 눈에 보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가 강조하는 메시지를 실현하려면 복잡하다. 부모 등 주 양육자가 영유아들을 위해 장기적으로 함께 있어주려면 기업과 조직까지 끌어들여야 하고, 그 효과도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 무상보육이 애착육아에 도움이 되려면 어떤 정책을 펴야 할까.
   
   최성애 “부모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건 굉장히 힘든 문제다. 국가는 물론 기업과 공동체 다 같이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 낳자마자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애착형성이 되는 24~30개월까지는 애착대상이 안정적으로 아이를 돌봐야 한다. 그 이후에 단계적으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맞다. 그것도 하루 종일이 아니라 엄마 아빠의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두고 수시로 왔다갔다 하면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애착이 단절된 채로 어린이집에 보내고,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는 수시로 바뀐다.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가 대단위로 자라면 장차 엄청난 후유증이 생길 거다.”
   
   조벽 “핵심 해결책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을 해방시켜주는 쪽이 아니라 아이 키우는 것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는 거다.”
   
   
   - 행복을 느끼게 하는 정책이라면.
   
   최성애 “스웨덴에서는 15개월 동안의 출산 후 육아휴직을 준다. 통상임금의 80%를 육아휴직수당으로 지급하고, 확실한 복직을 보장한다. 또 추후 8년 동안 아이가 아프거나 소풍갈 때 엄마 아빠가 최대한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돼 있다.”
   
   조벽 “결국 돈 문제다. 돈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육아휴직을 15개월로 늘리면 예산 문제의 벽에 부딪힐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안 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를 계산하면 오히려 엄청나게 싼 거다. 현재 출산과 보육에 몇조원을 쏟아부어도 실효성이 없지 않나.”
   
   
   - 우리보다 먼저 애착손상을 겪은 외국의 경우 어떤 후유증이 있었나.
   
   조벽 “1970년대 미국에 갔을 때 거리에 청년 거지들이 넘쳐났다. 목표나 방향의식이 없어 보였다. 놀랍게도 이들 중에는 대기업 임원이나 할리우드의 유명인사, 명문가의 자녀도 있었다. 물질적 금수저이지만 정서적 흙수저들이다. 유럽에도 이런 청년 거지들이 꽤 많았다. 모두 애착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영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동대피 프로젝트를 했다.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을 폭격이 덜한 안전한 농촌으로 대피시키는 프로젝트로, 도시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참여했다. 낯선 양육자들에게 맡겨진 아이들 중에는 병들거나 사망한 아이가 많았고 집에 돌아온 후에도 불안증, 우울증, 집중력 저하, 학습곤란 등을 겪었다.”
   
   
   - 전쟁 중이라도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건가.
   
   최성애 “그렇다. 영유아 입장에서는 부모 등 애착대상과의 이별이 전쟁보다 더 큰 고통일 수 있다.”
   
   
   - 24개월 내에 애착손상을 입더라도 추후에 회복 가능한가.
   
   최성애 “회복 가능성과 정도는 아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치료를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조벽 “아이에게 어떤 자원이 있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내부에 긍적적인 자원이 있으면 치료 확률이 높다.”
   
   


   - 치료는 어떤 식으로 하나.
   
   조벽 “학교폭력 등 청소년의 경우 디톡스를 먼저 한다. 독을 빼는 거다. 애착손상을 입은 아이는 상처를 입었으니. 그후 힐링을 하고 라이프 코칭을 한다.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서 미래를 어떻게 꾸릴 것인가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힘을 길러주는 거다. 부모도 함께 치료하면 효과가 훨씬 좋고 부부치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성애 “과거에는 부모와 자녀가 분화가 안 되어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았다. 지금은 거꾸로다. 영유아기에 아이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영유아기 방치가 최대의 학대이고, 사춘기에는 침범과 통제가 가장 큰 학대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모는 대개 거꾸로 한다.”
   
   
   - 애착대상이 반드시 부모가 아니어도 되는 건가.
   
   최성애 “그렇다. 일관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 적어도 첫 두 해, 가능하다면 만 3세까지는 일관된 양육자가 키우면 애착손상을 입지 않는다.”
   
   
   - 애착대상이 부모인 경우와 아닌 경우, 차이가 있나.
   
   최성애 “없다고 볼 수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 등이 일관성 있게 봐 주면 일단은 괜찮다. 그러나 자라면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안 되면 부모를 불신하고, 거리를 두고, 간섭을 불편해한다. 이 경우 부모가 겪는 비애가 크다. ‘내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돈을 벌고 일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부모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 부모가 키울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최성애 “애착대상과 부모와의 호흡과 화합이 중요하다. 할머니가 애착대상일 경우 할머니와 엄마의 사이가 안 좋으면 아이도 힘들다. 할머니 말을 듣자니 엄마를 배반하는 것 같고, 엄마 말을 듣자니 할머니를 배반하는 것 같다. 부모와 애착대상이 일관된 양육 원칙과 가치관을 갖고 공동육아를 한다면 괜찮다.”
   
   조벽 “요는, 애착을 영유아기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는 거다. 인생 전체로 봐야 한다. 후유증은 5년 후에 나올 수도, 10년 후, 20년, 50년 후에 나올 수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런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 현 정부 들어 이런 문제제기가 있었나.
   
   최성애 “직접적으로는 없다.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저녁이 있는 삶, 가족과의 삶을 강조하는 친가족 정책을 편다는 거다.”
   
   조벽 “친가족·친아동을 지향하는 모든 정책이 애착손상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 비혼 자녀의 양육을 국가가 책임지자는 정책은 어떻게 보나.
   
   조벽 “어른 관점의 질문이다. 영유아 입장에서는 부모가 합법적으로 결혼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애착손상을 일으키는 요인은 그런 게 아니라는 거다. 누구든 ‘나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돌봐줄 사람이 있는가’만 중요하다.”
   
   
   - 이혼가정, 비혼가정, 맞벌이 등 환경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인가.
   
   조벽 “애착손상은 이런 상황에서는 항상 벌어진다가 아니다. 이혼이 애착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임에는 분명하지만 부모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성애 “이혼 등은 위험요소이지만 보호요인이라는 게 있다. 엄마나 아빠가 직접 돌보지 않았더라도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고모, 언니, 오빠 등 확대가족 안에서 탄탄하고 안정적인 울타리가 있다면 보호요인이 된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살까지 아버지를 못 보고, 엄마마저 재혼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호요인이 돼 줬다. 또한 이혼을 했더라도 5세까지 안정적으로 생활했다면 보호요인이 되고, 엄마 아빠가 맞벌이라도 하루 중 잠시라도 질 높은 꾸준한 돌봄을 했다면 보호요인이 된다.”
   
   
   - 애착손상 예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최성애 “운전하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따듯, 부모가 되기 위해 최소한의 부모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기업의 협조도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CEO들이 가족 위주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계약조건에 명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유능한 CEO가 이혼이라도 하면 업무능력이 저하되어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기 때문이다. ”
   
   조벽 “부모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들어주는 방법도 있다. 하와이에서 1955년에 태어난 698명을 대상으로 40년간 진행한 추적연구가 있다. 열악한 조건에 있는 아이들이라도 문제 없이 잘 자라는 경우가 있는데, 공통점은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어른이 있었다는 거다. 미국에서는 빅 브라더스 빅 시스터스 프로그램을 100년 넘게 시행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를 정기적으로 만나 멘토 역할을 해주는 제도다. 무엇보다 애착육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먼저다.”
   
   
   - 우리나라는 세대 차가 크다. 50대 이상 세대는 ‘아이는 저 혼자 크는 것’이라는 생각이 흔한데.
   
   조벽 “그 말도 맞다. 그 시절에는 집안에 최소 5~6명이 있었다. 부모가 곁에 없어도 언니 오빠 등 누군가 있었고, 동네 어른들이 참견하고 개입하면서 어른 역할을 했다. 애착손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회가족 구조였다.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영유아 한 명의 신체적·정서적·인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아기 한 명당 최소 네 명의 어른이 필요하다. 대가족 시대에는 가능했다. 지금은 어떤가. 아이 대 어른의 비율이 1 대 1, 기껏해야 1 대 2 정도다.”
   
   
   - 사회 발전 속도가 급격한 한국의 애착손상 문제는 더 심각하겠다.
   
   최성애 “그렇지 않다. 만성이 아니라 급성이기 때문에 치료가 더 쉬울 수 있다. 비만 문제와 비슷하다. 미국의 비만은 더 심각하지만 해결하기 어렵다. 워낙 오랜 문제인 데다 지역도 넓고 다문화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일문화인 데다 비교적 단기간에 드러난 문제다. 다같이 ‘바꾸자’ 하면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조벽 “두 가지에 승부를 건다. 빨리빨리 문화와 냄비근성. 한국에서는 나쁜 것도 확, 좋은 것도 확 일시에 붐이 인다. 애착손상 문제 역시 그렇게 되길 바란다.”
   
   
   - 희망적인 전망이다.
   
   조벽 “늦지 않았다. 75%의 아이들이 친부모와 살지 않는 미국은 애착손상 문제를 알아도 이미 손쓰기 어렵다. 고립적이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일본은 정신문제가 심각한데도 기질상 사회적으로 표면화하지 않는다. 한국은 건강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마음건강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시점이다. 정신건강의 핵심이 영유아의 애착문제라는 걸 알면 여기에 최우선 순위를 둘 수 있는 나라다.”
   
   최성애 “맞다. 진짜 정서적 금수저가 될 수 있다. 수많은 문제가 애착손상과 연결돼 있다는 걸 깨달으면 힘을 모아 해결할 수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 한국인은 해낼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출처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2&nNewsNumb=002491100010

강남 아파트, 비트코인, 최저임금/ 이진희 한국일보 기자

마르크스 경제학은 거의 쇠퇴했다고 볼 수 있지만 기업이 왜 이윤을 남기는가를 깔끔한 방정식들로 설명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이론이다. 노동만이 가치를 창조하며, 기업은 노동이 창조한 가치(값)를 모두 노동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일부를 이윤으로 챙긴다는 것. 이에 대한 수많은 반박과 도전이 있어왔으나, “그게 아니라면 이윤은 왜 생기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은 경제이론은 찾기 어렵다.

낡아빠진 마르크스 경제학이 오늘날 무슨 쓸모가 있느냐고 물을 지 모르지만, 나는 이 이론의 핵심적인 힘은 노동자에게 자부심을 심어준다는데 있다고 본다. 강남 아파트값이 바벨탑처럼 올라 자자손손 떵떵거릴 부자가 되고, 비트코인으로 앉아서 10억원을 벌고, 임대료 수입으로 월 수백만원씩을 챙기는 이들이 각광 받는 시대. 힘들게 일하고 몇 푼 쥐지도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그래도 세상을 돌아가게 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당신들”이라는 말이 위로가 될까. 부동산ㆍ주식ㆍ비트코인 시장의 ‘돈 놓고 돈 먹기 게임’도, 마르크스 이론을 적용하면, 그 판돈의 출처는 자본주의의 역사 동안 노동이 만들어놓은 가치들(이윤ㆍ소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를 모멸하는 자식처럼, 노동이 증식시킨 자본은 노동을 조롱한다. 예전 생업으로 주식투자를 하면서 ‘잘나가는 변호사 정도의 수입’을 자랑하는 사람을 인터뷰하다, 그가 은연 중 어렵게 돈 버는 근로자를 한심하게 여기는 뉘앙스를 내비칠 때 무척 당혹스러웠다. 내 친구가 “한 달에 고가 골프채를 수없이 만드는 노동자가, 월급으로 그 골프채를 하나도 살수 없대”라고 아이러니를 던져줬을 때처럼.

‘불로소득’이 생의 목표가 된 사회에서, 시급 1,060원 오른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투는 처연하기까지 하다. 보수매체들이 주장하는 대로 분명 최저임금 인상으로 문을 닫는 자영업자, 기업들이 있고 해고되는 노동자가 있다. 하지만 ‘그래서 최저임금을 가능한 한 올리지 말자’로 귀결한다면, 우리는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는 바보이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63.2%(2016년은 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23위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은 장기간 OECD 1ㆍ2위를 기록하다 2015년 4위(23.50%)이며,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 노동자 비율은 14.7%(2013년)로 OECD 중 가장 높다.

최저임금 논란은 우리에게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때라고 속삭인다. 사실 너무 늦었다. 최근 한 일간지에 한해 124억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버텼는데 최저임금이 올라서 폐업한다는 기업의 사례가 보도됐다. 막대한 적자를 보면서 저임금으로 버텨왔다는 이 기업 경영주가 계속 같은 방식으로 연명하도록 하는 게 옳은가. 국내 최고 부유층이 사는 서울 강남 압구정 구현대아파트는 가구당 월 3,750원을 더 내기 싫어 경비원 94명을 모두 해고하기로 결정한 반면, 울산 태화동 리버스위트는 가구당 9,000원을 추가 부담해 경비원들의 최저시급을 맞춰주기로 했다. 백종원씨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 ‘빽다방’ 본사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바리스타 밀크 등 15개 품목의 가격을 2~17% 인하했다. 최저임금 부담을 나눠 지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다른 대기업들은?

이 선택을 두고 우파, 좌파의 싸움으로 몰지 않았으면 한다. ‘우파의 나라’인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이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납품단가 등에서 상생이 사회적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이 저임금을 전전하건 말건 자기들 임금 올리기에만 골몰하는 국내 일부 노조는 과연 ‘좌파’인가. 최저임금 문제는 정부의 역할만으로 풀기 어렵다. 각자의 위치에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다.

이진희 정책사회부 기자 river@hankookilbo.com

[전우용의 우리시대]정의와 인도의 시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역사적 경험과 시대적 사명으로부터 도출한 국가의 핵심 가치를 정의 인도 동포애로 규정하고, 그에 입각하여 국가가 수행할 제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과제들을 제시한다. 그런데 정의 인도 동포애란 무엇인가? 이것들은 누구나 그 의미를 명료히 이해할 수 있는 초역사적이고 보편적인 개념이 아니다. 민족이 분단되어 대립하는 상황에서 ‘동포애’는 비교적 쉽게 체감되는 개념이지만, 정의와 인도는 그렇지 않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정의란 무엇인가>조차도 ‘정의’가 무엇인지 명백한 답을 주지 않는다. ‘인도’가 삼강오륜으로 압축되는 유교의 인륜과 다름은 분명하지만, 이를 몇 개의 단어나 문장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1987년 헌법은 이것들을 국가의 핵심 가치로 정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 국민들은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동의했을까?
사실 정의 인도 동포애를 국가의 핵심 가치로 명기한 것은 1948년의 제헌헌법이었다. 1987년의 헌법 전문은 제헌헌법 전문을 일부 수정했을 뿐이다. 그리고 제헌헌법에서 규정한 정의와 인도는 1919년의 기미독립선언서에서 ‘정의의 군(軍)과 인도의 간과(干戈)’라고 표현한 ‘인류통성(人類通性)과 시대양심’이었다. 인류통성이 인도(人道)요, 시대양심이 정의(正義)다.
인도란 휴머니즘의 번역어인 인도주의를 줄인 말이다. 역사상 크게 보아 세 차례의 인도주의 고조기가 있었다. 첫째는 그리스 로마 시대. 둘째는 르네상스 시대. 셋째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시대. 앞 두 시대의 인도주의가 신에게 속박되어 있던 인간의 자립을 지향한 반면, 세 번째 인도주의는 그와 정반대 방향, 동물적 삶을 극복한 인간을 전망했다. 
1859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출간하여 인간이 ‘신의 형상으로 창조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다른 동물에서 진화한 ‘동물의 일종’임을 선언했다. 그는 인간을 포함한 생물 진화의 원인으로 생존투쟁과 자연선택을 제시했는데, 이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경쟁 중심의 세계와 무척 정합적이었다. 허버트 스펜서 등의 사회과학자들은 이를 생물 진화의 원리를 넘어서는 사회와 역사 발전의 일반 원리로 정립했다. 이른바 ‘사회진화론’의 탄생이다. 모든 생명체의 삶은 자체로 동종 사이의 생존경쟁이며, 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승자만이 살아남는 것은 종의 진화뿐 아니라 역사와 문명 발전의 철칙이다. 더 날카롭고 튼튼한 이빨이 호랑이의 경쟁력이고, 더 빠른 발이 사슴의 경쟁력이며, 더 많은 재화와 지식이 인간의 경쟁력이다. 사회진화론의 세계관과 역사관은 약육강식(弱肉强食), 우승열패(優勝劣敗),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사자성어 세트로 한자 문화권에 침투하여 사람들의 의식을 장악했다. 경쟁만이 역사를 발전시키며, 강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세계를 지배했다. 이런 생각에서는 자본이 노동을 착취하는 것도,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수탈하는 것도, 백인이 유색인을 학살하는 것도 결코 죄가 아니었다. 이것들은 자연법칙에 충실한 행위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때까지, 제국주의는 이런 생각이 지배하는 세계를 즐겼다. 그런데 제국주의의 식민지 분할이 예선이라면, 제1차 세계대전은 승자들끼리 싸우는 본선이었다. 경쟁의 최후 형식은 전쟁이다. 경쟁이 문명 발전의 유일한 동력이라는 생각은, 문명의 성취들을 무참히 파괴하는 전쟁을 겪으며 여지없이 깨졌다. 사람들은 무한 경쟁의 종착점이 인류의 공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의 삶을 동물적 생존경쟁과 다른 차원으로 옮겨 놓는 일은 절체절명의 시대적 요구였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이 인도주의가 되었다. 약한 민족에게도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민족자결주의도, 인도주의의 한 구성요소였다.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는 사회진화론이 퇴조하고 인도주의가 부상하는 상황을 ‘인류적 양심의 발로에 기인한 세계개조의 대기운’으로 규정하고 ‘위력의 시대가 거(去)하고 도의의 시대가 래(來)하도다’라고 선언했다.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가 모두 ‘공존동생권’을 갖는 것이 3·1운동이 주창한 ‘인도’이며, 이 인도에 부합하는 것이 ‘정의’였다. 정의는 힘이 아니라 배려와 이해, 연대와 협력으로 구현되는 것이었다. 1948년 제헌헌법은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이 건국했다고 선언했을 뿐 아니라, 3·1정신의 요체인 정의 인도를 국가의 핵심가치로 천명했다. 이 가치는 1987년 헌법에 그대로 승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사회는 사회진화론을 소생시키고 경쟁 만능의 세계를 재구축하는 데에만 몰두했다. 사회진화론이 무덤에서 나와 신자유주의 뉴라이트로 부활했다.
개헌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정의 인도 동포애라는 핵심가치는 바꾸지 않기 바란다. 삼일절 100주년이 이제 13개월여밖에 안 남았다. ‘구사상 구세력에 기미(羈미)된’ 이전 정권은 건국절 제정 운운하며 민간의 100주년 기념사업 준비조차 백안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현충원 방명록에 “건국 100년을 준비하겠다”고 썼지만, 제대로 준비하기에는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그래도 서울에 기념관과 기념탑 하나씩은 세웠으면 한다. 3·1운동 100년이 되도록 발원지인 서울에 3·1운동을 오롯이 기념하는 구조물이 하나도 없다는 건, 우리 자신과 후손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이는 정의 인도의 가치를 되새기고, 전 인류 공존동생권, 즉 모든 인간이 함께 살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 공동체의 이상이라는 생각을 공유하며 전승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원문보기: 
https://goo.gl/pWmg6L

재치의 신,잇큐선사 이야기/ 석현장 페이스북에서

이럴려고 수행자가 되었나? 자괴감에 빠진 그는 호수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하였다.
일본에서 1월 9일은 잇큐선사를 기리는 재치의 날이다.학생들이 재치를 겨루는 날이다.
재치의 신,잇큐선사 이야기
잇큐선사는 일본의 황족출신이다.어머니는 고려의 궁녀출신이라는 설도 전해진다.
그는 반골기질의 선사로 당시 타락한 불교계를 풍자하고 주지소임을 잠깐 살고는 거의 떠돌이 만행생활을 하였다.
잇큐는 5살에 절에 보내져 승려가 되었다.젊은시절 공부에 진전이 없고 망상에 빠져 지내는 자신을 보았다. 이럴려고 수행자가 되었나? 자책하며 자괴감에 빠진 그는호수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때 잇큐를 뒤따르던 거사의 제지로 자살에 실패하였다.거사는 어머니가 보낸 사람이었다.거사는 어머니의 말씀을 잇큐에게 전했다.
"깨달음을 향한 여정에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초조해 하지 말고 천천히 진득하게 수행하여라." 잇큐는 어머니의 당부를 듣고 새로운 길이 보였다.다시 수행에 전념했다.
몇년이 지난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아들에게 남긴 유언장이 잇큐에게 전해졌다.

수행자가 된 나의 아들에게
나는 이제 사바세계 인연이 다하여
무위(無爲)의 부처님 나라로 돌아가려 한다.
바라건대 너는 열심히 공부해서
너의 불성(佛性)을 밝히도록 해라.
이와 같이 하면, 너는 장차 내가 지옥으로 갔는지,
아니면 영원히 너와 함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네가 진정 대장부라면 부처와 모든 조사(佛祖)들이
모두 너의 심부름꾼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때 책을 내려놓고 나가 사람들을 위해 일하라.
세존(世尊)께서는 사십구년 설법하고서는
한 글자도 말한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네가 알아야 할 것을
마땅히 안다면
무익한 망상은
하지 않을 것이다.
9월 1일.

어미가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몸으로’ 한마디 더한다.
부처님 가르침은 중생(衆生)을 깨닫게 하고자 있는 것이다.
그런데 네가 어떤 방편(方便)에만 의지해 이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너는 한 마리 무지한 벌레와 다르지 않으리라.
모든 불경(佛經)을 다 읽어도 자성(自性)을 보지 못한다면
너는 내 글조차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유언(遺言)이다.

잇큐는 25세 무렵 동산삼십방이라는 화두를 타파하여 깨달음을 얻었고 몇년후 까마귀 울음소리를 듣고 마음을 내려 놓을수 있었다.
잇큐스님은 어릴 때부터 워낙 총명하고 재치가 뛰어나, 재치의 신으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잇큐선사를 기념하여 매년 1월 9일을 재치의 날(とんちの曰)로 정하여 어린이들이 재치를 겨루는 날로 기념하고 있다.
잇큐우(一休)라는 이름이 숫자의 1(いっ)과 9(きゅう)의 발음이 같아서 1월 9일을 재치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영리한 비영리 개인왕국?/ 김현대 한겨레21 선임기자

[한겨레21] [보도 그 뒤]아르콘 의혹 보도 뒤 전·현직 비영리법인 근무자들 제보·의견 이어져…

“터질 게 터졌다” “투명성 실종 의심이 가장 큰 문제”

<한겨레21>이 제1195호 특집 ‘착한 사업, 나쁜 거래?’ 서울 성수동 소셜벤처밸리인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운영하는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이하 아르콘)에 대한 여러 의혹을 보도한 뒤, 이를 둘러싼 제보와 의견이 이어졌다. 특히 아르콘 같은 비영리법인에서 근무한 적 있는 이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자조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허인정 이사장의 개인 기업 같았다”

“‘비영리라고 왜 가난해야 하느냐’는 <한겨레21> 기사 문장을 읽는 순간, 정말 열 받았어요. 한편으론 맞는 말이죠. 그런데 직원들은 야근을 밥 먹듯 하며 ‘열정 페이’를 받거든요. 전 다 같이 가난한 줄 알았어요.” 기자와 만난 전 아르콘 직원의 말이다. 또 ㄱ씨는 전자우편으로 이런 의견을 보내왔다. “이 바닥엔 비영리를 내세워 세련되게 영리사업을 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아주 폼나게 이야기합니다. 비영리에서 가진 것 없이 살면서도 헌신하는 사람들 참 많이 봤습니다. 그런 분들 앞에 정말 누가 되는 사람들이에요.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비영리 부문의 한 원로 인사도 “그전부터 (허인정 이사장의 아르콘과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있는) 성수동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돈이 몰려오면 사고가 난다”고 말했다. 성수동 골목은 청년 소셜벤처밸리로 주목받으면서, 집값과 임대료가 치솟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르콘 관계사에서 일했던 전직 직원 역시 아르콘에 대해 “허인정 이사장의 개인 기업 같았다”고 말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허 이사장은 아르콘이라는 비영리 법인이 네트워크 허브 구실을 하고 모두스와 미디어더퍼스트라는 주식회사가 이를 뒷받침하는, 그래서 공익사업으로 돈도 버는 아르콘그룹의 구축을 꿈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영리와 영리 회사의 장단점을 적절히 취하는, 좋게 말하면 유연하고 창의적인 공익사업 모델을 개척하려 했다는 것이다.

채용 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에 올라온 아르콘에 대한 전·현직 직원 4명의 평가를 모아보면 “일을 많이 시키고 급여는 낮은 기업” “기업 같은 비영리”라는 부정적 평가를 확인할 수 있다. 4명 가운데 전직인 3명은 ‘복지 및 급여’와 ‘경영진’ 항목에서 5단계 중 가장 낮은 1단계 점수를 매겼다. 회사에 대한 이들의 의견은 “본인의 커리어보다 회사 상황 위주로 인력을 배치하고 연봉 테이블이 낮게 책정된 곳” “다양한 경험과 보람찬 일을 할 수 있는 곳이지만, 그만큼 직원의 희생을 강요하는 곳” “사회공헌의 진정성이나 의미를 찾는다면 다른 곳으로 가기를 바람. 비영리이지만 비즈니스일 뿐”과 같은 신랄한 비판을 남겼다. 현직 직원 1명은 급여와 경영진 평가 항목에서 중간 또는 중간 이상의 상대적으로 나은 점수를 주었다. 

지배구조도 자금집행도 복잡한 구조


아르콘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어온 이들이 지적하는 허 이사장의 가장 큰 문제는, “공익사업의 핵심인 투명성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사회적 자산인 기부금을 받아쓰면서 개인 왕국을 구축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아르콘은 지배구조도 자금집행도 복잡했다. 사단법인-유한회사-주식회사가 얽혀 있고, 개인과 가족 재산(빌딩 3채)이 사무실과 카페 공간으로 거래 곳곳에 끼어들었다. 이래서는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기업의 생명인 투명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수시로 고쳐 매니, 설사 깨끗하게 돈을 굴렸다 해도 여러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허 이사장은 아르콘이란 사단법인을 만들어 롯데면세점에서 130억원의 기부금을 출연받았다. 그런데 해당 사업의 관리를 언더스탠드에비뉴라는 유한회사를 따로 세워 맡겼다. 허 이사장과 가까운 임직원 대여섯 명이 출자자다. 굳이 왜 그래야 했을까? 기부금을 낸 롯데면세점은 사업 초기에 이 유한회사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직접 영리사업 소득을 올렸다. 감사원도 2016년 이 부분을 아프게 지적했다. 공익법인 자금은 한 다리만 법인을 건너가면, 어떻게 돈이 집행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직접 돈을 기부받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롯데면세점은 물론 공익법인을 관리하는 정부 당국조차 자료 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

아르콘이 억대의 용역사업을 맡긴 모두스와 미디어더퍼스트라는 주식회사에 대해선 허 이사장과 롯데면세점 쪽의 주장이 엇갈린다. 허 이사장은 롯데 쪽의 동의를 사전에 구했다고 주장하지만, 롯데 쪽은 금시초문이라 한다. 

성수동 골목의 집값이 폭등할 즈음인 2012년과 2014년, 허 이사장은 성수동 인근에 5층 건물과 2층 건물을 매입한다. 두 건물은 현시세가 각각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이사장은 빌딩 매입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으면서 각각 12억원·6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지만, 2014년과 2017년 이를 해제했다. 

상당수 공익법인들의 고질병

모두스 등은 성수동 골목에 있는 허 이사장 자신과 가족 명의의 개인 빌딩 3곳을 유료 교육장과 사무실 공간으로 이용하면서 임대료를 냈다. 임대료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지금까지 극히 일부만 확인됐을 뿐이다. 가족 명의로 개설한 카페를 아르콘의 교육장으로 이용하고, 2015년 이후 1년6개월 동안 3천만원 이상의 대관료와 커피값을 지급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비영리 부문 지도자로 꼽히는 허 이사장은 어떤 경우에도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윤리적 책임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의심받을 수 있는 거래를 용인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한테 법적 책임이 있는지, 그렇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는 앞으로 정부 당국이 밝혀야 할 일이다.

허 이사장은 대기업의 기부금을 받아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롯데면세점이 2015~2016년 130억원을 기부하기 전인 2014년에도 GS칼텍스(9억3천만원)와 두산(5억5천만원) 등 여러 대기업에서 21억원의 기부금을 받아냈다. 기업 기부금 액수는 롯데면세점과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을 시작한 2015년부터 크게 불어나, 그해 122억5천만원, 2016년엔 91억원에 이르렀다. 2016년 기부금 중엔 경기도와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한테서 받은 40억원도 포함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역점 사업인 스타트업캠퍼스의 운영자로 아르콘이 선정된 것이다. 허 이사장이 이렇게 큰돈을 끌어오는 역량을 발휘하는 데는, 허 이사장이 2016년 초까지 대표이사를 겸했던 <조선일보>의 공익 섹션인 ‘더나은미래’가 든든한 후원자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나은미래’라는 언론사의 대표 명함이 대기업의 주머니를 열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는 것이다.

허 이사장은 2016년 초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을 본격 시작하면서,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대표이사직을 사직했다. ‘더나은미래’ 쪽에선 허 이사장의 사업 운영 투명성을 의심했으며, 허 이사장 쪽에선 “‘더나은미래’ 쪽에서 아르콘 이사 자리를 무리하게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비영리 부문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에 있다. 유럽에서는 비영리,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포함하는 사회적경제 영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무려 10%가량을 차지한다. 청년들의 취업 동기를 유발하는 미래의 일자리도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국의 비영리 부문은 아직 ‘개인 왕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곳이 많다. 기부금을 끌어오는 이사장이 왕으로 군림한다. 재벌 총수처럼 처신하기도 한다. 이러니 투명성을 보장할 길이 없고, 기부금을 내놓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사람들이 먼저 내 돈이 잘 쓰일까 의심하는 것이다. 아르콘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당수 공익법인들이 안고 있는 고질병이다.

문체부와 성동구청 팔짱만

문화예술 분야 공익법인 감독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직 현장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문체부 담당자는 “아르콘과 롯데면세점 양쪽의 입장이 엇갈리니 정부에서 나서기 애매하다”는 말만 한다. 땅을 제공한 성동구청도 소극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및 문화재청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 제8조는 공익법인에 대한 검사와 감사권을 명시하고 있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서류와 장부 제출을 명하거나 공무원이 법인의 재산 상황을 검사할 수 있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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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보도 요청
허인정 이사장 "거래 통해 이익 취한 바 없다"

지난 1195호 특집 기사 ‘착한 사업, 나쁜 거래?’와 관련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아르콘(이사장 허인정) 쪽에서 <한겨레21>에 정정보도를 요청해왔습니다. 일부 정정이 필요한 대목을 바로잡고, 허 이사장의 반론도 싣습니다.

위 기사에서 <한겨레21>은 “허인정 이사장이 2015년 6월~2016년 8월 사이 1억5천만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보도했으나, 기간 산정을 잘못하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2015년 2월~2016년 8월 사이 1억53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맞습니다.

또, 허 이사장은 미디어더퍼스트나 모두스와의 거래로 단 1원의 이익도 취한 바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기부금 정산 자료 제출과 관련해서는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이어, 2017년 3월22일 1, 2차 기부금 전액에 대한 계정별 원장을 롯데면세점 쪽에 이메일로 송부했다”고 밝혀왔습니다. 롯데면세점 쪽에서는 2017년 3월 제출 자료에 대해 “계정별 원장만 보내왔고, 증빙 및 세부 내역 자료는 받지 못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아르콘이 허 이사장의 변호사 동생한테 지급한 자문료에 대해서는 “2015년 2월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을 시작한 이후 불법 노점상들이 해당 부지를 점유하는 일이 벌어져, 이사장 동생이 일하는 법무법인 규원에 법률 검토를 맡겼고 2015년 7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13달 동안 매달 100만원씩 1300만원을 지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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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착한 사업, 나쁜 거래?

롯데에서 130억원 기부받은 공익법인 ‘아르콘’에서 드러난 ‘자전거래’ 흔적
허인정 이사장, 증빙자료 안 내놓고 “롯데 나쁘다” 버티기

2015년 최순실의 미르재단, 2016년 (사)새희망씨앗에 이어 공익법인의 투명성 시비가 또 불거졌다. 이번엔 2016년 4월에 문을 연 ‘창조적 공익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진원지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2015년 초 롯데면세점이 기부한 130억원의 현금, 서울 성동구청이 무상 제공한 땅을 기반으로 사단법인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이하 아르콘)가 운영을 맡은 공익 문화공간이다. 아르콘은 성동구청이 제공한 서울 숲 서쪽 끝자락 부지에 조성한 언더스탠드에비뉴에 자립을 꿈꾸는 사회적기업가 등을 불러모았다. 모여든 청년 기업가들은 116개의 컨테이너를 예쁘게 재활용한 공간에서 여러 가게와 문화사업체를 운영한다.

이 사업은 국외에서도 성공적인 민관협력 사업 모델이란 칭송을 받았다. 2016년 5월 영국 옥스퍼드대 넬슨 만델라 강당에서 열린 ‘책임 있는 비즈니스 포럼’(The Responsible Business Forum)에서 서울 성수동의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여러 나라에 확산 가능한 ‘민관협력 사업의 롤 모델’로 소개됐다. 지난해 10월엔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이끈 성동구청이 제5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에서 사회혁신 부문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언더스탠드에비뉴 모델을 배우려는 다른 지자체들의 현장 탐방도 이어졌다.

하지만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헐겁던 ‘협력’의 축이 와르르 무너졌다. 아르콘의 “자금 집행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의구심이 발단이었다.

감사원에서 떨어진 징계 폭탄

컨테이너 공간이 본격적으로 문을 연 지 석 달이 지난 2016년 7월과 8월 감사원은 성동구청에 ‘폭탄’을 투하한다. 감사원은 구에 ‘행정재산 무상제공 및 예산외 의무부담 협정체결 부적정’이란 감사 결과를 통보해, 성동구청 간부 3명을 징계하는 게 마땅하다는 감사 결과를 보내왔다. 1명에 대해서는 정직이라는 중징계 판단을 내렸다.

감사원이 문제 삼은 것은 구와 아르콘이 체결한 3자 양해각서의 일부 내용이었다. 이 각서에서 구는 언더스탠드에비뉴 운영 주체인 사단법인 아르콘이 직접 수익사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언더스탠드에비뉴란 같은 이름의 유한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용인했다. 이 유한회사는 카페·레스토랑·네일숍·판매점 등을 운영해 2016년 4·5월에만 1억9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감사원은 이것이 특혜에 해당된다고 파악했다. 유한회사는 허인정(47) 아르콘 이사장과 아르콘 설립 초기부터 함께해온 직원 몇 명이 공동출자해 만들었다. 이에 대해 허 이사장은 “유한회사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직원조합 성격이며,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금 또한 개인이 가져가지 못하고 사회공헌에 쓰도록 정관에 명시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아르콘이 유한회사를 통한 수익사업에 치중했지만, 취약계층 청소년과 이주여성들에게 직업교육과 실습 제공이라는 애초 목적사업에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아르콘이 2015년 8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가죽공예·손발톱 미용·게임·커피·조리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교육 이수자는 65명(선발자 112명)이었고, 그나마 사업장에서 실습 기회를 받은 사람은 27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아르콘에 대해 7년(최대 10년) 동안 토지를 무상 사용 하도록 허가한 것도 부당한 특혜라고 밝혔다. 성동구청의 김대욱 법률전문관은 “감사원의 지적 사항에 오해와 이견이 있어 재심의를 요청한 상태이며, 무상 사용 기간은 자체적으로 재산정해 6년2개월로 단축해놓았다”고 말했다. 아르콘은 감사원 지적을 받은 유한회사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지난해 말 폐업했으며, 관련 업무와 인력을 인수받아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감사원의 지적은 아르콘을 둘러싼 투명성 시비의 시발에 불과했다. 롯데면세점은 사업 첫해인 2015년에 시설 투자와 운영비로 102억원, 2016년에 운영비로 28억원을 각각 아르콘에 기부했다. 롯데면세점과 아르콘은 상호 파트너십 협약으로 해마다 사업비 정산과 사업 평가를 하기로 약속했다. 그 결과에 따라 다음해 사업 규모를 상호 협의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2016년 말 한국생산성본부를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의 성과 평가 외부전문기관으로 선정해 이듬해 초부터 본격적인 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의심스러운 거래 징후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거듭 독촉해도 아르콘 쪽이 사업비 정산 자료를 보내오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2016년 상반기에 받아둔 영수증 자료를 우선 생산성본부에 보내 검토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허 이사장 개인과 관련된 의심스러운 거래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자신이 세운 영리회사와 공익법인의 거래를 통해 사익을 취하는 이른바 ‘최순실식 자전거래’의 흔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렇게 파악한 자전거래 의심 유형은 다양하다.

우선, 아르콘이 2016년 5월 ‘모두스’라는 주식회사에 환경개선 공사 명목으로 2억원 비용을 집행한 사실이 포착됐다. 또 ‘미디어더퍼스트’라는 주식회사에 언더스탠드에비뉴 입주업체 후보 리스트 기초조사 명목으로 1억원을 집행했다. 모두스와 미디어더퍼스트는 아르콘과 같은 해인 2011년 설립됐다. 이들 회사는 허 이사장 또는 아르콘과 언더스탠드에비뉴 임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면세점은 모두스가 페이퍼컴퍼니라고 의심하며, 입주업체 리스트 기초조사 명목으로 1억원이라는 거액을 집행한 것도 비상식적이라고 보고 있다.

둘째, 허 이사장과 가족이 언더스탠드에비뉴에 인접한 성수동에 개인 빌딩 3채를 보유한 사실도 나타났다. 이들 빌딩에 아르콘이 지금까지 입주해 있고 미디어더퍼스트와 모두스, 유한회사 언더스탠드에비뉴도 한때 이곳에 사무실을 두었다. 허 이사장은 이 중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상당한 임대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전체 임대료를 얼마나 받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또 등기부등본을 보면, 허 이사장 가족은 성수동에 오래된 이층집을 갖고 있었으며, 2012년 말과 2014년 봄에 허 이사장 명의로 2층과 5층 건물을 추가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된다.

허 이사장 가족이 2016년 상반기까지 2층 건물에서 카페를 직접 운영한 사실도 나타났다. 아르콘의 한 전직 직원은 “거의 모든 회의를 그 카페에서 했다. 카페 안의 독립 공간을 빌리는 유료 대관료만 연 수천만원은 족히 되고, 커피도 하루 수십 잔씩 대량 주문했다”고 한다. 허 이사장의 변호사 동생한테도 여러 차례 수백만원씩 자문료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법인에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보수도 문제로 제기된다. 허 이사장은 2015년 6월~2016년 8월 아르콘에서 급여성으로 1억5천만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업체에 국제 콘퍼런스 용역을 맡기면서, 연구비 명목으로 자신이 2천만원을 추가로 지급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의심 정황을 파악한 롯데면세점 쪽은 성동구청 쪽과 조사 자료를 공유하고 아르콘 쪽에도 추가 증빙 자료를 제출하라는 정식 공문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살지 않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우리 회사의 대표 공헌사업으로 정하고 많은 공을 들였다. 사업을 그만둘 이유가 전혀 없다. 아르콘에서 성실하게 자료를 보내와 투명성 이슈가 해소되기만 한다면, 2017년 기부금을 집행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아르콘 쪽에서 끝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쪽이 제기한 의심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그렇게 살지 않았다. 롯데가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스와 미디어더퍼스트로 자금이 집행된 것은 롯데면세점의 2016년분 기부금 집행이 늦어지면서 먼저 일을 진행한 다음에 금액을 후지급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모두스는 2억원 전액을 재하청 회사에 지급했다”고 말했다. 자기 건물에서 임대료를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언더스탠드에비뉴는 몇 달 동안 시세에 준해 임대료를 받았지만, 나머지는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오히려 저렴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또 여러 프로젝트에서 많은 급여를 받았다는 것에는 “애초부터 내 투입량을 감안해 프로젝트별로 자문료를 받기로 돼 있었다. 비영리라고 왜 가난해야 하느냐. 공기업 대표들은 수억원 연봉을 받고, 대기업이 사회공헌 용역을 맡길 때도 컨설팅 회사에는 거액을 주지 않느냐”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이어 “롯데가 사업 중단을 전제로 성과 평가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식인데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롯데 쪽을 공격했다. 또 “자료를 다 보내려면 트럭 한 대분량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직접 사무실로 와서 조사하라 해도 안 하더라”고 반박했다. 그는 방대한 분량의 반박문을 롯데면세점 쪽에 보냈다. 롯데면세점 쪽은 “자금 거래가 사실인지만 밝히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자료는 주지 않고 억지투성이 반박문만 보내왔다. 사무실로 들어와서 조사하라고 한 사실 자체도 없다”고 말했다.

언더스탠드에비뉴를 대표적인 치적 사업으로 자랑스러워하던 성동구청 쪽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아르콘을 감사하려고 했으나, 우리에게 감사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롯데면세점과 아르콘 양쪽이 제출한 내용을 중립적으로 담아, 감독권이 있는 문체부로 사건을 넘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는 좋은 목적으로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시작했고, 3년 동안 심혈을 기울였다. 이제 와서 감사원 감사를 받고 투명성 시비가 벌어지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정현 문체부 문화예술교육과장은 “성동구청에서 확실히 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해온 것이 아니고, 민원 형식으로 애매하게 건네온 것이라서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 중이었다. 롯데면세점 쪽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해줘도 좋겠다. 잘 검토해서 처리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본인은 명예와 부 누리고…”

허 이사장의 의심스러운 자전거래 징후가 흘러나오면서 함께 일하거나 일했던 직원들 사이에 원망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직 직원은 “우리는 쥐꼬리만 한 저임금을 받으면서 미션 페이라고 자위했다. 그런데 본인은 명예와 부를 다 누렸다니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공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수많은 청춘을 이용해 사익을 편취했다면 정말 나쁜 일”이라며 “최순실의 미르재단 등을 통해 공익법인 투명성 문제를 학습하고서도 감독관청인 문체부가 적극 감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영리단체를 평가하는 한국가이드스타의 박두준 사무총장은 “기부금 집행의 성과 평가를 하려면 돈을 쓴 쪽에서 충실하게 자료를 보내주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돈을 받은 비정부기구(NGO) 쪽에서 자료를 못 내놓겠다고 버티면, 기부한 쪽에서는 사업을 중단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보기 드문 특이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롯데면세점 쪽에서 검찰이나 경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식으로 투명성을 가릴 수 있을 텐데, 재벌 입장에서는 누워서 침 뱉기라 차마 못하는 것 같다. 선진국이라면 이런 경우 국세청에 조사를 의뢰한다. 그게 아니라도 민간 감시단체가 적절히 대응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1월 아르콘과 맺었던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의 3자 양해각서를 종료한다는 공문을 성동구청 쪽에 보냈다. 허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와 신한은행을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의 새 파트너로 정해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아르콘은 경기도가 1600억원을 투입해 카카오와 함께 2016년 말부터 진행하는 경기도 판교의 스타트업캠퍼스 운영 관리도 맡고 있다. 스타트업캠퍼스는 얼마 전까지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명예총장이었고, 허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착한 사업의 신뢰도 손상

착한 돈이 착하게 집행됐는지 확인하는 일은 간단하다. 돈에 달린 꼬리표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르콘 쪽에서 1년 내내 자료 제출을 미루고, 성동구청과 문체부에서는 감독권 행사를 미적거리는 동안, 대한민국 대표 민관협력 사업은 갈지자걸음을 걸었다. 허 이사장은 청년혁신 사회공헌 사업의 개척자이다. 아끼는 사람도 많다. 정부 감독당국이나 수사기관이 책임 있게 나서서, 엄정하게 사실을 밝혀야 한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출처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44737.html

‘구로 기적의도서관’ 착공

‘구로 기적의도서관’ 착공

신도림동에 3층 규모로 조성 … 도서관 12월, 어린이집 내년 3월 개관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구로 기적의도서관’이 19일 착공된다.

‘기적의도서관’은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어린이도서관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자체 등과 협력해 확산해 가고 있는 도서관이다. 지난해 8월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사장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이 구로구에 설계도를 기증, 구로구가 설계도에 따라 구로 기적의도서관을 건립하게 된다. 서울시 두 번째 기적의 도서관이다. 

‘구로 기적의도서관’은 신도림동 400-6외 1필지에 규모 연면적 1,500㎡ 내외, 지상 3층 규모로 어린이집과 어린이 도서관을 아우르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지어진다. 도서관은 올해 12월, 어린이집은 내년 3월 개관할 예정이다. 

지상 1층에는 어린이집과 북카페가, 지상 2층에는 이야기방, 영유아 및 저학년 열람실, 어린이집 유희실이 지상 3층에는 동아리방, 고학년 열람실이 들어선다.

영아, 유아, 어린이 등 연령대별 맞춤 공간을 마련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꾸며지며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누구나 편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된다. 지난해 11월 BF 예비인증(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Free) 통과도 마쳤다.

구로구 관계자는 “‘기적의도서관’이 아이들의 생각 창고를 넓혀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아이 키우기 좋은 구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웃는 구로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출처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8011607381850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