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3일 월요일

0.1% 재벌에 포위당한 서민의 삶

2012년 2월 13일 한겨레 신문 김진철 기자의 보도, 0.1% 재벌, 서민의 삶 포위하다

삼성전자 갤럭시에스(S)2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회사원 김서민씨는 씨제이(CJ)의 햇반과 김으로 아침을 때웠다. 제일모직의 로가디스 정장을 입고 엘지(LG)패션의 해지스 코트를 팔에 걸친 김씨는 롯데 레쓰비 캔커피를 들고 주차장으로 나섰다. 밤새 내린 눈 때문에 김씨는 현대로템이 운영하는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출근하기로 마음먹었다. 지하철은 스마트폰에 빠진 승객들로 초만원이다. ‘에스케이(SK)텔레콤의 3세대(G) 통신망이 부쩍 안 터지는데, 4세대 엘티이(LTE) 엘지유플러스로 바꿔볼까?’ 잠깐 고민하는 사이 회사에 도착했다. 삼성전자 컴퓨터를 켜고 일과를 시작했다.

아내 박선이씨는 엘지전자 진공청소기를 들고 집안 청소를 마쳤더니 벌써 오전이 끝나간다. 친구들과 점심때 만나기로 한 박씨는 남편이 두고 간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시동을 걸었다. ‘기름이 떨어졌네.’ 집 근처 지에스(GS)칼텍스로 갔다. 점심은 씨제이푸드빌의 ‘비비고’에서 먹고, 신세계 스타벅스에서 수다를 떨었다. 이마트에 들러 현대카드로 결제하고 저녁거리를 장만했다. 삼성물산 래미안아파트에는 한진택배에서 두고 간 물건이 있었다. 일반 개인의 일상에서 재벌그룹은 공기와 같은 존재다. 어디를 가도 이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피할 수 없다.
(후략)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30대 재벌그룹의 전체 자산은 1460조5000억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1172조원보다 300조원 가까이 많다. 연간 매출은 1134조원으로, 국내총생산의 96.7%에 이른다. 1980년부터 2011년까지 30대 재벌의 자산은 70배, 매출은 48배로 불어났다. 1990년대 들어 급상승한 30대 재벌의 매출액은 2000년 들어 상승 속도가 주춤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급증했다. 재벌(총수)의 부가 곧 국부가 됐고, 재벌 중심 사회체제는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후략)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