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8일 목요일

프레이저 허친슨 영국 리딩에이전시 출판협력담당수석] "'사회적 독서'로 즐거움 느껴요"/ 송현경 내일신문 기자, 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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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프레이저 허친슨 영국 리딩에이전시 출판협력담당수석] "'사회적 독서'로 즐거움 느껴요"

사상·가치관 소통하는 공공도서관과 협력
"독서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활동"

2019-11-28 11:34:33 게재
'사회적 독서'. 개인적 독서와 반대되는 의미의 이 말은 올해 발표된 제3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에서 본격적으로 제시됐다. 사회적 독서는 나 외에 다른 독자들과 함께 읽고 얘기하는 방식의 독서를 뜻한다. 최근 독자들은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작가와의 만남'이나 책을 읽고 낭독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독서 관련 프로그램과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를 하나로 묶어내는 말이 사회적 독서다. 25일 열린 '2019 사회적 독서 컨퍼런스'는 사회적 독서에 대한 우리나라의 첫 컨퍼런스로 '시민 민주주의와 사회적 독서'를 주제로 했다.

내일신문은 26일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여한 프레이저 허친슨 영국 리딩에이전시 출판협력담당수석을 만나 사회적 독서의 중요성과 리딩에이전시의 활동에 대해 들었다. 리딩에이전시는 2002년 시작,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적 독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독서 시민단체다.
사진 이의종

■ 사회적 독서란 무엇인가.

사회적 독서는 사람들과 모여 소통하는 독서를 지향한다. 1:1로도, 여러 명의 모임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 몇 명이 모이든지 상관없이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데 초점을 둔다. 당초 영국 사회에서 독서는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활동에 가까웠다. 리딩에이전시는 책을 주제로 함께 토론하고 싶어 하는 개인들의 사회적 욕구를 발견하고 지원을 시작했다.

리딩에이전시에는 4800개의 독서동아리가 등록돼 있으며 매달 20~30개가 늘어나고 있다. 리딩에이전시는 독서동아리에 책을 주제로 한 질문 예시들을 제공하거나 사회 현안에 관한 자료를 제공한다. 문학상 수상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출판사와 연계해 독서동아리에 5~15권의 책, 관련 출판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 영국인들은 독서를 많이 하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31%는 독서를 즐기지 않는다. 특히 만 16~24세의 46%는 독서를 즐기지 않는다. 또 성인의 16%는 문해력이 낮다. 읽기, 쓰기,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리딩에이전시는 즐기는 독서를 지향한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독서는 주로 교과서 위주이기 때문에 리딩에이전시는 '독서의 즐거움(pleasure of reading)'을 주는 방식으로 기존의 독서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

■ 사회적 독서가 삶에 변화를 가져온 사례가 있나.

'세계 책의 날'(4월 23일)에 책을 잘 접하기 힘든 이들에게 5000여권의 책을 나눠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푸드뱅크나 노숙자 관련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을 통해 책을 나눠준다.

지난해 한 인권단체를 통해 책을 기부한 재소자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재소자들은 교도소라는 환경 특성상 육체적으로, 나아가 정서적으로 고립돼 있는 경우가 많다. 해당 단체는 이들이 독서를 통해 보다 쉽게 사회화를 하고 행복(well-being)을 느끼게 됐다고 전해 왔다.

■어린이나 고령층 등 생애주기별 독서 지원도 중요하다.

독서는 나이와 무관하게 평생 중요한 일이다. 초등학생 대상의 '채터북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학교, 공공도서관과 연계해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여름에 진행하는 '독서 챌린지' 프로그램이다. 6권의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인증서와 메달을 수여한다. 70만명이 참여하고 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는 '리딩프렌즈'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독서를 매개로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프로그램으로 자원봉사자들과 독거노인들이 같이 만들어 나간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얘기하고 싶은 다양한 것들을 얘기한다. 개인적인 것도 좋고 사회 현안도 좋다. 일기나 편지, 신문 기사, 그 외에 여러 기억들에 대해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다.

■ 영국 정부는 사회적 독서를 어떻게 지원하나.

영국 정부는 주로 시민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독서 정책을 펴고 있다. 시민단체의 자율적 활동을 돕는 형식이다. 영국예술위원회(The Arts Council of England)의 예산 지원은 리딩에이전시 전체 예산의 15~20%에 해당한다.

■ 사회적 독서는 민주주의와 맞닿아 있다.

리딩에이전시는 라이브러리 커넥티드라는 도서관 시민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본적 권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곳이 공공도서관이다. 독서를 통해 개인이 갖고 있는 사상이나 가치관에 대해 자유롭게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다. 그런데 독서는 민주주의와 맞닿아 있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즐거운 활동이다. 독서는 강요된 활동이 아니라 행복하고 즐거운 활동이며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이를 느꼈으면 한다. 책을 읽으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 '독서의 즐거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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